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우리의 밤은 너무 밝다

대빈창 2022. 9. 23. 07:00

 

책이름 : 우리의 밤은 너무 밝다

지은이 : 아테네 크롭베네슈

옮긴이 : 이지윤

펴낸곳 : 시공사

 

독일 생물학자・빛공해연구가 아테네 크롭베네슈(1974년- )는 2013년 전세계 최초로 야간 인공조명의 해악을 고발하는 국제회의를 개최했다. 그녀는 전 세계에서 이루어진 빛 공해의 원인과 인간과 자연,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알기기 위해 『우리의 밤은 너무 밝다』를 출간했다. 빛 공해란 인공적인 빛에 의해 밤이 밝아지는 현상을 가리켰다.

서양문화에서 빛은 통찰・계몽・발전을 상징했다. 반면 어둠은 두려움・무지・범죄를 연상시켰다. 1800년대 들어 가스등・전기등이 발명되었다. 1879년 에디슨은 백열등을 발명했다. 1800년대 후반 수력・화력발전소가 세워졌고 전기에너지가 공급되었다. 21세기 오늘 밤하늘이 사라졌다. 빛의 거대한 뚜껑이 지구를 덮어버렸다. 세계 인구의 1/4은 더 이상 은하를 볼 수 없게 되었다. 30세 이하 연령에서는 40%라고 한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동물종의 2/3은 밤의 시공간에 산다. 헝가리의 한 교회에서 외부조명 한 대를 설치하자 흰수염박쥐들은 급히 보금자리를 옮기느라 새끼박쥐 1000마리를 두고 떠났다. 마인츠곤충연구소에 의하면 2001년 여름 석 달 동안, 독일 내 가로등 680만대가 곤충 918억 마리를 죽였다. 해안 조명으로 인해 매년 바다거북 새끼 10만 마리가 자연적 방향감각을 상실해 죽었다. 빛 공해에 노출된 식물은 휴식을 취할 수 없어 광합성 번아웃 상태에 삐졌다. 깻잎농장 하우스의 들깨는 낮은 햇빛에, 밤은 인공 조명에 24시간 내내 빛에 시달렸다.

2016년 위성사진을 통한 세계 주요 20개국의 빛 공해 노출면적을 측정한 결과 한국은 89.4%로 세계 2위였다. 한국은 24시간 내내 깨어있었다. 택배노동자는 밤새 인공조명아래 물품을 분류하고, 밤을 새우는 편의점 노동자는 꽃다운 나이의 아르바이트생이었다. LED 네온사인은 밤이 깊을수록 더욱 번쩍거리고, 촘촘히 늘어선 대형 가로등은 눈을 감는 법이 없다. 중국집보다 많은 시뻘건 십자가들이 고단한 몸을 누인 가난한 자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스마트폰, 대형TV, PC에 매달려 저녁 휴식(?)을 만끽했다.

인구의 66%가 너무 밝은 환경으로 암순응(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면 어둠에 눈이 익어 사물이 보이는 현상)에 들어가는 일이 없다고 한다. 가장 밝은 지역의 우울증 발병율이 가장 어두운 지역에 비해 1.29배, 자살율은 1.27배가 높았다. 가장 밝은 지역 서울과 가장 어두운 지역 강원도의 유방암 확률 차이가 34%였다. 위성사진 판독결과, 한국에서 수면제를 처방받은 성인의 주거지는 야간조명 밝기에 정비례했다.

보통 사람들은 빛 아래에서 더 안전하다고 느껴, 빛 공해로 인한 불편을 감수했다. 이에 누군가가 가로등을 줄이자고 의견을 내세우면 항상 반대하는 이들은 범죄가능성을 내세웠다. 내가 살아가는 서해의 작은 외딴 섬의 농로에도 예외 없이 가로등이 촘촘했다. 현관문을 열어놓고 외출해도 아무 일 없는 범죄 없는 마을에서 밤중에 은하수를 가리는 가로등은 왜 불을 밝혔을까. 주민들은 무의식적으로 불 밝힌 가로등을 보며 개발・발전하고 있다는 자기위안을 삼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방안의 불을 끄면 잠 못드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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