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건축과 미술이 만나다 1890-1940
지은이 : 임석재
펴낸곳 : 휴머니스트
나의 책장에는 건축학 대중서가 두 손가락으로 부족할 만큼 어깨를 겨누었다. 가장 좋아하는 글은 故 정기용과 승효상이었다. 건축사학자 임석재(1961년 - )의 책은 세 권이었다. 한국 건축에 비친 20가지 자화상 『건축, 우리의 자화상』(인물과사상사, 2005), 한국 건축 현실로 바라 본 우리 사회와 문화를 비평한 『교양으로 읽는 건축』(인물과사상사, 2008), 한국 전통건축과 서양식 건축을 비교한 『우리 건축 서양 건축 함께 읽기』(컬처그라퍼, 2011) 이었다.
임석재는 건축학계의 파워라이터였다. 그의 첫 책은 『추상과 감흥』(문예마당, 1995)으로, 2021년 말까지 57권의 저서를 펴냈다. 1년 평균 2.3권의 필력을 자랑했다. 『건축과 미술이 만나다』는 건축과 미술 사이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관찰하여 두 장르의 연관성과 차이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첫째 권, 1890-1940은 모더니즘으로 불리는 20세기 전반부의 50년을 대상으로 했다. 둘째 권, 1945-2000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현대미술 전반을 살폈다. 풍부한 도판 80컷은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각 장은 사조가 갖는 시대적 의미, 예술적 고민, 문명에 대한 입장, 대표예술가를 소개했다.
책은 1장. ‘과거에서 미래로’의 01 「아르누보, 보수와 진보의 가치를 연결하다」로 시작되었다. 아르누보Art Nouveau는 1890-1900년대에 진행된 초기 모더니즘의 대표양식이었다. 프랑스의 아르누보 건축가 기마르(H. Guimard, 1867-1901년)는 파리 지하철 역사를 설계했고, 프랑스의 후기 인상주의 화가 툴레즈 로트레크(Toulouse-Lautrec, 1864-1901년)의 대표작은 1892년 작 포스터 〈물랭루즈로 들어서는 잔 아브릴〉이었다. 7장 ‘전체주의 시대’의 20 「파시즘 예술, 고전주의의 전통을 끌어오다」가 마지막 꼭지였다. 파시즘은 이탈리아의 예술 전통, 특히 찬란한 고전주의 전통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노골적인 선전 경향 이외에 순수예술운동을 혼합했다. 파시즘 화가 이탈리아의 프람폴리니(E. Prampolini, 1894-1956년)의 대표작은 1931년작 〈‘전진!’의 점화〉였고, 이탈리아 합리주의 건축가 테라니(G. Terragni, 1904-1943년)는 〈코모 카사 델 파시오, 1932-36년〉를 설계했다.
표지그림은 독일의 나치즘 건축가 슈페어(A. Speer, 1905-1981년)의 〈베를린 국회의사당〉 계획안이다. 슈페어는 1930년대 전체주의 독일의 건축 양식을 고대 전제 정권의 거석구조에서 찾았다. 베를린 국회의사당 계획안은 베를린 재개발 계획의 하이라이트로 이집트 신전과 판테온을 합한 거석구조로 디자인되었다. 독일의 신객관성그룹 화가 후부히(K. Hubbuch, 1891-1979년)의 1923년 작 〈쾰른 여자 수영선수〉다. 그림은 쾰른 성당 앞을 흐르는 라인강에 세워진 철교가 배경이다. 철교 위의 튼튼한 여자 수영선수는 생산성 증대를 위한 노동력을 상징했다.
이 땅의 갖은 자들은 부동산 투기로 땀 한 방울 안 흘리고 지상천국을 구가했다. 한국경제는 이들의 뒤치다꺼리에 허우적거렸다. 건축사학자는 말했다. “자본주의 발생지 유럽은 성찰적 반성으로 물신숭배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중산층 대부분은 집 한 채로 만족하며 도시의 공공시설이 제공하는 공원과 미술관을 즐기며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집을 투자 개념으로 바라보고, 외부 경제의 영향이 미칠 때마다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는 실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