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시는 붉고 그림은 푸르네 1
엮은이 : 황위평
옮긴이 : 서은숙
펴낸곳 : 학고재
내가 갖고 있는 책은 2003. 2. 10. 초판1쇄였다. 한 시절 나는 출판사 《학고재》의 신간을 앞뒤 잴 것 없이 무조건 손에 넣었다. 내용과 분야와 저자를 불문하고 온라인 서적으로 책을 주문했다. 그랬다. 20년 만에 책술의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 손에 펴들었다. 앞표지 그림은 북송 휘종의 〈상서도祥瑞圖〉, 비단에 채색, 51x138.2㎝, 랴오닝 성 박물관. 동한東漢의 화상전 탁본 〈익사・수확도〉, 39.6x46.6㎝, 쓰촨 성 박물관. 뒤표지 그림은 한대漢代 와당瓦當 탁본 〈주작〉이었다.
책의 구성은 두 개의 서문 궈찬중(過傳忠)의 「가볍고 유쾌한 기분으로 감상하는 시와 회화」, 황위평(黃玉峰)의 「모두의 마음에 아로새겨질 귀인과 같은 존재」. 편집자의 「대화체로 감상하는 중국 명시・명화 100편」 에 이어 본문, 그리고 옮긴이의 「“우연은 미리 준비되어 있는 마음의 편을 든다”- 루이 파스퇴르」이었다. 옮긴이는 2001년 1월 얼어붙은 겨울, 중국 베이징 대학 앞의 한 서점에서 책을 처음 만났다.
첫 챕터의 詩는 2000여 년 전 『시경詩經』 정풍(鄭風)의 「낙엽아(蘀兮)」로 슬픔과 비애 속에 세월과 인생의 소중함에 대한 의미를 담았다. 현대어로 풀이하면 ‘낙엽에 대한 짧은 노래’였다. 『시경詩經』은 모두 305수이고 풍(風), 아(雅), 송(頌) 세 부분으로 나뉘어졌다. 풍(風)은 오래된 민간 가요가 많이 보존되었다. 그림은 중국 최초의 백화(帛畵)로 1949년 창사(長沙)의 동남쪽 진씨(陳氏) 선산의 초나라 묘에서 출토된 〈인물기봉도 人物虁鳳圖〉였다. 전국시대(戰國時代), 수묵에 옅은 채색, 32.1x23.2㎝, 후난(湖南) 성 박물관에 소장되었다.
마지막 챕터의 詩는 당(唐) 중기 원진(元稹, 779-831)의 「백낙천이 강주사마로 좌천되었다는 소식을 듣다(聞樂天授江州司馬)」로 7언절구다. 815년 백거이는 조정 권문세가의 미움으로 수도 장안을 떠나 멀고도 먼 강주의 사마로 귀양을 떠나게 되었다. 그때 원진은 권문세가의 미움으로 통주사마(通州司馬)로 귀양 중이었다. 백거이와 원진은 강직한 성품으로 백성들의 고통에 가슴 아파했다. 그들은 같은 정치적 입장과 태도는 같은 행로・운명으로 맺어진 절친이었다. 그림은 송대(宋代)의 화가 마원(馬遠, 1170경-1269)의 〈답가도踏歌圖〉. 남송, 비단에 수묵, 192.5x111㎝, 베이징 고궁박물관에 소장되었다.
50편의 그림과 시에서 나에게 한 편을 꼽으라면 그림은 송대(宋代)의 화가 장택단(張擇端, ?-?)의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였다. 북송, 두루마기, 수묵, 248x528㎝, 베이징 고궁박물관에 소장되었다. 청명절 변강의 경치를 그림 그림으로 길이가 5.28미터이고, 높이는 2.48미터의 대작이다. 詩는 동진(東晉)의 도연명(陶淵明, 365-427)의 「음주飮酒」로 세속의 초탈을 노래했다.
結廬在人境 초막을 짓고 사람들 속에 살아도
而無車馬喧 말과 수레소리 시끄럽지 않네.
問君何能爾 어찌하여 그런가?
心遠他自偏 마음이 속세를 떠나면 저절로 그렇다네.
採菊東籬下 동쪽 울타리에서 국화를 따다가
悠然見南山 한가로이 남산을 바라보네.
山氣日夕佳 산 기운은 해질 무렵 아름답고
飛鳥相與還 날던 새들은 짝지어 돌아오네.
此中有眞意 여기 참된 뜻이 있으니
欲辨已忘言 말하려다 문득 말을 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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