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고전 독서법

대빈창 2022. 5. 18. 07:00

 

책이름 :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고전 독서법

지은이 : 정민

펴낸곳 : 보림출판사

 

나의 독서 일과는 한 달에 대략 여덟 권의 책을 읽었다. 3주에 한번 군립도서관에 발걸음을 했다. 다섯 권의 책을 대여하고 기일을 지켜 반납했다. 2층 종합열람실의 서고에서 아무리 책을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할 수없이 안내데스크에 도움을 청했다. 3층 청소년열람실에 책이 있었다. 깨달았다. 도서 분류 라벨에서 앞에 대문자 T로 시작되는 책은 청소년열람실에 비치된 도서였다.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고전 독서법』은 고전인문학의 대중화에 힘써 온 한문학자 정민이 아들 벼리에게 들려주는 고전독서법이었다. 선비들의 책 사랑과 독서법, 참공부에 대한 예문과 옛 그림을 실었다. 책을 읽어나가며 거칠게 노트한 옛 문헌이다.

 

이익-『성호사설星湖僿設』, 『관물편觀物編』 / 박지원-『열하일기熱河日記』 / 유몽인-『어우야담於于野譚』 / 이식-『작문모범作文模範』 / 이제현-『역옹패설櫟翁稗說』 / 홍길주-『수여방필睡餘放筆』 / 이덕무-『사소절士小節』, 『간서치전看書痴傳』,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 / 장응일-『추정록趨庭錄』 / 이헌명-『서연문견록西淵聞見錄』 / 조수삼-『추재기이秋齋紀異』 / 홍석주-『학강산필鶴岡散筆』 / 김득신-『독수기讀數記』 / 박제가-『북학의北學議』 / 안정복-『상헌수필橡軒隨筆』 / 최한기-『추측록推測錄』 / 정약용-『소학주관小學珠串』 / 김택영-『수윤당기漱潤堂記』

 

시성詩聖으로 불리는 중국 唐나라 두보杜甫(712~770)의 시구에 나오는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의 다섯 수레의 분량은 책 1천권이 채 안되었다. 중국 고대의 책은 죽간竹簡이었다. 책을 세는 단위 ‘권卷’은 원래 두루마리 형태로 만들어진 책을 가리켰다. 2부 ‘독서법’은 10개의 주제로 나뉘었는데 첫째가 다독多讀과 정독精讀에 관한 이야기였다. 중국의 진목秦牧은 두 가지 독서법을 소가 되새김질하는 것과 고래가 큰 입을 벌려 새우를 삼키는 것으로 비유했다.

책이 귀하던 시절, 선비들의 책 사랑은 유별났다. 성호 이익은 빌려 본 책은 가위, 풀, 종이를 항상 곁에 두고 수선하여 돌려주었다. 추사 김정희는 책의 아랫부분에 투명한 기름종이를 덧붙였다. 책장을 넘길 때 손때가 묻지 않도록 조치한 것이다. 선비들은 책을 읽으며 메모습관을 중시했다. 책의 여백에 노트하거나, 별도의 공책에 적는 것을 질서疾書라고 했다. 성호 이익의 『사서삼경질서』, 『근사록질서』, 『심경질서』,『가례질서』는 메모의 힘이었다.

선비들에게 책읽기는 하루 세 끼 밥을 먹는 것처럼 자연스런 일상이었다. 그들은 고전을 통째로 외웠다.  '『효경』은 1,903자, 『논어』는 11,750자, 『맹자』는 30,685자, 『주역』은 24,107자, 『서전』은 25,700자, 『예기』는 99,010자, 『주례』는 45,806자, 『춘추좌전』은 196,845자였다. 날마다 300자씩 외우면 4년 반이면 다 마칠 수 있다. 조금 머리가 나빠서 150자씩 외운다고 해도 9년이면 전부 외울 수가 있다.'(103쪽) 연천淵泉 홍석주(洪奭周, 1774-1842)는 말했다. “한 권의 책을 다 읽을 만큼 길게 한가한 때를 기다린 뒤에야 책을 펼친다면 평생 가도 책을 읽을 만한 날은 없다. 비록 아주 바쁜 중에도 한 글자를 읽을 만한 틈만 있으면 문득 한 글자라도 읽는 것이 옳다.”(61-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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