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우리를 둘러싼 바다
지은이 : 레이첼 카슨
옮긴이 : 김홍옥
펴낸곳 : 에코리브르
믿고 읽는 생태환경 전문출판사 《에코리브르ecolivres》가 생태주의자 레이첼 카슨 전집을 출간했다. ‘환경보호운동의 대모’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 1907-1964)은 『침묵의 봄』으로 세계 환경운동의 패러다임을 바꾼 인물이었다. 인류는 카슨이 죽은 6년 뒤 ‘지구의 날’을 제정했다. 카슨은 자연을 사랑하는 순수한 작가이자 눈 밝은 해설가였다.
전집은 ‘바다 3부작’이라고 할 수 있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우리를 둘러싼 바다』, 『바다의 가장자리』와 『센스 오브 원더』, 카슨 연구가 린다 리어가 엮은 유고집 『잃어버린 숲』까지 여섯 권으로 구성되었다. 『우리를 둘러싼 바다』는 전집에서 내가 잡은 세 번째 책이었다.
책은 바다, 더 나아가 환경을 어리석게 이용하는 인간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했다. 태초의 바다가 형성되었던 과정, 바다에서 시작된 생명체의 진화, 인류의 심해탐사 도전, 바다의 조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지구 생태 순환에서 바다의 역할 등을 담은 바다 안내서였다. 카슨의 글은 문학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자연과학 현상을 서술하는 두 영역의 가장 이상적인 교집합을 이룬 모범적 글쓰기로 정평이 나있다.
앤 즈윙거(Ann H, Zwinger)는 서문에서 말했다. “자연 세계의 장엄함과 친숙함을 동시에 포착해 더없이 아름답고 유려한 문체”(23쪽)라고. ‘그들에게 세상은 지평선을 독차지한 채 잿빛 하늘까지 넘보는 푸른 빙산에서 매섭게 몰아치는 삭풍과 폭풍우 그리고 눈보라의 장소이자, 전진하는 빙하가 만들어내는 소란스러운 굉음과 수 톤의 움직이는 얼음이 부서지면서 바닷속으로 몸을 던질 때 들리는 벽력같은 소리로 가득한 장소였다.’(176쪽) 빙하기를 살아갔던 인간 조상의 눈에 비친 세상을 묘사한 장면이었다.
책의 초판은 1951년에 나왔고, 내가 읽은 책은 1961년 개정판으로 그때의 과학 지식을 반영하고 있었다. ‘비는 며칠, 몇 달, 몇 년, 몇 세기 동안 밤낮없이 줄기차게 내렸다. 비가 대기하고 있던 해양 분지로 흘러 들어갔고. 대륙 위에 쏟아진 빗줄기는 빠져나가 바다를 이루었다.’(43-44쪽) 지구가 푸른 행성으로 불리는 것은 지표 면적의 71%를 덮은 바다 때문이었다. 즉 지구는 거대한 소금물로 뒤덮인 ‘물의 행성’이었다. 현대 과학자들은 바다의 기원을 소행성으로 보고 있다. 지구에 막 암석층이 형성될 시기 엄청난 크기의 소행성과 혜성들이 지구로 수없이 쏟아져 들어왔다. 얼음과 가스 덩어리로 이루어진 소행성들이 가져온 물이, 평균 수심 4,117m의 바다가 되어 지구표면을 뒤덮었다.
‘해수면이 상승한다는 증거는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인간의 짧은 생애 동안에는 거대한 지구 리듬 중 하나의 전개 과정을 실제로 관측하거나 측정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165쪽) 인간은 현재 ‘인류세’를 살아가고 있다. 카슨이 21세기를 살아갔다면 여섯 번째 ‘생물대멸종’을 눈앞에 두고 무슨 말을 했을까. 2022년 여름, 유럽 전역은 사상 유래가 없는 40℃의 극한 폭염으로 불타올랐고, 그린란드 빙하는 속수무책으로 녹아내렸다. 그린란드 얼음은 총 5860만 톤으로 한반도 면적의 두 배 정도를 1.25m 높이로 덮을 수 있는 양이다. 빙하전문가들을 그린란드 빙하가 모두 녹으면 지구 해수면이 7.5m 상승한다고 예측했다.
1961년 개정판 머리말에서 카슨은 말했다. “처음 생명체를 탄생시킨 바다가 이제 그들 가운데 한 종이 저지르는 활동 때문에 위협받고 있다니 참으로 얄궂은 상황이다. 그러나 바다는 설령 나쁘게 변한다 해도 끝내 존속할 것이다. 정작 위험에 빠지는 쪽은 생명 그 자체다.”(17쪽) 나는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영국 자연주의 작가 허드슨(W. H. Hudson)의 말을 떠올렸다. “아름다운 것은 한 번 사라지면 결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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