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1000년
지은이 : 발레리 한센
옮긴이 : 이순호
펴낸곳 : 민음사
『1000년』은 세계화의 기원을 추적한 역사서였다. 역사학자 발레리 한센(Valerie Hansen)은 문명교류사 관점으로 AD 1000년 전후의 세계화 과정을 풀어냈다. 우리는 흔히 탐험가 바스코 다 가마, 마젤란, 콜럼버스를 떠올리며 15세기 후반에 비로소 세계가 연결되었고, 세계화는 20세기에 들어서 시작되었다고 알고 있다. 발레리 한센은 遼와 宋이 맺은 ‘전연의 맹’, 카라한 왕조의 호탄 정복, 바이킹의 아메리카 상륙 등에서 기원후 1000년 무렵에 일어난 최초의 세계화를 주장했다.
1000년 경,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떠나 아이슬란드를 거쳐 그린란드에 정착했던 바이킹 레이프 에이릭손과 전사들은 래브라도 해류를 타고 먼 바다 원정에 나섰다. 그들은 북아메리카 동해안에 닿았다. 노르웨이 고고학자 안네 스티네 잉스타드는 1960년대 캐나다 동부 뉴퍼들랜드 섬 최북단의 랑스 오 메도즈에서 역사적 유물을 발굴했다. 메소아메리카 문명의 중심은 유카탄 반도의 치첸이트사였다. 이곳의 벽화에 금발을 구슬처럼 땋은 포로와 노르드인들의 배가 그려져 있다. 저자는 바이킹들이 해류를 이용해 이곳에 도착했다고 보았다.
오늘날 종교 신자의 92%는 1000년 무렵에 확립된 4대종교(이슬람, 기독교, 힌두교, 불교)의 하나를 믿고 있다. 10세기에 중앙아시아의 튀르크계는 이슬람으로 개종하기 시작했다. 1006년 카라한 왕조가 불교 왕국 호탄을 정복했다. 이는 신장 위구르 지역 이슬람화의 출발점이었다. 지금의 러시아・우크라이나의 뿌리 키예프 루스 대공 블라디미르 1세는 유대교, 이슬람, 로마가톨릭, 동방정교회의 장단점을 비교한 끝에 동방정교회로 개종했다. 오늘날 유럽이 정교회와 가톨릭 영역으로 나뉘어진 기독교 역사의 중요한 이정표였다.
1018년 요나라 황제 손녀 진국공주가 죽자, 수많은 부장품이 무덤에 함께 묻혔다. 특히 눈에 띈 것은 불사조 두 마리가 마주보는 형상의 호박 손잡이였다. 호박琥珀 원석은 ‘슬라브인의 바다’ 즉 발트해에서 온 것이다. 요나라 황궁과 북유럽의 발트해 거리는 무려 6500㎞나 떨어졌다. 호박 유통로는 AD 1000년의 세계에서 가장 긴 육로였다. 말레이 반도에서 아프리카 동쪽 마다가스카르까지 인도양을 가로질러 머나먼 항해가 이뤄진 시기였다. 1000년 무렵 상인들의 주요 고객은 동쪽에 있었다. 그 당시 송나라는 지구상에서 가장 세계화된 국가였다. 국제무역항 광저우(광주)와 취안저우(천주)에서 전 세계 상인들이 온갖 상품을 거래했다.
서기 1000년, 중국 대륙의 북쪽은 요나라, 송나라는 남쪽으로 밀려나 있었다. 중동은 아바스 제국이 힘겹게 명맥을 유지했고, 동유럽의 비잔틴 제국, 서유럽은 제후국이 난립했던 중세였다. 세계 인구는 2억5000만 명이었다. 중국이 1억명으로 가장 인구가 많았고, 프랑스의 파리는 2-3만명, 스페인 코르도바는 45만 명, 송나라의 카이펑(개봉)과 항저우(항주) 인구는 최소 100만 명이었다.
역사학자는 프롤로그에서 말했다. “1000년은 세계화가 시작된 해였다. 전 세계에 무역로가 뚫려 상품, 기술, 종교, 사람들이 본 고장을 떠나 새로운 지역으로 갈 수 있게 된 것이 그때였다. 그리고 그 결과로 나타난 변화는 보통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이 미칠 정도로 컸다.”(18-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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