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건축과 미술이 만나다 1945-2000
지은이 : 임석재
펴낸곳 : 휴머니스트
건축과 미술을 시각예술이라는 종합적인 시각에서 통사적으로 장르 교차를 시도한 『건축과 미술이 만나다』의 둘째 권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조-개념-작가-작품’등 유사성을 보이는 예를 쌍으로 대응시켜 현대예술의 흐름 전반을 살폈다. 1권과 마찬가지로 도판 80컷이 실려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각 장은 사조가 갖는 시대적 의미, 예술적 고민, 문명에 대한 입장, 대표예술가를 소개했다.
책은 1장 ‘탈모더니즘과 모더니즘 재해석’의 01 「아르브뉘·뉴 브루털리즘, 비합리적이고 추한 것도 인간 본성이다」로 시작되었다. 아르브뉘Art Brut는 194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까지 지속된 비정형 미술로 반합리주의적 입장에서 구상-비정형 경향으로 나타났다. 건축의 뉴 브루털리즘(New Brutalism, 신야수주의)은 육면체와 고급 건물 중심의 전통 모더니즘을 거부하고, 대안으로 자유 형태와 가설물을 추구했다. 대표작은 프랑스의 아르브뉘 화가 뒤뷔페(J. Dubuffet, 1901-1985년)의 1969년 작 〈작은 숲Le Boqueteau〉과 영국의 뉴 브루털리즘 건축가 헨더슨·파올로치·스미스슨 부부의 공동작 1956년작 〈파팅와 파빌리언〉이다.
7장 ‘대지와 테크놀러지’의 20 「미디어 아트, 새로운 예술을 창조하는 다감각예술」이 마지막 꼭지였다. 미디어 아트는 회화와 조각 중심의 전통 장르를 깨고 매체의 확장과 다양화를 통해 새로운 예술세계를 정의하려는 큰 흐름이었다. 대표작은 아일랜드 출신의 미디어 아트 작가 레빈(L. Levine, 1935년 - )의 1987년작 〈너 자신을 팔아라〉와 우스터훠스어소시에이츠(Oosterhuisassociates) 그룹의 〈트랜스포츠〉였다. 20세기 비디오 아트를 창시한 전위 예술가 백남준(白南準, 1932-2006년)과 전위 음악가 케이지(J. Cage, 1921-1992년)의 〈4분33초〉가 내가 알고있는 미디어아트 예술인이었다.
표지그림은 형태주의Formalism 건축가 루돌프(P. Rudolph, 1918년- )가 설계한 1960년작 잭슨빌, 플로리다의 〈밀람주택〉이다. 콘크리트를 선형 요소로 삼아 만든 크고 작은 여러 종류의 육면체 윤곽 조합으로 건물 전체가 구성되었다. 추상표현주의화가 잭슨 폴록(J. Pollock, 1912-1956년)의 1948년작 〈넘버 4, 1948: 회색과 붉은 색〉이다. 그의 드리핑dripping 기법은 화가가 아닌 지구 중력이 그림을 그려준다는 생각으로, 회화의 전통적 개념을 깨는 새로운 발상의 전환이었다.
미국의 신기념비주의 건축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미국이 자국의 국력을 과시하고 싶은 미국 국민들의 요구를 만족시켜 크게 유행했다. 1960-80년대의 제3세계 대도시의 대형 공공건물에 유사한 경향이 크게 일었다. 우리나라도 유신정권-5공화국-6공화국의 군사독재 정권시기 세종문화회관, 예술의 전당, 전쟁기념관, 헌법재판소 등 많은 건물이 지어졌다. 그 시절 독재 권력이 내세운 민족주의는 군사 정권의 합리화 수단이었다. 군사 독재는 미국의 조종에 놀아나는 꼭두각시 정권이었다. 미제국주의의 양식 신기념비주의가 종속 관계의 독재 정권에 수출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