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지리산 둘레길

대빈창 2022. 5. 30. 07:00

 

책이름 : 지리산 둘레길

지은이 : (사) 숲길

펴낸곳 : 꿈의지도

 

지리산으로 떠나고 싶었다. 3박4일 지리산 등반종주를 꿈꾸었던 것이 언제였건가. 젊은 시절 막 굴린 몸은 망신창이가 되었다. 나이도 이미 들었고, 의욕도 나지 않았다. 그때 눈에 뜨인 것이 〈지리산 둘레길〉이었다. 작년에 손에 넣은 책은 2020년 9월 개정4판이었다. 지리산둘레길 대형지도가 수록되어 배낭만 꾸리면 당장이라도 길을 떠날 수 있었다.

책을 꾸민 (사)숲길은 지리산둘레길을 만들고 관리했다. 올해로 지리산둘레길이 만들어진지 14년이 되었다. 2004년 ‘생명과 평화’를 모토로 길을 나선 〈지리산 순례단〉의 제안이, 국내 최초 장거리 도보여행길 탄생의 씨앗이었다. (사)숲길은 2007년 발족했고, 2012년 지리산둘레길이 완전 개통했다.

지리산둘레길은 3개도(전남, 전북, 경남)를 아우르고 하동, 구례, 남원, 함양, 산청 5개 시군에 걸쳐 120여개 마을을 잇는 길이었다. 둘레길 5개 지자체의 인구는 30만명 남짓이었다. 지리산을 한 바퀴 도는 총길이 295㎞(740여리)는 21개 구간이었다. 지리산둘레길을 찾는 사람들의 연인원은 40만명 이상이라고 한다.

 

주천-운봉(남원) / 운봉-인월(남원) / 인월-금계(함양) / 금계-동강(함양) / 동강-수철(산청) / 수철-성심원(산청) / 성심원-운리(산청) / 운리-덕산(산청) / 덕산-위태(산청) / 위태-하동호(하동) / 하동호-삼화실(하동) / 삼화실-대축(하동) / 하동읍-성당(하동) / 대축-원부춘(하동) / 원부춘-가탄(하동) / 가탄-송정(하동) / 송정-오미(구례) / 오미-난동(구례) / 오미-방광(구례) / 방광-산동(구례) / 산동-주천(구례)

 

『지리산 둘레길』은 (사)숲길의 상임이사 이상윤의 「생명평화 지리산 둘레길」로 책을 열었다. 실상사 도법 스님의 추천 글, 표사는 실상사 주지 해강스님, 시인 박남준, 소설가 이순원이 부조했다. 이원규의 「지리산 둘레길」, 복효근의 「춘향의 노래」, 박남준의 「지리산에 가면 있다」, 강희근의 「엄천강 풍경」, 이봉연의 「지리산길」 시 5편이 길 떠나는 이들의 어깨를 두드렸다. 구간별로 |구간 한눈에 보기|와 |구간 자세히 보기|는 마을, 고개, 쉼터, 숲, 정자, 문화재, 자연경관, 버스터미널, 오일장, 숙소, 밥집 등을 자세하게 실어 길 걷는 이들의 걱정을 덜어 주었다.

아홉 편의 |길과 이야기|는 지리산 자락의 역사, 문화, 경관, 사람살이의 다양한 모습을 소개했다. 1. 주천-운봉-인월: 역사의 뒤안길에서 가슴 졸이며 살아온 민초들의 애환이 담긴 석장승과 마을 숲의 비문이 세월의 풍상에 해지고 바래가고, 2.인월-금계-동강: 물 한 모금, 흙 한줌, 그늘 속에 내리쬐는 햇살 한 자락 이 모든 것은 우주와 생명의 신비이며, 3.동강-수월-성심원:역사 속 수많은 사람들이 지리산으로 들어와 고통과 슬픔과 피눈물을 흘렸으며, 4.성심원-운리-덕산: 세상 모든 권세 앞에 초연한 남명 조식선생의 고고한 지조는 지리산의 웅장한 기상을 닮았다.

5.덕산-위태-하동호: 산은 물을 가른다는 ‘산자분수령’은 산은 물을 건너지 못하고 물은 산을 건너지 못한다는 의미였고, 6.하동호-삼화실-악양 대축: 물질적 풍요보다 잃어버린 농촌의 공동체를 복원하는 것이 살기 좋은 농촌으로 가는 길이며, 7.대축-부춘-가탄-송정-오미: 지리산과 백운산이 섬진강을 가운데 두고 마주보는 가파른 산세는 두 산이 겹쳐 보이고, 8.오미리-서시천-밤재: 지리산 곳곳은 길지로 많은 이들이 풍요롭고 살기 좋은 터 지리산자락으로 들어왔고, 9.지리산과 맛: 산에서, 들에서, 혹은 강에서 나는 이 특별한 먹을거리가 지리산 구석구석에 박혀있어 세상 산해진미의 절반을 섭렵할 수 있다.

책을 손에 넣은 지 한 해가 흘렀다. 시간이 갈수록 〈지리산 둘레길〉로 향하는 나의 마음은 굳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마음을 바꾸었다. 때가 오기를 기다리며 〈강화도 나들길〉 13코스를 완주해야겠다. 아침 첫배를 타고나가 하루에 한 코스를 밟고, 섬으로 돌아오는 일정을 짜야겠다. 보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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