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겸재를 따라가는 금강산 여행

대빈창 2022. 9. 22. 07:00

 

책이름 : 겸재를 따라가는 금강산 여행

지은이 : 최완수

펴낸곳 : 대원사

 

금강산金剛山이 처음 등장한 경전은 『신역화엄경新譯華嚴經』 권 45, 제보살주처품이었다. 청량淸凉국사 징관(澄觀, 738-839년)은 당唐 덕종 정원貞元 3년(787)에 지은 『대방광불화엄경소大方廣佛華嚴經疏』 권47에서 말했다. “동해의 동쪽 가까이에 산이 있는데 이름을 금강이라고 한다.······.” 1,638m의 비로봉을 주봉으로 하는 금강산은 일만이천봉의 화강암봉으로 이루어졌다. 각 봉우리와 골짜기마다 『화엄경』에 등장하는 각종 명칭을 부여하여 금강산은 그 자체가 화엄불국세계였다.

『겸재를 따라가는 금강산 여행』은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우리 국토의 자연 경관을 소재로 하여 그 아름다움을 사생해 낸 그림)의 창시자・대성자 겸재謙齋 정선(鄭敾, 1676-1759년)이 36세 때 영평 화적연, 철원 삼부연, 금화 백전을 거쳐 단발령에 올라 내금강, 안문재, 외금강, 해금강, 관동팔경에 닿는 노정을 따라 겸재의 그림을 감상하게 엮었다.

 

풍악내산총람楓岳內山總覽 / 화적연禾積淵 / 삼부연三釜淵 / 화강백전花江栢田 / 수태사동구水泰寺洞口 / 정자연亭子淵 / 피금정披襟亭 / 단발령망금강산斷髮嶺望金剛山 / 금강내산총도 金剛內山總圖 / 장안사長安寺 / 백천동百川洞 / 정양사正陽寺 / 만폭동萬瀑洞 / 보덕굴普德窟 / 비로봉毘盧峰 / 혈망봉穴望峰 / 불정대佛頂臺 / 구룡연九龍淵 / 백천교白川橋 / 해산정海山亭 / 칠성암七星巖 / 해금강海金剛 / 삼일포三日浦 / 문암관일출門岩觀日出 / 옹천瓮遷 / 천불암千佛岩 / 통천문암 通川門岩 / 총석정叢石亭 / 시중대 侍中臺 / 용공동구龍貢洞口 / 청간정淸澗亭 / 낙산사洛山寺 / 죽서루 竹西樓 / 성류굴聖留窟 / 망양정望洋亭 / 월송정越松亭

 

겸재는 음陰은 수목이 우거진 토산土山으로, 양陽은 골기骨氣 삼엄한 암봉岩峯으로 파악했다. 토산은 중국 남화의 묵법墨法을 쓰고, 암산은 중국 북화의 선묘線描를 써서 우리 산천의 특징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새로운 기법으로 진경산수화를 창출했다. 도판은 겸재의 그림 61점과 심사정, 김홍도, 이인문, 장지성 그리고 백악사단白岳詞壇의 제화시(題畵詩-그림의 감흥을 돋우기 위해 그림에 붙이는 시)와 제사(題詞-그림의 감흥을 돋우기 위해 그림에 붙이는 글)의 40여점은 독자의 그림 보는 눈을 맑게 했다.

백악사단은 서울 백악산白岳山 장동壯洞 일대의 삼연三淵 김창흡(金昌翕, 1653-1722년) 형제들을 비롯한 율곡학파가 진경문화 운동을 활짝 꽃피우게 만든 모임을 일컫는다. 당대 제일의 감상안들로 삼연과 사천槎川 이병연(李秉淵, 1671-1751년), 후계后溪 조유수(趙裕壽, 1663-1741년), 담헌澹軒 이하곤(李夏坤, 1677-1724년)이 겸재의 〈해악전신첩海嶽傳神帖〉에 제시와 제사를 붙였다.

첫 챕터 〈풍악내산총람楓岳內山總覽〉은 絹本淡彩 73.8x100.8미터로 간송미술관에 소장되었다. 겸재의 절정기 득의작得意作으로 가을의 내금강內金剛 전경全景을 화폭에 압축해 넣은 그림이었다. 시선은 단발령斷髮嶺 쪽에서 부감(俯瞰-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법을 취했다. 겸재의 그림 한 점을 고르라면 나는 〈통천문암通川門岩〉 紙本水墨 53.4x131.6미터 간송미술관 소장을 꼽겠다. 광대무변한 동해의 집채같은 파도가 밀려오는 해변에 깎아지른 문암門岩이 우뚝 섰다. 절벽 사이를 동자를 거느린 선비가 지팡이를 짚은 채 걸어갔다. 뒤이어 노새에 올라탄 선비를 앞뒤로 시종과 동자가 뒤따랐다.

마지막은 진경시대의 시화쌍벽(詩畵雙璧-두 개의 벽옥처럼 시화 그림속을 대표하는 양대 거장)의 사천 이병연이 〈단발령망금강산斷髮嶺望金剛山〉(66-67쪽)에 붙인 제시다.

 

垂路蜿蜒若聳龍,   드리운 길 구불구불 용이 오르듯,

岧嶢絶頂表雙松.   드높은 절정엔 쌍송雙松.

忽逢天地昭明界,   홀연히 만난 천지 밝은 세계라,

初見蓬萊一萬峯.   봉래산 일만봉을 처음 보겠네.

仙闕曉開金鎖錀,   아침에 신선 궁궐 금자물쇠 열면,

瑤空秋朿白芙蓉.   아리따운 허공에 가을이 백부용白芙蓉 묶어 놓겠지.

何人到此狂歡喜,   어떤 사람 이곳에 와 미치게 좋아하다가,

斷髮瓢然出世蹤.   머리 깍고 표연히 세상 등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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