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시는 붉고 그림은 푸르네 2

대빈창 2022. 9. 1. 07:00

 

책이름 : 시는 붉고 그림은 푸르네 2

엮은이 : 황위평

옮긴이 : 서은숙

펴낸곳 : 학고재

 

『시는 붉고 그림은 푸르네』는 1990년대 중반 상하이 교육 방송국에서 절찬리에 방영된 ‘시정화의詩情畵意’라는 프로그램의 강연 원고집이다. 선진시대先秦時代(기원전 11세기)부터 청말淸末과 현대에 이르기까지 2000여 년이 넘는 시간 속에 창작된 그 많은 시와 그림 가운데 100편을 선택했다. “쉬운 것은 깊이 있게, 어려운 것은 쉽게”라는 원칙으로 정확한 분석을 기한 중국의 역대 명시와 명화를 한 자리에서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기획이었다. 선생과 학생의 문답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한 챕터는 서너 쪽 분량으로 시 한 편과 그림 한 편을 짝지어 설명했다.

앞표지 그림은 청대 양주팔괴揚州八怪의 한사람 이선(李鱓, 1686-1762)의 〈천선도天仙圖〉, 화첩, 종이에 채색, 26.7x39.7㎝, 일본 개인 소장. 또다른 양주팔괴揚州八怪의 한사람 이방응(李方膺, 1695-1755)의 〈유어도遊魚圖〉, 종이에 수묵, 123.5x60.3㎝, 베이징 고궁박물원. 뒤표지 그림은 말의 힘찬 뜀박질을 나타낸 와당瓦當 탁본으로 보였다. 앞날개에 아무 설명도 없고, 1・2권 도판에서 찾을 수 없었다. 차라리 1권의 한대漢代 와당 탁본의 〈청룡〉, 〈백호〉, 〈현무〉에서 하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첫 챕터의 詩는 당唐 중기의 시인 백거이(白居易, 772-846)의 「배에서 원구의 시를 읽다舟中讀元九詩」였다. 권문세족의 화를 입어 강주사마로 귀양을 가는 배 안에서, 통주사마로 귀양을 가있는 친구 원진을 생각하며 쓴 시였다. 때는 당 헌종憲宗 원화元和 10년으로 815년이었다. 그림은 남송南宋의 양해(梁楷, 12세기 후반-13세기 초반)의 〈발묵선인도潑墨仙人圖〉, 화권, 종이에 수묵, 48.7x27.7㎝, 타이베이 고궁박물관에 소장되었다. 양해는 당대唐代에 나타난 발묵법을 인물의 창작에 최초로 적용했다.

마지막 챕터의 詩는 중국 근대의 정치가・사상가 담사동(潭嗣同, 1865-1898)의 「옥중에서 벽에 쓰다獄中題壁」이다. 시인은 1898년 정치개혁운동 무술변법戊戌變法 과정에서 죽음을 맞은 육군자六君子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그림은 현대 화가 황추위안(黃秋園, 1914-1979)의 〈강산설제도 江山雪霽圖〉, 1978년작, 종이에 옅은 채색, 148x104㎝, 황추위안 기념관에 소장되었다.

50편의 그림과 시에서 나에게 한 편을 꼽으라면 그림은 청대 양주팔괴揚州八怪 황신(黃愼, 1687-1770경)의 〈도연명중양음주도陶淵明重陽飮酒圖〉였다. 종이에 옅은 채색, 24.8x24.5㎝, 톈진시 역사박물관에 소장되었다. 9월9일 중양절 산책을 나가 국화를 감상하던 도연명에게 왕홍王弘이 인편으로 술단지를 보내왔다. 도연명이 큰 잔으로 벌컥벌컥 술을 들이키는 모습이다. 詩는 문장을 다듬는 퇴고推敲라는 말의 주인공 당唐나라 가도(賈島, 779-843)의 「은자를 방문했으나 만나지 못하다尋隱者不過」였다.

 

松下問童子   소나무 아래서 동자에게 물었더니

言師采藥去   스승은 약초 캐러 갔다고 하네.

只在此山中   이 산속에 있거늘

雲深不知處   구름 깊어 그곳을 모른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