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대빈창 2022. 5. 16. 07:00

 

책이름 : 나무 앞에서의 기도

지은이 : 이승하

펴낸곳 : KM(케이엠)

 

나는 무조건 ‘환경운동하는 작가’ 최성각의 책을 잡았다. 반갑게 생태환경도서 서평집 『욕망과 파국』(동녘, 2021)이 출간되었다. 차례를 훑어보다 낯익은 시인을 만났다. 요즘 즐겨 잡는 이승하(李昇夏, 1960- )의 『나무 앞에서의 기도』(케이엠, 2018)가 눈에 뜨였다. 두말 않고 시집부터 펼쳤다. |우정의 글|(해설)이 최성각(작가·환경운동가)의 「‘생태시’는 다시 발명되어야 한다, 랭보의 사랑처럼」 이었다.

“15년 동안 쓴 시들을 묶었다는 이 시집의 도처에서 나는 거듭, ‘착한 이승하’를 본다.······. 두 달도 2년도 아니고 수십 년이면 이것은 장난이 아니다. 실천하는 이 앞에서는 누구나 말을 멈추고 그 실천의 세월 앞에서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145-146쪽) 시인 이승하는 10년 동안 두세 달에 한 번은 반드시 요양병원에 갔다. 서너 달에 한 번은 교도소나 구치소에 갔다. 세 달에 한 번, 재소자들의 100여 편 수필을 읽고 심사하는 일을 7년째 해오고 있다. 정신병원에 30년째 면회를 다녔다

한국가톨릭문학상은 가톨릭신문사가 인간의 보편적 가치와 진리, 가톨릭 정신을 문학으로 승화한 작품을 발굴하고자 1998년 제정한 문학상이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는 제22회 한국가톨릭문학상 본상 수상 시집이었다. 삶과 생명, 환경에 대한 15년간의 시인의 고민을 담았다. 1부 ‘나무, 생명’의 21편, 2부 ‘문명, 죽음’의 21편, 3부 ‘인간, 아픔’의 22편이 실렸다.

4대강 사업·새만금 간척, 한강 밤섬 폭파, 호주 산불, 조류 독감, 구제역·광우병, 허리케인·태풍 내습, 인공합성바이러스, 인간복제, 히로시마·나사사키 원폭투하, 체르노빌·후쿠시마 원전사고, 황사바람, 비닐 쓰레기 범람, 고래 집단자살, 바다직박구리의 이동, 검노랑해변쇠멧새의 멸종 등. 시인은 말했다. “시의 역할이 정서의 순화, 공감과 감동과 같은 것도 있지만 생명에 대한 사랑과 연민, 공동체 의식, 상생의 정신 같은 것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시집을 덮으면서 나는 시인의 산문집 『한밤에 쓴 위문편지』(케이엠, 2018)와 시집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문학사상사, 2018)를 가트에 넣었다. 마지막은 시집을 여는 첫 시 「벌목」(13쪽)의 전문이다.

 

나무들을 마구 베어낸 숲 / 숲이 벌거숭이가 된다 / 밑둥치만 남은 나무들이 / 서른 살 넘은 자신의 나이를 말해준다 // 시민을 위한 공원이 만들어진다 / 방방곡곡 깨끗한 자전거도로 / 자전거 타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책을 되새김질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센스 오브 원더  (0) 2022.05.20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고전 독서법  (0) 2022.05.18
힘들 때 펴보라던 편지  (0) 2022.05.11
철학 VS 철학  (0) 2022.05.09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0) 2022.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