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도연명 전집

대빈창 2022. 10. 25. 07:00

 

책이름 : 도연명 전집

엮은이 : 이치수

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은일시인隱逸詩人’, ‘전원시인田園詩人’ 도연명(陶淵明, 365-427년)은 동진(東晉, 317-420년) 말에서 송(宋, 420-479년) 초에 걸쳐 살았다. 사회가 어지러워 백성들이 고통 받는 왕조 교체기였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서 출사出仕와 퇴은退隱을 고민하는 지점이 도연명 문학의 출발점이었다. 도연명은 29세에 강주 쇄주祭酒가 되어 처음 관리 생활을 시작했으나 스스로 그만두었다. 그후 출사와 퇴은을 여러 차례 되풀이했다. 41세 8월에 팽택령彭澤令이 되었으나 11월에 사직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때 쓴 글이 귀거래혜사歸去來兮辭였다. 고향에 돌아온 뒤에는 두 번 다시 벼슬길에 나가지 않았다. 원가元嘉 4년(427)에 가난과 질병을 이기지 못하고 6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죽을 때까지 23년간 고향에서 전원생활을 하며 술을 마시고 시를 읊었다. 도연명의 작품은 시와 문장으로 나눌 수 있다. 시詩 126수, 사부辭賦 3편, 산문散文 10편이 있다. 중국문학사상 전원생활을 시에 담아 표현한 것은 시경詩經의 민간가요 칠월七月 이후 도연명이 처음이었다.

도연명陶淵明은 이백李白, 두보杜甫와 더불어 중국 고전시가를 대표하는 시인이다. 시대는 도연명이 350년이나 앞서 살았다. 『도연명 전집』은 詩 126 수와 文 13편 등 도연명 작품 전편을 아울렀다. 옮긴이 중문학자 이치수의 해설 「전원田園과 은일隱逸의 시인, 도연명」이 말미를 장식했다. 도연명의 작품은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자신의 사상 감정을 진실하게 표현했다.

중국의 이름난 시인묵객은 술을 좋아하여 여러 별명이 붙었다. 이백李白은 술의 신선神仙, 소식蘇軾은 술의 친구, 육방옹陸放翁은 술 미치광이, 죽림칠현竹林七賢의 유령劉伶은 술의 귀신 그리고 도연명은 술의 성인聖人이었다. 도연명이 남긴 시의 절반에 술에 관한 구절이 들어 있었다. 나는 도연명 문학에서 詩보다 文이 낯익었다. 시인의 자서전 「오류선생전 五柳先生傳」,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에 돌아 온 즐거움을 노래한 「귀거래혜사歸去來兮辭」, 사람들이 평화롭고 순박하게 살아가는 이상향을 그린 「도화원기병시桃花源記幷詩」등 이었다. 앞서 『시는 붉고 그림은 푸르네 1』에서 「술을 마시다飮酒」의 20수 중에서 5수를 소개했다. 오늘의 마지막은 7수(167쪽)이다.

 

秋菊有佳色,    가을 국화 자태가 아름다워,

裛露掇基英.    이슬에 젖은 꽃을 따누나.

汎此忘憂物,    근심 잊게 하는 이 술에 띄워 마시니

遠我遺世情.    세속 잊게 이내 마음 더욱 멀어지네.

一觴雖獨進,    한잔 술 비록 혼자 마시지만

杯盡壺自傾.    술잔 비면 술병 절로 기우는구나.

日入羣動息,    해 지면 모든 움직임이 그치고

歸鳥趨林鳴.    돌아오는 새들은 숲을 향하여 지저귀네.

嘯傲東軒下,    동쪽 창 아래서 휘파람 불며 마음 풀어놓으니

聊復得此生.    다시금 이 삶의 참뜻을 잠시 얻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