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내 귀는 거짓말을 사랑한다

대빈창 2022. 12. 6. 07:30

 

책이름 : 내 귀는 거짓말을 사랑한다

지은이 : 박후기

펴낸곳 : 창비

 

고단한 노동에 찌든 소시민들의 남루한 삶을 쓸쓸한 풍경에 담은 시인의 세 번째 시집 『격렬비열도』가 가슴 한 구석에 오랜 여운으로 남았다. 제24회 신동엽창작상 수상작인 첫 번째 시집 『종이는 나무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실천문학사, 2006)는 품절이었다. 『내 귀는 거짓말을 사랑한다』(창비, 2009)는 3년여 만에 묶어낸 두 번째 시집이었다. 시편은 4부에 나뉘어 60편이 실렸다.

 

암으로 위胃를 잘라 낸 사내 / 용산참사 철거민 / 폐광 광부 / 불법체류자 / 해고노동자 / 관장 받는 어머니 / 반월공단 외국인노동자 / 풍 맞아 쓰러진 노인 / 치매 노모 / 어두운 방에서 홀로 죽어가는 아버지 / 이스라엘 폭격으로 죽는 베이루트 소녀들 / 지하역 노숙자 부자夫子 / 항암치료 끝에 죽은 이의 부고 / 노동에 지친 일곱 식구 가장 / 퇴행성관절염 앓는 노모 / 고층빌딩 유리닦이 / 술 취해 우는 여자 / 한라산 산사람 / 실업자

 

가난에 찌들어 비루한 삶을 살아가는 소외된 자들에 대한 시인의 애틋한 시선이 뭉클했다. 정호승(시인)은 표사에서 말했다. “박후기의 시는 새롭다. 소위 ‘미래파’의 세례를 받아서 새로운 게 아니라, 사물과 현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그만의 진지하고 신선한 눈이 있어 새롭다.” 문학평론가 엄경희는 해설 「비루한 바닥의 궁륭」에서 “열망하는 존재로 한 순간 비약해서 갈 수 없는 이 뒤처짐과 쓸쓸함이 박후기 시의 리얼리티이며 진실성(118쪽)”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출신의 글렌 굴드(Glenn Gould, 1932-1982)는 역사상 가장 독특한 피아니스트였다. 어머니에게 세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그는 천부적인 음악성을 타고났다. 글자보다 먼저 악보를 읽었고, 절대음감의 소유자였으며 다섯 살 무렵부터 작곡을 시작했다. 굴드가 국제적인 피아니스트로 급부상한 것은 1955년 녹음한 한 장의 음반을 통해서였다. 그는 워싱턴과 뉴욕에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으로 독주회를 열었다. 컬럼비아 음반사에 나온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굴드의 바흐 음악에 대한 새롭고 독창적인 해석은 음악계 전체의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Daum백과 발췌) 마지막은 3부의 첫 시로 표제를 따온 「사랑」(66쪽)의 전문이다. 부제가 ‘글렌 굴드’였다.

 

침묵은 / 말 없는 거짓말, / 내 귀는 / 거짓말을 사랑한다 / 살아야 하는 여자와 / 살고 싶은 여자가 다른 것은 / 연주와 감상의 / 차이 같은 것 / 건반 위의 흑백처럼 / 운명은 반음이 / 엇갈릴 뿐이고, / 다시 듣고 싶은 음악은 / 다시 듣고 싶은 / 당신의 거짓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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