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한밤에 쓴 위문편지

대빈창 2022. 9. 28. 07:00

 

책이름 : 한밤에 쓴 위문편지

지은이 : 이승하

펴낸곳 : 케이엠(km)

 

책과 사람도 인연이 있어야 만날 수 있었다. 이승하(李昇夏, 1960 - )는 전방위적 글쓰기를 하는 작가였다. 시・소설・평론까지. 그동안 나는 그의 시집만 여섯 권을 잡았다. 내가 좋아하는 ‘환경운동하는 작가’ 최성각의 환경책 서평집 『욕망과 파국』을 잡고, 이승하의 시집 『나무 앞에서의 기도』를 찾았다. 한 발 더 나아가 시집 『슬픔이 너를 꽃피웠다』와 산문집 『한밤에 쓴 위문편지』를 손에 넣었다.

|머리말| 「병실에 계신 그대에게」서 낯선 출판사 케이엠(km)의 의문이 풀렸다. 앞서 시집 『나무 앞에서의 기도』도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다. 언론사 〈건강신문사〉와 출판사 〈케이엠(km)〉을 운영하는 시인 윤영천은 친구였다. 산문집은 병상의 환자와 가족, 간병인과 의료인 등 세상의 모든 아픈 이들에게 보내는 위로의 글이었다.

책은 3부로 구성되었다. 1부의 ‘아침이 오기를 기다리는’의 6편의 산문은 10년을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장모님, 정신병동의 누이동생께, 교도소・구치소・소년원의 재소자에게, 중환자실・암병동의 환자에게 보내는 위문편지였다. 지난 10년 동안 시인은 두어 달에 한번은 요양원에 문병을 갔고, 재소자 문예지 『새길』에 투고된 원고를 3개월에 한번씩 100편쯤 넘게 심사하고 20편을 뽑아서 심사평을 썼다.

2부 ‘진료실의 시인’은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연민과 회상을 담은 짧은 평전 두 편과 시집 해설 두 편, 네 개의 글이 모였다. 「설원을 걸어간 어머니의 발자국」은 큰아들의 사시 포기로 인한 남편의 광기, 둘째의 학업 포기와 가출, 딸의 정신병원 입원의 불행의 가족사를 인내로 이겨낸 어머니에 대한 연민. 「아버지의 낡은 내복」은 모멸감과 열등감으로 광기에 휩싸인 만년실업자로 술에 취해 가족에 폭력을 휘둘렀던 아버지에 대한 회상.

「지상의 아픔을 이겨내는 천상의 노래」는 한국문예창작학회의 일원 김금희 시인의 첫 시집 『시절詩節을 털다』의 해설. 「진료실의 시인들, 청진기 대신 펜을 들다」는 2012년 6월 9일 발족한 한국의사시인회의 두 번째 시집 『환자가 경전이다』에 실린 동인 26인의 시에 대한 해설이 실렸다. 3부, ‘병실로 띄운 엽서’는 시인의 시 10편을 담았다.

시인은 말했다. “어떠한 고통이 와도, 절망적인 상황이 찾아와도, 용기를 잃지 마십시오. 퇴원 이후의 새 삶에 대한 희망만은 잃지 마십시오. 창 밖에는 눈부신 햇살과 맑은 공기가 있습니다. 새와 풀벌레들이 짝을 찾으며 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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