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죽비소리
지은이 : 정민
펴낸곳 : 마음산책
“죽비소리를 듣고 싶다. 정신이 번쩍 드는 말씀은 어디 있나?”
『죽비소리』의 헌사다. 한문학 문헌에 담긴 전통의 가치와 멋을 현대의 언어로 되살려온 고전인문학자 정민鄭珉이 엮은 우리나라 문장가들의 금언집이었다. 나는 뒤에 가나다순으로 실린 〈작가 소전〉부터 읽었다. 고려 중기 청평거사淸平居士 이자현(李資玄, 10612-1125년)부터 조선 말 함재涵齋 안종화(安鍾和, 1860-1924년)까지 55명의 인물을 소개했다.
부제가 ‘나를 깨우는 우리 문장 120’이었다. 고전인문학자는 옛글을 읽다가 쾌재를 부르는 문장을 만나면 하나하나 갈무리해 두었다. 현실은 서양과 중국의 금언집이 흔하게 눈에 뜨였다. 책은 선조들의 심오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발췌, 번역하고 평설을 달았다.
첫 문장은 조선 후기의 화가 우봉又峯 조희룡(趙熙龍, 1789-1866년)의 『한와헌제화잡존漢瓦軒題畵雜存』에서 마음이 열리지 않으면 난초 하나 바위 하나 그려지지 않는다는,
昨日不可, 今日不可. 謹擇開心吉日, 擬爲先生壽供. 一蘭一石, 難於摘星. 慘憺經營, 從覺索然. 雖未畵, 猶畵耳.
에서, 조희룡趙熙龍의 『석우망년록石友忘年錄』의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다만 새로워 보이는 것만 있을 뿐이다라는,
自有書契以來, 天下萬理, 古人說盡無餘. 後之人, 雖竭力殫思, 欲出古人所不道處, 而終不外乎古人已道者. 葉石林所云, ‘世豈有文章? 只有減字換字法’者, 是耳. 然減換之中, 文境轉新. 古人已經道者, 如不經道者, 是乃妙諦.
까지. 회심會心 / 경책警策 / 관물觀物 / 교유交遊 / 지신持身 / 독서讀書 / 분별分別 / 언어言語 / 경계警戒 / 통찰洞察 / 군자君子 / 통변通變. 12가지 주제에 10편씩 120문장을 소개했다. 나에게 가장 와닿는 금언 하나를 고르라면 조선 중기의 학자 시남市南 유계(兪啓, 1607-1664년)의 「잡지 雜識」의 한 문장,
喜時之言, 多失言. 努時之言, 多失體.
기쁠 때의 말은 신의를 잃기 쉽고, 성났을 때의 말은 체모를 잃기 쉽다.
'책을 되새김질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차도르를 벗고 노르웨이 숲으로 (2) | 2022.07.08 |
---|---|
악의 평범성 (2) | 2022.07.07 |
세상을 바꾼 나무 (0) | 2022.07.05 |
건축과 미술이 만나다 1945 ~ 2000 (0) | 2022.07.04 |
내 생에 아름다운 봄날 (0) | 2022.0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