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곰곰

대빈창 2022. 9. 19. 07:00

 

책이름 : 곰곰

지은이 : 안현미

펴낸곳 : 걷는사람

 

도서출판 《걷는사람》의 ‘다;시’는 복간 시집 시리즈다. 시리즈는 추상화가 연상되는 표지의 일러스트레이션과 세로로 긴 띠지가 인상적이었다. 작가의 고유한 개성과 문학적 성취를 이루고, 꾸준히 문학 독자의 지지를 받는 작품을 엄선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여덟 권 - 장이지의 『안국동울음상점1.5』의 시집이 재출간되었다. 나는 시리즈에서 최치언의 『설탕은 모든 것을 치료할 수 있다』와 함기석의 『국어선생은 달팽이』를 잡았다.

애송시 100편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1』에서 시인의 「거짓말을 타전하다」를 접했다. 첫 시집에 실린 시였다. 시인은 2001년 계간 『문학동네』에 「곰곰」외 4편이 당선되어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첫 시집 『곰곰』은 2006년 《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 출간되었다. 2011년 《문예중앙》에서 복간되었다. 2018년 《걷는사람》 다;시 시리즈 01로 복간된 것이 세 번째였다. 3부에 나뉘어 55시편, 자전적 산문 「시마할」, 「시에 관한 단상-안녕 호르헤」가, 해설은 문학평론가 김진수의 「환상의 서정적 대위법」 이었다. 뒤표지 세 편의 표사는 허수경・장석남・조연호 시인이었다.

시인은 1972년 강원 태백에서 태어났다. 고향에서 여섯 살까지 자랐다. 가난했던 시인은 대학진학을 위한 인문계를 포기하고 서울여상에 진학했다. 그 시절 서울여상은 인문계보다 커트라인이 훨씬 높은 명문여고였다. 여상을 졸업하고 대기업 사무보조원으로 사회에 발을 디뎠다. 결혼해 아이까지 낳은 그녀는 뒤늦게 1997년 서울산업대학 문창과 야간반에 들어가 문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했다. 시인은 서른 살이 되던 해 문단에 나왔다. 마지막은 단군신화의 웅녀를 모티브로 이 땅의 봉건적 가부장제에 신음하는 여성을 형상화한 표제시, 첫 시 「곰곰」(11쪽)의 전문이다.

 

주름진 동굴에서 백 일 동안 마늘만 먹었다지

여자가 되겠다고?

 

백 일 동안 아린 마늘만 먹을 때

여자를 꿈꾸며 행복하기는 했니?

 

그런데 넌 여자로 태어나 마늘 아닌 걸

먹어본 적이 있기는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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