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철학의 시대
지은이 : 강신주
펴낸곳 : 사계절
우리 시대의 가장 핫한 철학자 강신주(姜信珠, 1967- )가 〈제자백가의 귀환〉 시리즈를 열어젖혔다. 2500년 전 중국의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는 무한경쟁과 약육강식이 일상화된 전쟁의 시대였다. 제자백가諸子百家는 혼란의 시대에 고통과 상처를 치유할 새로운 삶의 규칙과 논리를 모색한 사상가들의 고민의 산물이었다.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 철학은 2500여년을 가로지르며 오늘날까지 동양의 고전・경전으로 자리매김했다. 『철학의 시대』는 제자백가 철학자들을 다루기 전에 시대적・사상적 배경을 짚어주는 프롤로그였다.
책은 3부로 구성되었다. 1부, ‘중국 고대사의 낯선 풍경들’은 제자백가 철학의 시대적 배경을 다루었다. 역사가들은 B.C. 770년 이전을 서주西周 시대로, 이후를 동주東周 시대로 구분했다. 춘추시대가 B.C. 770년에서부터 B.C. 481년까지라면 전국시대는 B.C. 481년에서 진시황秦始皇(B.C. 259-B.C.210/209)이 천하를 통일한 B.C. 221년까지의 시기였다. 명칭은 역사서 『춘추春秋』와 『전국책戰國策』에서 유래했다. 춘추시대 오패五霸는 제나라 환공, 진나라 문공, 초楚나라 장왕莊王, 오吳나라 합려闔廬, 월越나라 구천句踐을 꼽았다. 춘추 시대가 170여 개의 제후국이 패권을 다툰 시대였다면 전국 시대는 일곱 개의 거대 제후국이 최종 승자를 가리던 시대였다. 전국칠웅戰國七雄은 진秦, 제齊, 초楚, 연燕, 한韓, 조趙, 위魏나라였다.
2부, ‘고대 경전 들여다보기’는 고대 중국의 텍스트를 살펴 그들의 삶과 사유를 이해했다. 주나라 사람들의 종교적 행위를 집대성한 『주역周易』, 신정정치에서 세속정치로 이행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춘추좌전春秋左傳』, 『시경詩經』의 노래들에 담긴 민중의 삶을 풀어냈다. 시경은 송頌. 아雅, 풍風으로 구성되었다. 송과 아가 주로 주나라 귀족의 삶이나 예와 관련된 주류 문화의 노래였다면, 풍은 다양한 제후국에 살던 민중의 삶과 애환을 보여주는 노래였다.
3부, ‘제자백가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은 기존의 제자백가 분류방식이 한나라 역사가들의 자의적 분류임을 설명했다. 『사기史記』, 『한서漢書』, 『회남자淮南子』 등 역사서를 계보학적으로 정리하여 역사적 맥락을 짚어냈다. 제자백가는 ‘이념을 공유한 스승과 제자로 구성된 다양한 개성을 지닌 사상학파’(82쪽)를 가리켰다. 제齊나라의 수도 임치臨淄는 60만 인구를 자랑하는 전국시대 중기에 가장 번성했던 도시였다. 선왕宣王은 각 제후국에서 활약하던 사상가들을 초빙했다. 무려 천 여 명의 사상가들이 직하학사稷下學舍에 모여들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제자백가는 자신의 사상이 탁월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다른 사상가와 치열한 논쟁을 펼쳤다. 이를 백가쟁명百家爭鳴, 백화제방百花齊放이라고 불렀다.
철학자는 말했다. “제자백가 철학은 인간이 사유할 수 있는 가능성이 모두 들어있다. 통합된 담론이나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없는데도 국내에서는 ‘일관된 질서가 있다’는 식으로 해석되고 있다.” 『철학의 시대』는 2011년 11월에 초판이 나왔다. 시리즈는 앞으로 3년간 총 12권이 나올 예정으로 관중, 공자, 손자, 오자, 묵자, 양주, 상앙, 맹자, 노자, 장자, 혜시, 공손룡, 순자, 한비자 등 제자백가를 대표하는 사상가들을 모두 소개한다고 했다. 시리즈 2권 『관중과 공자』가 2011년 11월에 나왔을 뿐 감감무소식이었다. 벌써 1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무슨 사정인지 모르겠지만 시리즈는 중동무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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