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택시 드라이버

대빈창 2022. 8. 30. 07:00

 

책이름 : 택시 드라이버

지은이 : 최성각

펴낸곳 : 세계사

 

내가 ‘환경운동하는 작가’ 최성각의 글을 처음 접한 것은 『신춘문예당선 작품집』에 실린 중편소설 「잠자는 불」이었다. 그리고 당선작을 표제로 삼은 소설집(1988)을 잡았다. 생태인문 격월간지 『녹색평론』에서 펴낸 생태산문집 『달려라 냇물아』(2007)를 만났다. 20여 년 전 저쪽의 세월, 탄광촌을 배경으로 한 소설과 작가를 떠올렸다. 그리고 엽편소설집  『택시 드라이버』(세계사, 1996)와 『사막의 우물 파는 인부』(도요새, 2000)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15여 년의 시간이 흘렀고, 나는 소설집을 다시 펴들었다.

문학평론가 김경수는 표사에서 엽편소설葉篇小說 양식을 이렇게 설명했다. 200자 원고지 4매에서부터 20매 안팎으로 짧고, 또 그로인해 독자들이 앉은자리에서 짧게는 1분, 길게는 10분 정도면 한편의 소설에 대한 독서를 끝낼 수 있다. 과테말라 작가 아우쿠스토 몬테로소의 작품 「공룡」은

 

“깨어나보니 공룡은 아직 거기에 있었다.”

 

가 작품의 전부였다. 스페인어 일곱 단어로 된 이 글은 시가 아니고 소설이었다. 엽편소설집을 열자 3개의 제사題詞가 나타났다.

 

좋은 것은, 짧다면, 두 배로 좋다 - 발타자르 그라시안

꽃과 어린이와 새가 세상에 존재하는 한 두려워할 것이 없다 - 니코스 카잔차키스

하루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가 - 파블로 네루다

 

카잔차키스와 네루다의 글은 1부와 2부의 소제목이기도 했다. 서문은 문학평론가 우찬제의 「아름다운 영혼, 작은 이야기, 진실의 울림」이었다. 1부 20편의 글들은 아름다운 영혼의 소유자들에 대한 이야기였고, 2부 18편의 글은 세태풍자로 사회비판적인 글들이었다.

1부 마지막 글 「미모사」는 작가의 생태학적 상상력이 빚어 낸 작품이었다. 화자는 아파트 1층 통유리로 보이는 정원의 나무 한 그루에 반해 이사를 결정했다. 초등학생 딸 세민이는 새로 이사 온 집에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정원의 나무 미모사가 갑갑하고 덥다고 꿈에 나타나 하소연하기 때문이다. 화자의 가족은 고심 끝에 나무방향으로 꽁무니를 대고 주차한 차들에 메모를 남겼다.

표제 「택시 드라이버」는 세 편의 연작소설이었다. 부제는 각각 ‘횡재’, ‘목격자’, ‘포커광’이다. 1・2편은 갈데까지 간 타락한 성풍속도를 그렸고, 3편은 택시손님 포커 중독자 산악작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천민자본주의의 각자도생各自圖生의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부랄 친구 중에 고향 읍내에서 개인 택시를 모는 친구가 있다. 친구들은 나이가 들면서 설날과 추석 전날, 두 번 만나 술잔을 기울였다. 친구는 술에 취하면 택시를 타는 부녀자들의 문란한 성을 침을 튀기며 성토했다. 나는 술에 쩔은 시커먼 얼굴에서 고달픈 삶의 애환을 읽고 친구의 술잔에 소주를 따랐다.

마지막은 환경운동하는 작가의 말이다. "문학이 찬탄의 대상이었던 시절, 그런 시절의 문학이 내게 가르쳐 준 것은 어떤 경우라도 작가는 당하는 자의 편에 서야하고, 진실을 묵살하고 이익을 얻으려는 자들의 폭력에 저항하고 그들이 감추려는 진실을 드러내야 하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