노순이가 여덟 배 째 새끼를 낳은 지 한 달이 되었습니다. 132주년 세계 노동절을 맞은 그날, 노순이는 몸을 풀었습니다. 녀석은 그동안 사람 눈이 안 뜨이는 곳을 골라 몰래 새끼를 낳았습니다. 노순이의 몸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어느 때보다 배가 불러 뒷집 형수는 걱정했습니다. 녀석의 배는 땅에 끌릴 정도로 크게 부풀었습니다. 형수는 노순이의 해산일을 정확히 맞추었습니다. 광에 골판지 박스로 분만실을 마련하고 미닫이를 닫았습니다. 경험 많은 노순이는 무탈하게 새끼 다섯 마리를 순산했습니다.
여섯 배 째는 얼룩이를, 일곱 배 째는 노랑이를 한 마리씩 낳던 노순이가 네다섯 배처럼 다섯 마리를 낳았습니다. 어미를 닮은 노란빛이 세 마리, 아비를 닮았을 희끗희끗한 놈이 두 마리였습니다. 열흘이 지났을까, 아침 산책에서 돌아오면서 뒷집 광문을 밀치며 노~순~아! 하고 불렀습니다. 항상 대꾸를 하던 녀석인데 오늘따라 조용합니다. 골판지 박스 유아방이 텅 비었습니다. 그때 광에 들어오던 형수가 말했습니다.
“어미가 새끼들을 다른 데로 다 옮겼어요.”
부처님오신날과 어버이날이 겹친 주말, 뒷집에 아들딸・며느리・손자들이 몰려들었습니다. 노순이가 낯선이들의 발길에 위기감을 가졌습니다. 녀석은 새끼를 한 마리씩 입에 물고 안전지대 헛간으로 옮겼습니다. 손님들이 떠나고 뒷집 형수는 새끼들을 다시 유아방으로 옮겨주었습니다. 이십여일 지날즈음 희끗희끗한 한 마리가 죽었습니다. 형수가 말했습니다.
“걔들은 죽을 것 같으면 머리맡으로 자꾸 밀쳐 놓고.”
어미는 냉혹했습니다. 어차피 죽을 놈에게 젓을 물리지 않았습니다. 제대로 자랄 놈만 키우겠다는 어미의 본능이었습니다. 새끼들이 세상의 빛을 본 지 한달이 되었습니다. 들일로 바쁜 형수가 집을 비우면 노순이는 우리집에 나타나 얼굴을 쳐다보며 야~~ 옹! 야~~ 옹! 졸랐습니다. 새끼가 있는 광문을 열어달라는 뜻입니다. 글줄을 이어가는 지금, 현관문 밖에서 노순이의 보채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문을 밀치자 노순이가 힐끔 뒤를 돌아보고, 부지런히 자기집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고양이 새끼들은 보름이 되면 눈과 배가 뜨인다는 말을 제대로 듣게 되었습니다. 당연하게 눈을 떠 세상을 보게 되었고, '배가 뜬다'라는 말은 기어다니지 않고 네 발로 걷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대빈창을 아시는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섬칫하다. - 2 (0) | 2022.06.22 |
---|---|
다랑구지의 망종芒種 (0) | 2022.06.13 |
소만小滿의 대빈창 들녘 (0) | 2022.05.23 |
까마귀 이제 바다를 넘보다. - 3 (0) | 2022.05.13 |
삼보 예비선 (0) | 2022.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