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조선을 생각한다

대빈창 2022. 12. 26. 07:30

 

책이름 : 조선을 생각한다

지은이 :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

옮긴이 : 심우성

펴낸곳 : 학고재

 

종교철학자・예술평론가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 1889-1961)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에게 반성을 요구하고 일본의 조선정책을 비판한 일본지식인이었다. 그는 일본 민예民藝 운동의 원조元朝로 불렸다. 1914년 조선총독부 산림과 기사 아사카와 다쿠미에게 조선백자를 선물 받으면서 조선 민예의 아름다움에 눈을 떴다.

〈학고재신서 7〉로 1996. 2. 출간된 『조선을 생각한다』는 야나기 무네요시 연구가 다카자키 소우지(高崎宗司)가 1920년부터 1934년 사이에 발표된 조선 관계의 전 논고를 수록・편찬했다. 무네요시가 책에 실린 글을 썼을 때는 30세를 갓 넘긴 나이였다. 41편의 글은 1쪽 분량의 「《조선시대》 도기 견본」에서 44쪽의 분량의 「석불사의 조각에 대하여」까지 다양했다.

서문은 무네요시의 아들 야나기 무네미치(柳宗理)의 「《조선을 생각한다》 한국어판 서문」과 옮긴이 심우성沈雨晟의 「‘야나기 무네요시’의 한국미론」이 서두를 장식했다. 부록으로 다카자키 소우지의 「야나기 무네요시와 조선관계 연보」, 「야나기 무네요시와 조선 관계 문헌 목록」 그리고 해설로 마무리했다.

표지그림은 ‘1910년 무렵의 광화문 부근’ 이다. ‘광화문이여, 광화문이여, 너의 목숨이 이제 경각에 달려 있다. 네가 일찍이 이 세상에 있었다는 기억이 차가운 망각 속에 파묻혀버리려 하고 있다. 어쩌면 좋단 말인가.’(197쪽) 무네요시는 1922년 일제의 광화문 철거 방침에 반대하는 「사라지려 하는 한 조선 건축을 위하여」를 신문에 기고했다. 조선총독부는 경복궁 홍례문 구역을 철거하고 총독부 건물을 지으면서 앞의 광화문을 철거하려 했다. 결국 1926년 경복궁 동쪽의 건춘문 북쪽으로 이전했다.

무네요시의 예술관은 ‘자연과 역사는 예술을 낳는 어머니이다. 자연은 언제나 그 민족의 예술이 취해야 할 방향을 부여하고 역사는 밝아야 할 경로’(176쪽)를 정해주었다. 무네요시의 조선예술을 바라보는 틀과 개념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이 땅에서 권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예술구성의 기조를 형태・색채・선으로 구분하고, 동양3국의 미적 특질을 여기에 연결 지었다. 중국의 대륙적 강대함은 형태로, 일본의 아름다운 자연은 색채로, 조선은 길고 아름다운 선의 예술로.

책을 여는 첫 글 「조선 사람을 생각한다」에서 ‘조선 역사의 운명은 슬픈 것이었다. 그들은 억압에 억압을 받으며 3천 년의 세월을 보냈다.’(18쪽) 무네요시는 한민족의 역사는 끝없는 착취, 억압, 고통, 비참, 슬픔, 쓸쓸함으로 점철된 역사가 예술에 반영된 것이 조선의 ‘선의 예술’이라고 규정했다. 1923년 9월 발표한 「조선・일본 문제의 어려움에 대하여」에서 ‘조선인이 불온한 것도 아니다. 일본의 통치가 잔학한 것도 아니다.’(288쪽)라고 관념적 의식을 드러냈다.

일본 철학자 이토 도오루는 무네요시를 비판했다. “야나기가 식민통치아래 신음하는 조선민족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않고, 관념적이고 정서적 세계인 예술의 중요성만을 강조한 것은 ‘비극의 민족’의 관심을 예술로 돌려 현실타파를 단념시키기 위한 허구이자 기만”이라고. 무네요시는 조선을 21차례 방문하여 민예품을 수집하고 《조선민족미술관》에 설립・전시했다. 해방 후 그의 유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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