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멍키스패너
지은이 : 프리모 레비
옮긴이 : 김운찬
펴낸곳 : 돌베개
시집-『살아남은 자의 아픔』 / 장편소설-『이것이 인간인가』 / 연작소설-『주기율표』 / 산문집-『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지금까지 내가 잡은 프리모 레비(1919-1987년)의 작품이다. 지옥 같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아 증언자로 글로 쓰다, 돌연 스스로 생을 마감한 비운의 작가. 레비는 30여 년간 화학자와 작가의 삶을 살아왔다. 『멍키스패너』는 전업 작가로 발표한 첫 작품으로, 1978년 이탈리아 최고의 문학상 스트레가Strega상을 수상했다. 총 14개의 장으로 구성된 장편소설이었다.
일터로 가는 길에서 만난 리베르티노 파우소네와 일인칭 화자(도료 화학자, 프리모 레비)가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 형식의 소설이었다. 파우소네는 이탈리아 피에몬테 출신의 숙련조립공 노동자였다. 그는 이탈리아를 비롯하여 소련, 알래스카, 인도, 북부 산림지대 등 세계 각지의 현장을 떠돌아다니면서 기중기, 현수교, 고압선 철탑, 화학설비, 석유시추 장비 등의 구조물을 조립했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파우소네가 화자에게 들려주는 대화 형식 이야기였다. 노동자들의 사업주에 대한 저주마술(악의적으로 계획된), 철제구조물에 떨어지는 별똥별(봉쇄), 작업을 돕는 영리한 원숭이(조수), 지게차를 모는 여자(대담한 아가씨), 조립공·화학자·작가는 창조물을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 직업(테이레시아스), 알래스카의 석유시추장비 조립(해양 작업), 구리 세공인 파우소네 아버지 인생사(구리판 두드리기), 러시아 볼보강 계곡 다리 교각 들보 공사(포도주와 물), 인도 현수교 지지케이블 설치(다리), 알프스 고지대 고압선 철탑 조립(시간 없음), 러시아댐 건설 현장 기중기 조립(베벨기어). 후반부 세 이야기는 수출용 식품 저장용 깡통의 멸치 저장문제 발생(멸치 Ⅰ), 파우소네의 편지와 선물을 토리노 라그란제 거리의 친척 아주머니들께 전달(아주머니들), 깡통 내부도료 문제 원인 규명(멸치 Ⅱ)은 화자가 파우소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였다.
‘직업의 결실이 일하는 사람의 손에 남아 있도록, 직업 자체가 형벌이 아닌 것이 되도록 싸울 수 있고 또 싸워야 한다.’(122쪽) 파우소네는 숙련조립공으로 자신의 일에 대해 커다란 자부심과 확고한 신념을 가진 노동자였다. 레비는 노동자를 현대사회가 잃어가는 인간의 본성, 곧 두 손으로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창조자·예술가로 그려냈다. 소설은 '노동하는 인간,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만드는 인간 호모 파베르(Homo Faber)'에 대한 예찬이었다.
나는 표지그림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제목 위 공구는 ‘멍키스패너’가 아니라 홈이 파이지 않은 관이나 원봉을 강하게 물고 돌리는 ‘파이프렌치’였다. 정작 멍키스패너는 본문에서 각 장章이 끝나는 페이지 구석에 실루엣으로 그려졌다. 멍키스패너는 볼트나 너트를 조이거나 푸는데 사용하는 공구다. 본문의 한 개 장章의 소제목은 「베벨기어」였다. 베벨 기어(bevel gear)는 교차하는 2축 사이의 톱니바퀴다. 표지그림에서 노동자가 쇠사슬을 한 손에 쥐고 올라 선 거대한 기어는 톱니기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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