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

대빈창 2022. 10. 27. 06:07

 

책이름 : 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

지은이 : 강신주

펴낸곳 : EBS BOOKS

 

『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은 한국교육방송공사의 TV 강연 프로그램 EBS 〔CLASSⓔ〕에서 총 16회에 걸쳐 방송된 강연과 동시 기획되어 출간되었다. 책은 8강의, 즉 여덟 챕터로 구성되었다. 1강. 고苦; ‘아픈 만큼 사랑이다’는 상대의 고통을 완화시켜주는 것이 사랑임을 살폈고, 2강. 무상無常; ‘무상을 보는 순간, 사랑에 사무친다’는 언젠가는 사라질 것을 대하는 ‘지금’의 소중함을 깨닫게 했다.

3강. 무아無我; ‘영원에도 순간에도 치우치지 않아야 비로소 보이는 세상’은 중도中道를 통해 사랑을 역설했고, 4강. 정靜; ‘맑고 잔잔한 물이어야 쉽게 파문이 생긴다는 이치’는 타인의 마음과 세상에 반응할 수 있는 인간을 그렸다. 5강. 인연因緣; ‘만들어진 인연에서 만드는 인연으로’는 우리 존재가 어떤 인연들로 구성되는지, 좋은 인연과 나쁜 인연을 이야기했다.

6강. 주인主人;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 아니 그만둘 수 있어야 자유다’는 주인으로 영위하는 삶,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에 대하여, 7강 애愛; ‘이렇게 피곤한데 이다지도 충만하다니’는 상대의 고통과 수고로움을 모두 감당하고자 하는 ‘아낌’의 마음을, 8강. 생生; ‘아끼고 돌볼 것이 눈에 밟힌다면’은 이제까지의 논의를 정리하고 ‘아낌’의 핵심에 다가섰다.

각 챕터는 세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첫 부분 ‘가슴으로 애절하게’는 감성을 다루면서 시인 김선우의 『녹턴』(문학과지성사, 2016)에 실린 시 여덟 편을 인용했다. 「고쳐 쓰는 묘비」, 「가까운 아침」, 「참나라니, 참나!」, 「지옥에서 보낸 세 철」, 「상냥한 지옥」, 「민달팽이를 보는 한 방식」, 「햇봄, 간빙기의 순진보살」, 「花飛, 그날이 오면」.

두 번째 부분 ‘머리로 냉정하게’는 지성을 다루면서 불교 사유와 현대 철학자의 사유를 펼쳤다. 싯다르타( 釋迦, BC 563?-BC 483?), 나가르주나(龍樹, 150?-250?), 바수만두(世親, 320?-300?), 오조五祖 홍인(弘忍, 601-674), 육조六祖 혜능(慧能, 638-713), 임제(臨濟, ?-867), 백장(百丈, 749-814) 등. 메를로-퐁티(1908-1961), 리오타르(1924-1998), 들뢰즈(1925-1995), 야스퍼스(1883-1969), 베르그송(1859-1941), 스피노자(1632-1677), 알랭 바디우(1937- ) 등.

세 번째 부분 ‘첫걸음은 당당하게’에서는 ‘아낌’의 실천적 방법으로 ‘착수처着手處 - 손을 대는 곳’을 제시했다. 철학과 삶을 연결하며 대중과 가슴으로 소통해 온 철학자 강신주는 말했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이 있다면, 우리는 다른 존재에게 있어 한 공기의 밥만큼만 사랑해야 한다. 스스로 사랑이라고 믿지만 두 공기, 세 공기의 밥이 되는 순간,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6강 ‘주인主人’에서 호출된 詩 「민달팽이를 보는 한 방식」(229쪽)의 전문이다.

 

가출이 아닌 출가이길 바란다 / 떠나온 집이 어딘가 있고 언제든 거기로 돌아갈 수 있는 자가 아니라 // 돌아갈 집 없이 / 돌아갈 어디고 없이 / 돌아간다는 말을 생의 사전에서 지워버린 / 집을 버린 자가 되길 바란다 // 매일의 온몸만이 집이며 길이, // 그런 자유를······ // 바란다, 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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