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차도르를 벗고 노르웨이 숲으로

대빈창 2022. 7. 8. 07:13

 

책이름 : 차도르를 벗고 노르웨이 숲으로

지은이 : 권삼윤

펴낸곳 : 개마고원

 

책장의 문명비평가・역사여행가 권삼윤(權三允, 1951-2009)의 여행기는 세 권이었다. 『두브로브니크는 그날도 눈부셨다.』(효형출판, 1999), / 『문명은 디자인이다』(김영사, 2001), / 『차도르를 벗고 노르웨이 숲으로』(개마고원, 2001). 20여 년의 세월이 묵은 책들이었다. 나는 책들을 다시 펼쳤다. 1981년 유럽 문화기행을 시작으로 저자는 살아생전 전 세계 60개국을 여행했다. 책의 부제는 ‘세계 여성 문화 기행’이었다. 

나는 표제에서 ‘차도르’를 여성 억압, ‘노르웨이의 숲’을 여성 해방의 상징으로 읽었다. 책은 4부에 나뉘어 65개 챕터로 구성되었다. 130여 컷의 사진을 통해 저자는 여행 지역의 문화와 역사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 주었다. 저자의 발걸음은 아랍・이슬람권의 요르단・시리아・이란・이라크・모로코・이집트・이스라엘에서 터키・그리스를 거쳐 북유럽 스칸디나비아의 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에 닿았다.

아랍・이슬람 문화권의 ‘차도르’는 눈과 코를 제외한 얼굴 모두를 천으로 가렸다. 여성 할레는 이슬람 여성 성기 절제 수술로 여자들이 성욕을 느끼지 못하게 했다. ‘코흘’은 기혼녀의 표지로 이마와 턱에 검은 색 안료로 몇 가닥의 선을 그었다. 아프리카 대륙 북서부 모로코 아틀라스 산맥 아래의 아이트 하디두 부족의 남자는 무셈이라는 시장에서 여성을 사서 곧장 약혼식을 치렀다. 명예 살인은 여자가 외도를 했거나 정숙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아버지, 오빠, 남편의 손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국경지역 라자스탄Rajasthan에 가장 가혹한 성차별이 존재했다. '쿠카리kukan'는 신부의 공개적인 순결테스트 제도였다. 영국 식민지배 시절, 식민모국 남자에게 여자들이 강간을 당했고, 피식민지 남자들은 힘없는 여자들에게 책임을 물었다. ‘사티sati'는 남편이 죽으면 시신이 불타는 화장단 위로 부인이 올라가  타 죽는 악습이었다. 힌두교 승려들이 패전한 전사의 미망인들에게 정복자에게 정조를 짓밟히기보다 자살을 택하도록 한데서 유래했다.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하렘은 여인들의 격리된 거소였다. 고대 그리스 올림픽에서 여성들은 참가할 수 없었다. 또한 경기를 관람할 수조차 없었다. 노르웨이의 시인・극작가 헨리 입센(1828-1906)이 희곡 『인형의 집』을 발표한 것이 1879년이었다. 줄거리는 전통적인 가정에서 자신이 인형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은 주인공 노라가 가출했다. 사람들은 흔히 노르웨이를 20세기 여성해방 운동의 진원지이자 프리섹스의 나라로 생각했다. 여기서 프리섹스는 아무하고나 관계를 맺는 난잡한 성생활과 아무 상관이 없다. 성의 상품화・도구화가 아닌 사랑으로 이루어지는 평등한 섹스를 가리켰다.

척박한 사막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가족・혈족과 연계할 수밖에 없었다.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그들뿐이었다. 다른 가족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 결혼을 통한 통합이었다. 하지만 연대가 강화될수록 그 피해는 여성에게 전가되었다. 부계중심 사회는 피의 순수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수많은 여성을 죽음에 몰아넣는 악습이 성행했다. 북유럽의 여성 취업률은 90%에 달했다. 결혼을 해도 남편과 부인이 자녀양육을 반반씩 분담했다. 저자는 말했다.

“북유럽의 경우는 오래 전부터 교회를 중심으로 사회보장제도가 실시되고 있었습니다. 어려울 때는 공공기관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아무리 가난해도 몸을 팔거나 굶어죽는 사람이 없었죠. 그러다보니 혈연이 그렇게 중요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당연히 여성을 억압하는 문화도 자리잡지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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