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혼자의 넓이
지은이 : 이문재
펴낸곳 : 창비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 / 『산책시편』 / 『마음의 오지』 / 『제국호텔』 / 『지금 여기가 맨 앞』
시인이 앞서 펴낸 다섯 권의 시집이다. 나는 출판계 사정을 모른다. 첫·둘째 시집은 출판사가 《민음사》이고, 셋·넷·다섯째 시집은 《문학동네》였다. 나는 첫 시집도 《문학동네》의 재출간본을 손에 넣었다. 『혼자의 넓이』는 ‘창비시선 459’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1982년 시 동인지 『시운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올해로 시력詩歷 40년을 맞았다. 신간 시집은 『지금 여기가 맨 앞』이후 7년 만에 내놓은 여섯 번째 시집이었다. 평균 7년에 한 권의 시집을 내는 과작의 시인이었다. 시집은 3부에 나뉘어 90편이 실렸다. |시인의 말| 「혼자의 팬데믹」도 한 편의 시였다. 해설은 시인 이홍섭의 「‘처음’을 향한 간절한 발원」이었다.
시인 이영광은 표사에서 말했다. “인간은 문명 폭주와 기후위기라는 대재앙 속에 제 발로 들어섰다. 이문재는 잘 안 보이는 그걸 미리 보고서 자신과 세계, 인간과 자연 사이에 광야를 짓고, 거길 떠돌며 외쳐댔다.” 그렇다, 시인은 자타가 인정하는 생태주의 시인이었다. 이번 시집에서도 자본주의 세계와 현대문명에 대한 통렬한 비판, 인간과 생명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성찰을 보여주었다.
시인은 말했다. “저는 식량, 에너지, 땅, 지구, 이런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것에 관심이 있습니다.” 시인은 초기시부터 참다운 문명과 지속가능한 생태에 관한 시를 꾸준히 발표했다. 신간 시집도 생태적 문제의식을 담은 작품들은 여전했다. 「미래에게 미래를」은 『기본소득』창간호 축사였고, 「이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는 시인이 꿈꾸는 사회·국가 공동체를 그렸다. 「남녘 사십구재」는 故 김종철 선생의 사십구재에 쓴 시였다. 그렇다 시인은 『녹색평론』의 편집자문 위원이었다. 마지막은 표제시 「혼자의 넓이」(11쪽)의 일부분이다.
해가 뜨면 / 나무가 자기 그늘로 / 서쪽 끝에서 동쪽 끝으로 / 종일 반원을 그리듯이 / 혼자도 자기 넓이를 가늠하곤 한다 / 해질 무렵이면 나무가 제 그늘을 / 낮게 깔려오는 어둠의 맨 앞에 갖다놓듯이 / 그리하여 밤새 어둠과 하나가 되듯이 / 우리 혼자도 서편 하늘이 붉어질 때면 / 누군가의 안쪽으로 스며들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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