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우리 시대의 장인정신을 말하다
엮은이 : (재)아름지기
펴낸곳 : 북노마드
책은 아름다운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고 가꾸는 비영리단체 (재)아름지기의 아카데미 강좌를 엮은 것이다. 2001. 1.에 창립한 아름지기는 한국의 전통 문화유산과 그 주변 환경을 가꾸고, 우리 문화의 맥을 계승하여 전통의 가치가 숨쉴 수 있게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재)아름지기는 우리 것의 가치를 오늘날에도 계속 이어가는 장인들의 참된 가치를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어, 『우리 시대의 장인정신을 말하다』를 엮었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6인의 전문가로 유홍준(문화유산), 김영일(음악), 배병우(사진), 정구호(패션), 김봉렬(건축), 조희숙(요리)을 초대했다.
유홍준(미술사학자)은 “진정한 전문가란 학문적 연구와 별도로 자신의 학문과 지식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해 대중화를 이루는 사람”이라고 했다. 장인 정신은 결국 노력의 산물로서 추사 김정희는 70 평생에 벼루 10개를 밑창 냈고, 붓 일 천 자루를 몽당붓으로 만들었다. 모든 명작의 공통점은 디테일 아름답다고 강조했다. 겸재와 단원은 산속의 작은 사람의 뒷모습과 표정까지 세밀하게 묘사했다.
김영일(악당樂黨 이반 대표)은 “장인이란 자기 영역을 보는 것을 자기의 마음 보듯 하는 사람들이다. 우리 시대의 장인정신이라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는 산조散調를 1백년 밖에 되지않는 완벽한 현대음악이라고 극찬했다. 산조는 부분을 채워가는 것이 아니라 기승전결 구조를 완전히 부수고 다시 짜는 음악 형식으로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다. 스승이 만든 것을 다 익힌 다음에 그걸 부수어서 다시 짜는 것이 산조였다. 한 사람이 딱 하나의 음악을 남기고 죽는 것이다.
배병우(사진작가)는 “사진가는 눈으로 보았을 때 자신이 삼고자 한 것들을 기억해서 사진에 옮겨내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이 프로이고, 장인이다. 사진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해석”하는 것이다. 그는 사진을 자연에서 시간과 공간을 따내와 선택하고 압축해서 보여주는 것으로, 그것을 보는 눈에 따라 다른 사진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정구호(패션 디자이너)는 “장인에게는 미장센mise-en-scene'이 가장 중요하다. 물건이건 예술품이건 본인이 속한 장르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사람”이었다. 기계를 기계스럽게 표현하면 인간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다. 기계를 인간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수준높은 기술이라고 했다.
김봉렬(건축가)은 “개인의 독창적인 정신은 물론 사회문화적 배경에서 나온 통념이나 의식의 영향을 받는다. 장인은 시대가 만들어낸 총체적인 정신을 구현하고, 그 속에서 개인의 창조성이 발휘되어야 비로소 빛을 발하는 존재”이다. 그는 이 땅의 건축계는 80%가 대형 시장에 점유되어 장인정신이나 작가정신이 들어갈 공간이 없다고 했다. 건축가는 자본이 추구하는 대로 최대 이윤을 획득하기 위해 봉사하는 사람으로 전락했다.
조희숙(한국요리전문가)는 “오랜 기간을 통해 기술을 터득해가면서 얻게 되는, 마지막의 완성도가 느껴지는 그런 순간에 이르렀을 때, 그것이 완성되었을 때 장인”이 되는 것이다. 한 번 뿌리내린 음식문화가 좀처럼 변하지 않는 것은 ‘먹기食’와 ‘마시기飮’가 사람살이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전통과 현대를 넘나들면서 현장을 지켜 온 우리 시대 최고 전문가들은 한국적 장인정신의 진정한 의미를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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