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지은이 : 안도 다다오
옮긴이 : 이규원
펴낸곳 : 안그라픽스
안도 다다오(安藤忠雄, 1941- )는 '일본 건축의 특수성을 현대건축의 보편성으로 연결'한 세계적인 일본인 건축가였다. 그는 1941년 효고현兵庫県 나주오하마鳴尾에서 태어났다. 공업고등학교 2년 때 프로복서가 되었다. 고교생활이 끝날 즈음 권투를 포기했다. 스무살 때 르 코르뷔지에 Le Corbusier의 작품집을 접하고 건축도면을 수없이 베꼈다. 그는 독학으로 건축가의 길로 들어서 40년간 작업해 왔다.
스물두 살 때 고건축, 토착민가, 일본 근대건축가 단게 게조의 건축물을 찾아 일본을 일주했다. 미타니 돈스케水谷颖介의 도시연구그룹 Team UR에 첨여했다. 스물네살(1964년) 때 7개월간의 유럽건축 여행에서 로마 판테온, 그리스 파르테논, 바르셀로나 안토니오 가우디, 미켈란젤로 건축물, 르 코르뷔지에의 사보아 주택, 롱샹 성당, 라투레트 수도원, 유니테 다비타시옹을 만났다. 이후 4년 동안 돈만 모이면 세계 여행을 떠돌아다녔다.
다다오가 건축가로 데뷔한 첫 작품은 스미요시 나가야(住吉の長屋) ‘스미요시의 긴 집’ 이었다. 폭 3.6m, 깊이 14.4m의 지형에 좁고 긴 콘크리트 박스를 끼워 넣은 일본 가정집이었다. 그는 주거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극소라는 말로 표현해야 마땅한 대지에서 자연과 공생”으로 답했다.
건축가의 여정은 아시야의 오쿠아케 호숫가의 ‘고시노 주택’, 3세대형 주거 ‘기도사키 주택’, 250미터 파사드의 대형 건축물 ‘오모테산도힐즈’, 록코산자락 기울기 60도의 경사지에 지은 ‘록코집합주택’, 화가 오다 히로키의 작품전시실 ‘빨간 모자 오다 히로키 뮤지엄’, 홋카이도의 물 위에 십자가가 떠있는 ‘물의 교회’, 비영리단체 AMDA가 세운 네팔 룸비니의 '어린이병원', 히메지시교외 사쿠라야마 저수지 옆의 연못을 따라 500미터에 걸쳐 긴 옥외통로로 연결 배치된 '효고현립어린이회관', 자연풍력을 이용한 도큐토요코선 시부아역, 도쿄만의 쓰레기매립지 나무심기 운동 '바다의 숲', 연못 수면 밑 법당 진언종 혼푸쿠지 미즈미도, 수십만 개의 하얀 화강암 주먹돌로 덮은 대형계단의 지붕을 가진 치카쓰아스카발물관, 산을 통째로 깍아 낸 길이 1킬로미터, 면적 28헥타르의 적갈색 암반에 세워진 고베 지진부흥 프로젝트 '아와지 유메부타이', 어둑한 공간의 정면 벽에 뚫은 십자형 창으로 빛의 십자가가 부각되는 '빛의 교회' 등.
건축가의 대표작은 1980년대 말부터 20여 년 간 진행된 시코쿠 가가와현의 작은 섬 나오시마直島의 아트 프로젝트였다. 인구 3,500명의 작은 섬은 철과 구리 제련소의 공해로 자연도 피폐해져 버려지다시피 했다. 건축가는 이곳에 1992년에 체류형 미술관인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을 지었다. 2004년에 모든 시설이 땅 속에 묻혀있는 지중地中미술관을 완성했다. 예술의 섬으로 재탄생한 나오시마는 연간 2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섬이 되었다.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자서전으로 일본 최고의 사진작가 아라키 노시요부를 비롯한 풍부한 사진 자료로 건축가가 걸어온 길을 환하게 밝혀주었다. 그의 건축미학은 거칠고 단단한 노출 콘크리트 마감으로 일관하는 금욕주의와 철저한 기하학의 단순 원리에 충실한 설계를 통해 구현되었다. 책은 입지전적 인물의 화려한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희망 메시지였다. 건축가는 자신의 삶을 “얼마 남지 않은 가능성에 기대를 품고 애오라지 그늘 속을 걷고, 하나를 거머쥐면 이내 다음 목표를 향해 걷기 시작하고, 그렇게 작은 희망의 빛을 이어나가며 필사적으로 살아온 인생‘(417쪽)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