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나무의 시간
지은이 : 김민식
펴낸곳 : b.read
출판사와 지은이가 생경했다. 《b.read》는 라이프스타일 출판사였다. 강원 홍천 내촌목공소의 목재 상담 고문 김민식은 40여년을 목재 딜러, 컨설런트로 활동했다. 그의 나무 여정은 비행기 여정만 400만㎞, 지구 100바퀴에 이르렀고, 전 세계 55개국의 자연과 사람을 만났다. 『나무의 시간』은 역사, 건축, 과학, 문학, 예술 등 저자의 오랜 경험이 쌓인 나무 관련 지식의 향연장이었다. 프롤로그 「내 나무 이야기의 시작」은 종합상사 직원으로 시장개척 현장에서 부딪힌 상황이 저자를 나무만 보며 살게 만들었다. 1982년 미국 휴스턴의 한국 합판 1장은 5달러인데, 영국 모빌하우스는 5만 달러로 1,000배가 비쌌다.
1장. ‘가로수길은 프랑스에서 시작됐다’는 2012년 5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 60주년 기념행사의 템스강 요트는 18세기형 노 젓는 배였고, 육두마차는 영국 역사 속 나무의 상징으로 채워졌다. 천마총에서 발굴된 천마도는 자작나무 껍질 말다래에 그려졌다. 레바논 국기의 ‘초록나무’는 삼나무다. 1902년 릴케의 파리 가로수길은 수령 40년 이상의 절정기 나무였다. 셰익스피어가 스트랫포트 고향집에 심은 뽕나무는 150년 후 순례객을 감당치 못한 새 주인이 베어 재목으로 팔아버렸다. 일본 우키요에 목판화 판재는 동백나무다. 제주도 구상나무는 유럽과 미국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Koren Fir(한국산 전나무)로 팔리고 있다. 인도의 보리수는 콩과 활엽교목이고, 중국의 보리수는 피나무이고 한국의 통종 보리수는 보리수나무과다.
2장. ‘이탈리아 와인은 포플러에 실려 온다’는 롤즈로이스・마세라티는 마호가니, 로즈우드 등 열대 나무와 북반구 호두나무, 느릅나무까지 사용하고 있다. 19세기 유럽 열강들은 고급 수종 마호가니를 남벌하여 식민 산지에서 씨를 말려버렸다. 가장 큰 목재 건축은 런던의 달스톤 레인이고, 최고 높이 건축은 18층 53m에 이르는 밴쿠버 UBC의 레지던스 건물이다. 우리 땅 산골의 굴피지붕, 보르도의 와인 포장상자・와인 숙성통, 코르크 병마개는 참나무를 이용했다. 미국 미니멀리즘 아티스트 도널드 저드(1928-1994)의 가구. 먹감나무는 심재가 까맣고 바깥이 하얀 감나무로 20%가 채 되지 않는 귀한 재료.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은 느티나무, 통영 세병관 기둥은 참나무. 참나무는 참나무 속의 굴참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졸참나무, 상수리나무의 공통 명칭.
3장. ‘오지에 나무를 심어라, 그래야 오래간다’는 홍송紅松은 잣나무. 버려진 폐목재로 만드는 네덜란드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피트 하인 이크의 스크랩 우드 가구. 강원 원주 박경리문학관의 집필용 테이블은 느티나무 원목 교자상. 생존작가 최고가의 중국 40대 화가 쩡판즈(1964 - )의 베이징 스튜디오의 에르메스 가구는 유실수를 목재로 사용.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나무심기를 통한 인간의 ‘선한 관계’ 회복.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에서 산림 면적이 63-4% 비율로 세계 4위권. 송백松柏은 소나무와 잣나무, 괴목槐木은 회화나무와 느티나무. 스칸디나비아 빈티지 가구는 1920-50년대 미드 센트리mid-century라 불리던 때에 생산된 스칸디나비안 가구. 실내에 목재를 많이 사용할수록 정서적 안정감・수명 연장.
4장. ‘숲이 좋은 곳은 사람도 넉넉하다’는 중국 귀주貴州 구이저우 성의 소수민족 집은 삼나무로 만든 건축. 세계 최고 목조 건축물 일본 호류지는 편백나무로만 지어져 천년세월을 버텨냈다. 독일 슈드하르츠의 작은 제재소에서 ‘진공 열처리 기술’로 흑단과 같은 색깔과 품질의 목재를 만들었다. 링컨은 대평원 켄터기 통나무집에서 태어났다.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의 나무는 이탤리언 사이프러스. 제임스 조이스는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서 아일랜드의,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에서 독일의 여러 나무를 등장시켰다. 데이비드가 호크니가 그린 고향 이스트 요크셔의 큰 나무들은 시카모어와 너도밤나무. 애팔레치아 산맥 테네시 주는 세계 활엽수 목재의 수도. 건축의 노벨상 프리츠커상을 받은 스위스 건축가 페터 춤토르와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목수 이력을 갖고 있다.
에필로그 「나무를 헤아리며」는 영국, 덴마크에서 제조한 최고 등급의 모빌 하우스도 내촌목공소의 목재 구조로 만든 ‘내촌 셀Naechon Cell'에게 비교가 되지 않았다. 저자가 젊은 시절, 싸구려 합판을 팔려고 도미한 지 38년의 시간이 흘렀다. '세상은 목수를 찾고 있다. 목수는 연결하는 사람, 소통하고 이해하게 만드는, 평화를 만드는 이다.' 책의 마지막 문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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