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내 생에 아름다운 봄날

대빈창 2022. 6. 29. 07:00

 

책이름 : 내 생에 아름다운 봄날

지은이 : 이흔복

펴낸곳 : 도서출판b

 

내가 갖고 있는 시집은 2021년 10월 초판1쇄였다. 〈도서출판b〉의 발행인 시인 조기조가 쓴 |서문|을 보면, 시인은 2015. 9. 24. 뇌출혈로 쓰러져 현재까지 투병 중이었다. 병증은 호전되었지만 후유증으로 거동과 소통이 원만하지 않다고 한다. 시인의 안타까운 사정으로 시집을 선뜻 펼치기가 저어대었다. 시집이 나온 지 육개월이 넘어갔다. 시인이 병을 툭툭 털고 일어났으면 좋겠다.

오늘로 시인 이흔복의 시집 전부를 손에 펼쳤다. 시인은 1986년 문학 무크지 『민의民意』로 시단에 나왔다. 시력詩歷 36년 만에 시집 네 권이 전부였다. 그 흔한 산문집 한 권 없었다. 9년에 시집 한 권을 상재한 지독한 과작의 시인이었다. 문인 동료들이 가족의 양해를 구하고, 발병 이전에 써놓은 시들을 모아 새 시집을 펴냈다. 1・2부에 나뉘어 37편이 실렸다.

표사는 시인 박철과 손세실리아가 부조를 했다. 해설은 맹문재(시인・문학평론가)의 「인학의 서정시」였다. 평론가는 해설에서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을 공자가 제시한 “인학仁學이 시 세계의 토대를 이루었다고.”고 분석했다. 시편들은 여리리여린 감성으로 도저한 허무의 밑바닥을 보여 주었다.

 

배롱나무 / 피카소 / 우담바라 / 미스김라일락 / 동강할미꽃 / 판디아 / 단재 선생 / 나타나엘 / 경전선 / 우전차雨前茶 / 구스타프 클림트 / 미황사 / 철원 / 길등산 곱향나무 / 미켈란젤로 / 이태백 / 난타 / 이중섭 / 봉새

 

등이 詩의 제재였다. 네 편의 연작시「내가 사는 날」은 박두진의 시 「山이 좋다」에서, 세 편의 연작시 「나는 내가 그립다」는 이문재의 시 「마음의 감옥」에서, 마지막 시 「나는 마음이 울어라」는 박두진의 시 「靑山道」의 한 구절에서 제목을 빌려왔다. 부제가 ‘아내에게’인 표제시 「내 생에 아름다운 봄날」의 전문이다.

 

나는 네 가슴을 너는 내 가슴을 찬찬 얽동여 숨을 모았다. 그렇게 하여 우리 사랑의 두 탄생이 우리에게 매일을 절절히 접근해온다. // 이 세상 모든 이의 가장 고요히 소중한 만큼의 그 사랑으로 우리는 잡사랑 행여 섞일세라 이 사랑 가지고 일생을 어떻다,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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