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야만의 역사
지은이 : 스벤 린드크비스트
옮긴이 : 김남섭
펴낸곳 : 한겨레신문사
오래 묵은 책은 출판사가 《한겨레신문사》였다. 초판1쇄가 2003년 4월이었다. 출판사은 2000년대 어느 때 《한겨레출판》으로 상호를 바꾸었다. 추천 글이 반갑게 박노자의 「서구적 야만의 어둠의 한가운데 - 스벤 린드크비스트의 시공을 뛰어넘는 여행」이었다. 옮긴이는 〈한겨레21〉에 실린 박노자의 ‘유럽은 약탈적인 오랑캐였다.’라는 글을 읽고 책을 번역하기로 마음먹었다.
스웨덴 출신의 작가, 역사・문화연구가 스벤 린드크비스트(Sven Lindqvst, 1932 - )는 『야만의 역사』에서 19세기 아프리카에서 자행된 유럽 제국주의의 야만적인 인종 대학살의 뿌리를 파헤쳤다. 린드크비스트는 사하라 사막에서 가장 메마른 지역으로 ‘사막 중의 사막’ 타테마이트(Tademait)를 버스로 종단했다. 그의 발걸음은 알제리의 엘골레아에서 인살라, 타마르세트, 아틀리트, 아가데즈, 진데르로 이어졌다.
‘인종 절멸’의 역사를 고발한 에세이는 사막의 공간적 여행과 역사 속 시간적 여행, 그리고 저자의 기억이 복합적으로 엮어졌다. 역사의 시간적 여행은 폴란드 출신 작가 조셉 콘라드(1857-1924)의 『어둠의 한 가운데』에 나오는 문구 “모든 야수를 절멸하라”가 핵심어였다. 콘라드는 러시아의 식민지였던 조국을 떠나 유럽을 떠돌다 영국에 정착했다. 벨기에 국왕 레오폴트2세 식민주의자들의 아프리카 콩고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잔인한 식민통치를 목격하고, 1889-1890년 소설을 완성했다.
책은 비서구인의 절멸이 최선이라는 유럽인들의 ‘학살주의’의 사상적 계보를 들추어냈다. 유럽의 팽창에 의해 1541년에 멸종된 최초의 사람들은 석기시대 종족 관체족이었다. 유럽인이 당도하기 전 카나리아제도의 관체족은 8만 명이었다. 오스트레일리아 남동부의 태즈메니아는 아일랜드 크기의 섬이었다. 1803년 식민주의자 36명이 도착하면서 벌어진 대학살로 태즈메니아 원주민은 1876년 완전히 절멸되었다. 15세기말 500만 명에 달했던 미국의 인디언들은 1891년 운디드니 대학살 무렵 25만명이 살아남았을 뿐이다. 1519년 스페인 군대가 멕시코에 나나났을 때 2,500만 명이었던 원주민은 100년이 지났을 때 150만 명만이 살아남았다.
1898년의 옴두르만 전투에서 영국군은 48명밖에 희생되지 않았지만 수단인은 1만 1,000명이 살해되었다. 전투는 유럽 제국주의 신무기의 시험장이었다. 1904년 독일군은 남서아프리카 헤레로족을 사막으로 몰아내고 국경을 봉쇄했다. 물을 찾으려다 죽은 그들의 해골이 사막의 웅덩이에서 발견되었다. 8만명의 인종은 거의 사막에서 죽었고, 살아남은 몇 천 명이 독일군 강제수용소에서 중노동에 처해졌다. 1898년 프랑스의 중앙아프리카 원정대 인원은 수천 명이었다. 매일 40톤의 물을 공급하기 위해 원정대는 사막의 샘들을 휘젓고 다녔다. 그들은 지나치는 마을마다 불을 질렀고, 모든 사람을 죽였다. 벨기에 레오폴트2세 대리인들은 콩고에서 원주민들의 노동력과 고무와 상아를 무력으로 징발했다. 명령을 거부하는 마을은 불탔고, 아이들이 살해되었으며 손목을 잘랐다.
린드크비스트는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허울 속의 ‘숨겨진 유럽의 야만성을 폭로하고 단죄’했다. ‘지리상의 발견’이래 북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의 ‘열등 인종(?)’을 절멸시킨 유럽의 팽창은 ‘세계적 규모의 자본 축적’ 과정이었다. 홀로코스트는 유럽의 유일무이한 사건이었지만 서구 팽창의 역사는 인종 전체를 절멸시켰다. 유럽 제국주의가 아프리카에서 저질렀던 인종 절멸은 나치의 홀로코스트 기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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