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당신이 몰랐던 K

대빈창 2022. 6. 27. 07:00

 

책이름 : 당신이 몰랐던 K

지은이 : 박노자

펴낸곳 : 한겨레출판

 

OTT 서비스 《넷플릭스》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오징어 게임〉과 〈지옥〉의 K-콘텐츠. 전 세계적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휩쓴 〈BTS〉와 〈블랙핑크〉의 K-POP. 코로나-19 펜데믹의 초기방역에서 세계의 이목을 주목케 한 K-방역은 대한민국의 자랑이었다. 표제의 K는 한국의 영문 이니셜이었다. 2021년 7월 2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만장일치로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했다. 경제규모에서 보면 이미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던 한국은 이번 격상을 쾌거로 샴페인을 터뜨렸다. 흔히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60년간의 경제성장은 눈부셨다. GDP는 421배 커졌고, 수출액과 정부 예산규모는 1만 배 이상 늘어났다.  과학기술 투자액은 미국, 중국, 독일, 일본 다음으로 세계 5위였다.

소련 레닌그라드 태생의 귀화인 박노자(朴露子)는 우리가 잘 모르거나 아니면 알고도 외면했던 선진국 대한민국의 불편한 진실을 직시했다. 선진국 대한민국은 ‘빛 좋은 개살구’이거나 ‘알맹이 없는 부실한 껍데기’였다. 『당신이 몰랐던 K』는 경계인의 시선으로 선진국 한국의 모순과 부조리를 날카롭게 해부한 글들을 6장 37꼭지에 나누어 실었다.

 1장 「과거- 돌아오는 망령들」은 한국은 영양 부족과 기아와 같은 전통적 빈곤을 극복했으나, 시간·관계 빈곤에 시달렸다. 인구 10만명당 세계 평균 자살률은 9명이었다. 한국은 26.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에서 단연 최악으로 ‘자살공화국’이었다. 신생 선진국 대한민국에서는 매일 평균 3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20-44세 미혼남녀 가운데 실제 이성교제를 하는 사람은 10명중 3명에 불과했다. 결혼·동거·연애가 사치로 통하는 시대였다.

2장 「위계-‘높으신 분’ 없는 세상을 위하여」는 한국사회의 엄격한 권위주의를 비판하고, 신분제로 작동하는 학벌을 꼬집었다. 21세기 대한민국은 ‘2세 사회귀족’들이 부모의 사회적 지분을 그대로 세습했다.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대다수의 한국인들에게 최소한의 사회적 신뢰 구축은 불가능했다.  

3장 「혐오-나는 혐오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가장 중요한 정서적 키워드는 혐오였다. 휴거(휴먼시아, 즉 한국토지공사가 지은 임대주택에서 사는 거지), 빌거(빌라에서 사는 거지), 임거(임대아파트에서 사는 거지), 월거지(월셋방에서 사는 거지), 전거지(전셋집에서 사는 거지), 엘사(LH, 즉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지은 주택에서 사는 사람), 이백충(한 달에 200만 원 이하의 소득으로 사는 벌레 같은 사람).

4장 「 노동-일이라는 식민지」는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식민화하고, 삶 자체를 빼앗아가는 노동 현실을 다루었다. 프레카리아트(precariat)는 '불안 노동자들의 계층 - 비정규직·저임금·무주택 노동인구'를 가리켰다. 한국은 비정규직 비율(약 36%), 저임금노동자(전체 고용 인구의 23.7%), 영세 자영업자(전체 근로인구의 약 18%)의 비중과 무주택 가구(전체 가구의 43%)로 프레카리아트가 전체 인구의 35-40%를 차지했다. 

5장 「세계-‘아래로부터’의 세계화를 위하여」는 몸은 아시아의 일원이면서 머리는 제국주의 열강이었던 미국과 유럽을 추종하며 약소국가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낳는 사회현상을 다루었다. 저자는 제주 모슬포 시골 성당에서 예멘 난민들을 만나면서, 민중을 위한 세계화는 난민이 된 해외 형제자매에 대한 연대와 배려에서 시작된다고 보았다.  한국은 동남아시아와의 교역 비중이 대미 교역 비중보다 더 크지만, 한국의 세계사 교과서에서 동남아시아의 역사는 단편적인 언급 이상은 없다.

6장 「미래-사라져야 할 것들, 와야 할 것들」은 한국이 진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다루었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7위다. 1인당 배출량은 비슷한 산업구조를 가진 일본이나 독일보다 높다. 2019년 ‘기후위기대응지수(CCPI) 2020'을 보면 한국은 주요 61개 산업국가 중 58위였다. 

대한민국은 구조적 병리사회였다. 한국의 GDP는 전 세계 10위권, 3만2천달러로 유럽연합의 3만3천달러에 가까웠다. 하지만 개인의 삶의 질은 그 어느 산업화된 국가보다 훨씬 열악했다. 오늘날 한국형 자본주의 모델은 불안정한 고용과 과잉경쟁, 그리고 장시간·고강도 노동이었다. 한국이 진짜 선진국으로 나아가려면 신자유주의의 붕괴와 기후 위기에 맞서 ‘한국식 생태형 복지국가’ 건설이 절실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고등교육·의료 무상, 공공의료기관 병상 확충, 기후위기 대응차원 도시농업 장려, 기후난민 폭증에 대비한 이민정책 등 현실적인 대안이다. 

'책을 되새김질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건축과 미술이 만나다 1945 ~ 2000  (0) 2022.07.04
내 생에 아름다운 봄날  (0) 2022.06.29
강제이주열차  (0) 2022.06.24
건축과 미술이 만나다 1890 ~ 1940  (0) 2022.06.20
수학자의 아침  (0) 2022.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