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신의 전쟁

대빈창 2022. 11. 25. 07:30

 

책이름 : 신의 전쟁

지은이 : 카렌 암스트롱

옮긴이 : 정영목

펴낸곳 : 교양인

 

영국 종교학자 카렌 암스트롱(Karen Armstrong, 1944- )의 책을 네 권 째 잡았다. 그동안 나의 손을 탄 책은 인류 초창기의 창세신화에서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의 신 개념의 변천사를 다룬 『신의 역사 Ⅰ・Ⅱ』(동연, 1999-2000), 구석기 시대부터 현재까지 2만2천년 인류사의 신화개설서 『신화의 역사』(문학동네, 2005), 현대인에게 종교의 참의미를 묻는 『신을 위한 변론』(웅진지식하우스, 2010)이었다.

현대인들은 “인간이 벌이는 극한의 폭력과 갈등 뒤에는 종교가 있다”고 비판했다. 중세의 십자군 전쟁과 마녀 사냥, 9・11 테러와 이슬람 국가(IS)까지. 『신의 전쟁』은 폭력으로 본 종교학 개론으로 카렌 암스트롱은 ‘종교의 본질적 폭력성’이란 신화를 반박했다. 책은 3부 13장으로 구성되었다. 1부, ‘문명의 폭력과 종교의 딜레마’는 기원전 3000년경부터 예수 탄생 이전까지의 메소포타미아, 인도, 중국, 레반트 지역의 문명의 탄생과 종교의 기원을 다루었다.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것은 인류가 신석기혁명에 의한 농업 경제로의 이행을 뜻했다. 아담에게 두 아들이 있었는데, 카인은 농부이고 아벨은 목자였다. ‘히브리 성경은 처음부터 농경 국가의 핵심에 자리 잡은 폭력을 비난한다. 세계 최초의 도시를 건설한 사람은 최초의 살인자 카인’(158쪽)이었다. 유목민은 농경 국가의 적대세력이었다.

2부, ‘제국의 폭력과 종교의 응전’은 로마 제국부터 근대 이전(13세기)까지의 기독교・이슬람교의 변천사를 다루었다. 로마의 식민지 팔레스티나의 예수의 비폭력 저항과 로마 제국의 기독교 공인, 622년 메디나로 쫓겨 간 무함마드가 10년도 안되어 메카를 정복하고 이슬람 제국을 건설하는 과정을 이야기했다. 마지막 장은 십자군과 지하드를 내세운 두 종교의 성전을 다루었다. 종교학자는 십자군 원정에 참여한 평민들을 보는 견해를 이렇게 말했다. “신앙적인 관념은 틀림없이 더 세속적인 목적과 합쳐졌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명성과 위신은 물론이고, 외국에서 부를 얻거나 후손을 위한 봉토를 마련하려고, 십자가를 졌을 것이다.”(320쪽)

3부, ‘세속주의 시대의 종교 근본주의’는 15세기부터 21세기에 이르는 종교 사건들을 다루었다. 루터・칼뱅의 종교개혁, 16-17세기 종교전쟁, 근대 국가의 탄생과 식민주의 경쟁, 미국 독립 전쟁, 프랑스 혁명, 이란 혁명, 9・11테러와 이슬람국가(IS)의 탄생 등. ‘인도 아대륙과 중동에서 민족주의라는 이질적 이데올로기는 전통적인 종교적 상징과 신화를 바꾸어 거기에 폭력적 차원을 부여’(606쪽)했다. 막강한 오스만 제국에 속했던 중동은 하루아침에 제국주의자들에 의해 억압과 폭력의 야만적인 새로운 체계로 편입되었다.

카렌 암스트롱은 종교의 존재 이유를 이웃이 겪는 고통에 깊이 공감하며 동정과 사랑의 감각을 키우는 것이라고 보았다. 힌두교의 위대한 경전 우파니샤드의 정신, 붓다가 설교하는 자비, 중국 춘추전국시대 공자의 덕치德治, 예수가 실천한 사랑, 이슬람 공동체가 추구했던 정의가 이와 다르지 않음을 독자에게 펼쳐보였다. 고대 이스라엘인들은 공동체의 악행을 짊어진 염소를 황야로 내모는 의식을 치렀다. 종교학자는 오늘날의 종교를 이에 비유했다.

 

종교가 전쟁과 엮이게 된 것은

근대민족국가와의 결합 이후

다신에 기대어 폭력을 독점한

국가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

종교에 죄를 물을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