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세상을 바꾼 나무

대빈창 2022. 7. 5. 07:00

 

책이름 : 세상을 바꾼 나무

지은이 : 강판권

펴낸곳 : 다른

 

『세상을 바꾼 나무』는 나무인문학자 강판권(1961년 - )의 역사·문화·사회·생태 등 통합적이고 다각적인 시각으로 인류의 삶과 문명을 나무와의 관계로 풀어놓았다. 나무학자는 머리말 「나무의 기억을 통해 역사를 본다」에서 “나무로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나무를 인문생태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1장 '숲과 문명의 흥망성쇠‘는 세계 4대문명(메소포타미아, 인더스, 이집트, 황허)과 그리스·로마문명, 이스터섬, 아메리카 원주민 아나사지 문명 등 지구상에 존재했던 모든 문명의 멸망은 숲의 파괴에서 비롯되었다.

2장 ‘우주목과 신화’는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는 신성한 참나무 가지에 얹힌 요람에서 자랐다. 도도나 지방의 상수리나무 숲에서 바람이 잎사귀를 스치며 내는 소리를 제우스의 목소리로 여겼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바빌로니아의 〈길가메시 서사시〉(기원전 2000년경)에서 주인공 길가메시는 삼나무 숲의 수호신 훔바바를 무찌르고 숲을 파괴했다. 북유럽 신화의 세계수世界樹는 물푸레나무 이그드라실이었다. 시베리아 샤먼들의 우주수宇宙樹는 자작나무였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주목은 헤카테Hekate에게 바친 나무였다. 소나무는 한국에서 경북 안동 제비원을 배경으로 탄생설화를 가진 나무였다. 중국의 소수민족 이족·아미족·토산족의 탄생설화는 대나무와 관련되었다.

3장 ‘한 그루의 나무로 읽은 세계사’는 기원전 126년 한나라 무제 때 장건이 서역에서 돌아오면서 석류를 가져왔다. 누에치기는 중국 황제의 비妃인 서릉씨西陵氏가 처음 시작했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중국 비단은 비단길을 통해 로마로 수출되었다. 기원전 14세기경의 이집트는 가로수로 무화과無花果를 심었다. 대추야자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생지 유프라테스강· 티그리스강 유역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고 있다. 중국 황토고원에 5,000살의 측백나무가 살아있다.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는 플라타너스나무 그늘 아래에서 제자들에게 의술을 가르쳤다. 향신료 정향·육두구를 생산할 수 있는 곳은 인도네시아 동부 몰루카 제도 뿐이었다. 중국 윈난성 전위안 현 천가채의 ‘차수왕茶樹王’은 2,700살이 넘었다.

4장 ‘한 그루의 나무로 읽는 한중일의 문화’는 일본 교토 고류지의 일본 국보 제1호 반가사유상은 한반도의 소나무로 만들어졌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의 겨울나무는 소나무와 측백나무였다. 일본을 상징하는 금송金松은 소나무과가 아니라 낙우송과에 속했다. 전남 해남 녹우당의 ‘학자수學者樹’라 불리는 회화나무는 400년을 살았다. 전남 조계산 송광사 천자암의 썅향수雙香樹는 향나무 중에서 가장 뛰어난 나무였다. 강원 고성 삼일포의 매향비는 1309년(고려 충렬왕 원년)에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매향비埋香碑였다. 중국 당나라 과거 합격자들의 축하 행사는 수도 장안의 명승 곡강曲江가의 살구꽃이 무성한 행원杏園에서 열렸다. 은행나무의 고향은 중국 저장성의 천목산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매화는 산청 지리산 단속사터의 정당매政堂梅로 600년이 넘었다.

5장 ‘나무와 제국주의’는 스코틀랜드의 오거스트 헨리는 1882년부터 채집한 16만종의 중국 식물을 영국으로 보냈다. 영국의 어니스트 윌슨은 3차에 걸쳐 중국에서 식물을 채집했는데, 중국 원산 백목련白木蓮이 들어 있었다. 한국 나무 이름에는 일본 식민 통치의 흔적이 강하게 남아있다. 한 그루의 나무에 민족의 슬픈 역사가 담겨있었다. 맺음말 「나무와 인류의 미래」에서 마을 사람들이 매년 제사를 지내고, 나무에게 재산을 물려 준 특별한 두 나무(신목神木·당산목堂山木)를 소개했다. 경북 예천 근남리의 천연기념물 제 400호 팽나무 황목근黃木根과 경북 예천 천향리의 천연기념물 제 294호 소나무 석송령石松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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