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김상욱의 과학공부
지은이 : 김상욱
펴낸곳 : 동아시아
이론물리학자 김상욱의 책을 『떨림과 울림』(동아시아, 2018), 『김상욱의 양자공부』(2017)에 이어 세권 째 잡았다. 『김상욱의 과학공부』는 2016년에 출간되었다. 뒤죽박죽 나의 독서여정은 출간 역순으로 잡았다. 그리고 미국 이론물리학자 리사 랜들과 영국 진화생물학자 닉 레인의 책을 손에 들었다. NETFLIX에서 〈매트릭스〉, 〈지오스톰〉, 〈인투 더 스톰〉, 〈나비효과〉, 〈코어〉, 〈로스트 인 스페이스〉······. SF영화를 찾았다.
책의 카피가 ‘철학하는 과학자, 시를 품은 물리학’이었다. 저자는 시사, 예술, 철학을 종횡무진 횡단하며 과학적 사고・의심・호기심・상상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1장 ‘과학으로 낯설게 하기’는 과학적 사고방식에 대해, 2장 ‘대한민국 방정식’은 비과학적인 한국 사회의 모순에 대해, 3장 ‘나는 과학자다’는 과학과 인문학의 접점을, 4장 ‘물리의 인문학’은 우주에 대하여. 46꼭지의 글들은 두 쪽 분량의 「하루」에서 스물한 쪽 분량의 「빛의 희노애락」까지 다양했다.
숫자만 나오면 더듬거리는 수포자로서 나는 책을 읽어가며 메모했다. 우주는 138억 년 전 하나의 점에서 꽝하고 폭발한 후 지금가지 계속 팽창중이다. 빅뱅이론Big bang theory이었다. 태양은 46억 년 전에 태어났고, 지구의 나이는 45억년이다. 3억 년 전 엄청난 양의 식물이 땅에 매장된 시기를 석탄기Carbonniferous period라고 한다. 땅 속에 있는 ‘죽은’ 유기탄소의 양은 지구상 생물체 전체보다 2만6,000배가 많다.
지구의 역사를 1년이라고 한다면 인간이 출현한 것은 12월 31일 23시 36분이다. 선사시대는 20만년이고, 역사시대는 5,000년에 불과하다. 2억5,000만년전에 일어난 폐름기 대멸종은 해양생물의 96%, 육지척추동물의 70% 이상이 사라졌다. 온실가스가 6도 가까이 올라간 것이 대재앙의 원인이었다. 현재 대기권에 존재하는 온실가스의 농도가 지난 80만년 동안 최고수준이다. 1850년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280ppm에서 현재 400ppm으로 증가했고 평균 온도는 1도가 증가했다. 문자가 발명되고 불과 5,000년 만에 인류는 자멸自滅할 충분한 과학기술을 가졌다.
1812년 5월 24일 영국 펠링 탄광에서 불의의 사고가 발생해 광부 92명이 사망했다. 92명 가운데 14세 이하의 어린이가 20여명에 달했고, 최연소 사망자는 불과 8세였다. 이듬해 12월, 두 번째 폭발로 22명이 또 죽었다. 영국 안전위원회는 과학자 험프리 데이비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폭발의 이유는 갱도에서 발생한 ‘불 증기’ 때문이었다. 데이비는 폭발을 일으키지 않는 안전등을 개발해 탄광의 폭발사고를 방지했다. 영국은 과학적 방법으로 위기를 넘겼다.
국정원 부정선거 개입, 천안함 폭발, 미친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 메르스, 가습기 살균제, 노후화 핵발전소 폐기, 4대강, 세월호 등. 이 땅은 과학적 해결책은 고사하고 민간독재 정권은 데이터를 은폐하고, 성역을 만들고, 합리적 의심에 종북・좌빨 딱지를 붙였다. 물리학자는 말했다. “우리 사회가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많이 잃어버렸다······. 팩트를 중시하기 보다는 감정이 먼저 앞서고 편가르기를 하는 식으로 대응을 해왔다.” 꽃다운 나이의 아이를 가슴에 묻은 단식하는 유가족들 앞에게 치킨과 피자를 배달시켜 폭식・폭언하는 이들이 애국자를 자처하는 것이 오늘날 이 땅의 낯 뜨거운 현실이다. 나는 여기서 합리적 사고는 고사하고 '의식의 정전현상'에 머리속이 하얗게 비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