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이시카와 다쿠보쿠 단카집
지은이 : 이시카와 다쿠보쿠
옮긴이 : 엄인경
펴낸곳 : 필요한책
일제강점기 『金笠詩集』을 낸 이응수李應洙는 세계 시단 3대 혁명아로 월트 휘트먼(1819-1892년), 김삿갓(1807-1864년), 이시카와 다쿠보쿠(1886-1912년)를 꼽았다. 이시카와 다쿠보쿠(石川啄木)의 본명은 하지메(一)였다. 필명 다쿠보쿠(啄木)는 ‘딱다구리’라는 의미였다. 그는 메이지(明治) 시대 끝자락에 살았다. 시인의 아버지는 일본 동북변방 이와테현의 사찰 주지였다. 아버지가 종단과의 마찰로 주지 자리에서 쫓겨나면서 가세가 급격하게 기울었다. 그의 신산스런 삶의 시작이었다.
시인은 20세에 시집 『동경』을 출간하며 천재라는 찬사를 들었다. 문청 文靑이었던 그는 중학을 자퇴하고 소설가를 꿈꾸며 도쿄로 상경했다.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문예지 편집인, 출판 교정인, 지방신문 기자, 지방 소학교 대리교사를 전전하며 밥을 샀다. 『이시카와 다쿠보쿠 단카집』은 시인이 요절하기 전 편집을 한 유일한 단카집 『한 줌의 모래』와 그가 죽은 후 발간 된 『슬픈 장난감』을 한 권으로 묶었다. 미완성 1수까지 포함해 총 745수의 단카에, 일본어 원문 전문이 수록되었다. 단카는 1,300여 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5구 5・7・5・7・7조 31자로 구성되는 일본 전통 시가 문학의 한 장르였다.
다쿠보쿠는 폐결핵으로 일본 나이 26세에 요절했다. 아주 짧은 삶을 살다 간 그는 이 땅의 많은 예술가에게 영향을 미쳤다. 무용가 최승희는 시인의 예술적 영감을 고백했고,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작가 박태원도 그의 영향력을 기록했다. 시인 백석白石은 이시카와(석천石川)의 ‘石’을 따서 필명을 지었다고 한다. 일본의 문학평론가·사상가 가라타니 고진은 말했다. “이시카와 다쿠보쿠는 자연주의가 탈정치의 이데올로기일 수밖에 없는 것을 지적한 유일한 사람이었다.” 마지막은 故 함석헌 선생이 “이 시를 늦게야 보게 된 것이 부끄러웠다.”고 말한 일본제국주의가 한국을 강제합병한 날에 남긴 이시카와 다쿠보쿠의 단카 전문이다.
지도 위에
한국에다 시꺼멓게
먹칠을 하면서 가을바람을 듣는다
地圖の上
朝鮮國に黑タ
と黑をぬりつつ秋風をき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