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한 권의 책
지은이 : 최성일
펴낸곳 : 연암서가
『어느 인문주의자의 과학책 읽기』 / 『베스트셀러 죽이기』 /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 / 『한 권의 책』
내가 읽은 출판칼럼리스트 故 최성일(1967-2011)의 책들이다. 소설가 최성각의 산문집 『나무가 있던 하늘』을 잡았고, 망각 속의 지은이가 수면 위에 떠올랐다. 다행스럽게 군립도서관에 네 권의 책이 있었다. 책은 고인의 삶 마지막 10년 동안 여러 매체에 발표했던 서평을 단행본으로 묶었다.
“『한 권의 책』은 남편의 유고집이 되고 말았다. 『어느 인문주의자의 과학책 읽기』처럼 미리 저자의 머리말이 준비되었더라면 좋을 걸 그랬다. 남편은 이 책이 묶일 것을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훌쩍 떠나 버렸다.” 고인의 아내가 쓴 |머리말을 대신하여|의 시작부다. 그랬다. 고인의 죽음은 두 권의 유고집을 세상에 남겼다. 저술가 장성익은 발문 「도서관 같은 천국으로 떠난 사람」에서 보르헤스의 말을 인용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인문주의자 책벌레’의 안부를 위로했다.
작가 최성각은 표사 「인문주의자 최성일이 읽은 책과 세상」에서 “손을 씻고서야 책을 만져야 하는 게 저자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던 사람, 밑줄을 그어도 자를 대듯 금을 긋던 사람, 책을 너무나 좋아했고 책에 담긴 진실의 세계를 지나치도록 믿었던 사람, 그러나 그랬기에 딱 그만큼 거짓을 혐오했던 독립적인 비평가”를 추모했다.
책은 4부에 나뉘어 101편의 글이 실렸다. 1・2부는 대부분 3쪽, 3부는 2쪽이었고, 4부는 4-10쪽까지 긴 분량의 글을 모았다. 1부는 생태・대안적 삶의 체험기 후쿠오카 켄세이의 『즐거운 불편』에서, 거짓말 긍정론의 로렌 슬레이터의 『나는 왜 거짓말을 하는가?』까지 27권. 2부는 원전 18권과 다큐멘터리 2편의 건축명저를 리뷰한 이건섭의 『20세기 건축의 모험』에서, 일상에서 철학하는 안광복의 『철학의 진리나무』까지 28권. 3부는 육아에 관한 철학 서원희의 『아이 키우기는 가난이 더 좋다』에서, ‘실서증失書症 없는 실독증失讀症’ 환자의 회상록 하워드 엥겔의 『책, 못 읽는 남자』까지 31권. 4부는 잉글랜드 북구 탄광산업지대 르포 조지 오웰의 『위건 부두로 가는 길』에서 ‘아무데도 없는 곳’이라는 뜻의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까지 15권.
가장 긴 글은 10쪽의 「어린 왕자와 그 ‘신하’들」로 『어린 왕자』와 부속도서 리뷰였다. 『어린 왕자』는 160개 언어로 번역되었고, 8,000만부가 팔린 세계적 베스트셀러다. 무단 번역과 해적판까지 합하면 일억 부가 될 것이다. 프랑스의 판매량은 1,100만부로 단일 책으로 최고의 기록이다. ‘환경운동하는 작가’ 최성각의 독서지론은 “범람하는 잡서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 바보짓은 없을 것이다. 아예 책을 읽지 말거나, 읽으려면 좋은 책, 진실이 담긴 ‘뜨거운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 일본의 시사평론가 다치바나 다카시는 한 인터뷰에서 독자에게 권할 만한 책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정중히 거절했다. 그 까닭은 이러했다. “책과의 만남은 자기 스스로 만드는 수밖에 없고, 진정으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스스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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