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발언 Ⅲ
지은이 : 김종철
펴낸곳 : 녹색평론사
인문생태 격월간지 『녹색평론』은 2022년 휴간을 하면서 후원회원에게 단행본을 보내왔다. 두 번째 책이었다. 『발언 Ⅲ』은 『녹색평론』의 전 발행인・편집인 생태사상가 故 김종철(金鍾哲, 1947-2020) 선생의 칼럼집이었다. 2008-1015년 사이의 칼럼을 묶은 『발언 Ⅰ・Ⅱ』은 2016년 1월에 나왔다. 책은 2016-2020년 봄까지 발표된 칼럼들을 실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 농민 백남기의 죽음 / 대의제민주주의(과두금권정치) / 영어교육 광풍 / 기본소득 / 브렉시트 / 미국제일주의(예외주의) / 세월호 참사 / 시민권력(시민의회) / 경제성장의 종언 / 숙의민주주의(시민배심원) / 미국군산복합체 / 남북정상회담-북미정상회담 / 연동형 비례대표제 / 기후위기-그레타 툰베리 / 비무장중립국 / 환경난민 / 코로나-19 팬데믹
기본소득, 촛불혁명, 시민권력, 평화체제, 민주정권, 코로나 환란 등 6개의 주제에 나뉘어 실린 42꼭지의 중심 키워드였다. 2-3쪽의 글들은 호흡이 길지 않아 읽기에 부담을 주지 않았다. 인류세를 살아가는 호모 사피엔스는 나아갈 지표를 상실하고 정치적・경제적・생태적 혼란 속에서 비틀거리고 있다. 지구 기후변화, 화석연료 고갈, 토지의 사막화, 대기・토지・물의 오염, 지하수 고갈, 숲과 해양 생태계의 파괴, 생물 대멸종 등 총체적 위기의 시대였다.
기후 위기는 식량 공급에 차질을 빚기 일쑤였다. 한국의 식량자급율은 고작 23%였다. 위정자들은 반도체・자동차를 팔아 쌀을 사먹으면 된다는 세상물정 모르는 소리만 떠벌였다. 생태사상가는 식량안보 차원에서 이 문제를 깊이 고민했다. 이 땅의 농정은 농업말살 정책이라고 말해야 옳았다. 오늘날 쌀값은 20년 전 그대로였다. 지금 우리 식사의 한 끼 쌀값은 커피 한 잔 값의 1/10도 안되었다. 지난 35년간 대학등록금이 열두 배 오르는 동안 쌀값은 겨우 세 배 올랐다. 35년 전 쌀 여섯 가마는 1년 치 대학등록금이었다. 지금은 쉰 가마를 팔아도 부족했다. 내가 어렸을 적 3만평 농사는 엄청난 부농이었다. 지금 3만평 농사를 지어도 1년 한 가족의 생계비도 모자랐다.
“‘촛불혁명’으로 근 10년 만에 다시 태어난 민주정권이 침로를 잃고 비틀거리고 있다. 이러다가 이 정권도 이전의 민주정권들처럼 실패하고 마는 게 아닐까.······ 이런 식으로 가서 또다시 절망적인 상황을 맞게 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176쪽) 〈한겨레신문. 2019. 1. 25)의 칼럼의 도입부다. 180석 의석을 장악한 여당의 당대표는 20년을 집권하겠다고 기염을 통했다. 수구보수언론들은 10년 주기 진보와 보수의 정권 교체설을 들먹이며 자신들의 작은(?) 희망을 운운했다. 그런데 5년 만에 4대강 운하 삽질로 금수강산을 작살내며 토건족들의 호주머니를 채운 도둑과 수백명의 꽃다운 나이의 학생들을 차가운 바다에 수장시킨 무능한 그들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나는 맥이 빠져 손에 무엇을 들 수조차 없는 허탈감에 깊이 빠져들었다. 선생은 마지막 칼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오랫동안 별생각 없이 물자와 에너지를 흥청망청 소비하는 생활을 ‘풍요로운 삶’이라고 오해하고, 휴가라면 으레 항공여행과 골프와 크루즈 항행 따위를 떠올리면서 그게 ‘좋은 삶’이라고 믿는 정신적 빈곤 속에서 지내왔다.······ 건강한 먹을거리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좋은 농사와 노동, 비옥한 흙과 맑은 공기와 물,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가능하게 하는 좋은 인간관계와 공동체적 연대 이외의 모든 것은 결국 ‘쓰레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도 우리는 깨달았다.”(226-2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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