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느리게 걷는 즐거움
지은이 : 다비드 르 브르통
옮긴이 : 문신원
펴낸곳 : 북라이프
다비드 브르통은 서문 「다시 한 번 걷기를 예찬한다」에서 ‘『걷기 예찬』이후, 여전히 걷기를 멈추지 않은 나는 그때와는 다른 글쓰기의 길을 걸으며 또 다른 경험과 만남 그리고 새롭게 읽은 책’(6쪽)에 대해 이야기했다. 책은 십 년 만에 펴내는 『걷기 예찬』의 속편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걷기 예찬』은 2002년 1월에, 『느리게 걷는 즐거움』은 2014년 3월에 초판 1쇄가 발간되었다.
책은 오늘날 걷기가 신체를 되찾고 타인들과의 관계회복에 꼭 필요한 활동으로 여겨지는 것을 이야기한 첫 꼭지 「걷기의 위상」에서, 마침내 자아의 행복한 변화에 도달하는 좁은 문을 열어준다는 마지막 꼭지 「길 끝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것」까지 21꼭지로 구성되었다. 글들은 두 쪽 분량의 「길을 걷는 여자들」에서 무려 스물여섯 쪽을 차지하는 「오래 걷기」까지 다양했다.
책은 걷기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과 감동들을 고스란히 옮겨 놓았다. 빅토르 위고, 헤르만 헤세, 미셸 드 몽테뉴, 장 자크 루소, 헨리 데이비드 소로, 르네 데카르트, 밀란 쿤데라, 장 그르니에, 라이너 마리아 릴케, 존 뮤어, 쇠렌 키에르케고르, 마쓰오 바쇼, 찰스 다윈, 발터 벤야민, 아르튀르 랭보, 마르셀 프루스트, 샤를 보들레르, 오노레 드 발자크, 가스통 바슐라르 등. 걷기를 즐겨했던 수많은 작가들의 작품에서 150여 편의 글을 인용했다. 붉은 펜 그림 또는 에칭으로 보이는 판화 13점과 밤하늘 사진 1컷이 실렸다.
나는 오랜 도보 여행을 떠난 탐험가들을 그린 20번째 꼭지「오래 걷기」가 인상에 남았다. 미국 국립공원 창립에 이바지한 위대한 자연주의자 존 뮤어는 평생을 걸었다. 존은 1867년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출발해 플로리다 주의 키스 제도까지 천오백 킬로미터의 도보여행을 시도했다. 그는 하루에 보통 사십여 킬로미터를 걸었다. 이탈리아의 열정적인 산악인 펠리스 베누치는 1942년 케냐산 근처의 영국포로수용소에 갇혀있었다. 그는 동료 두 명과 함께 탈옥에 성공했다. 그들은 탈옥 8일 후, 레나나봉에 이탈리아 깃발을 꽂고 확실하게 보이도록 메시지를 매달고 포로수용소로 귀환했다. 베르나르 올리버는 1999년 5월, 4년에 걸친 도보여행의 첫발을 내딛었다. 그는 이스탄불에서 중국의 시안까지 12,000킬로미터 실크로드를 횡단했다. 삼 년 동안 석 달에서 넉 달까지 세 단계에 걸쳐 매번 2,500킬로미터에서 3,000킬로미터 정도 나누어서 여행을 했다.
지리산 둘레길, 해파랑길, 일본 시코쿠 순례길, 히말라야 트레킹. 도보여행하면 우선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걷고 싶은 길이다. 국내최초 장거리 도보길 〈지리산 둘레길〉의 공식 가이드북을 손에 넣었다. 부산 오륙도가 보이는 해안에서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동해바다를 따라 올라가는 〈해파랑길〉은 나의 걷기 로망이었다. 일본 4개 열도에서 가장 작은 시코쿠의 88개의 천년고찰을 참배하는 〈시코쿠 순례길〉은 자연농법으로 살아가는 최성현의 책을 잡고 알았다. 〈네팔 산악도보〉는 트레킹보다 자본주의의 때가 묻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나의 발걸음은 멈추었다. 다비드 르 브르통은 산책을 ‘너무 멀리 길을 나서지 않으면서 숨을 가다듬고 사색의 시간이나 긴장을 푸는 시간’(158쪽)이라고 정의했다. 나는 하루 세 번 대빈창 해변 바위벼랑을 터치하는 산책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