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한국과 중국의 회화
지은이 : 한정희
펴낸곳 : 학고재
미술사학자 한정희(韓正熙, 1952- )의 이력이 눈에 띄었다. 공대를 졸업하고, 미술대학과 미국 유학으로 미술사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철학자 강신주가 학부를 공대에서 마치고, 석・박사 학위는 철학을 전공한 이력과 방불했다. 『한국과 중국의 회화』는 〈학고재신서 21〉로 1999. 3. 초판1쇄가 나왔다. 20년의 세월이 흘렀고, 나는 다시 책을 펼쳤다. 한・중 회화 교류에 관한 논문 13편이 실렸다. 1부 '중국의 회화'에 7편, 2부 ‘한・중 회화의 관계성’에 6편을 담았다.
1부의 「중국 회화사의 복고주의」는 모사에 가까운 임臨이나 모摹에 비하면 방倣은 창작에 가깝다. 원대元代 오진(吳鎭, 1280-1354)의 묵죽화첩墨竹畵帖인 《묵죽보墨竹譜》중의 일 엽에 ‘의여가필의擬與可筆意’라 쓰였는데, 가장 선구적인 작품이다. 「동원 회화작품의 몇 가지 문제점」은 동원의 전칭작품傳稱作品에서 구로카와고문화연구소의 〈한림중정도寒林重汀圖〉는 이름이 없었으나, 1927년 「남종의발」에서 처음으로 이름이 불리었다. 북경고궁박물관의 〈소상도瀟湘圖〉는 요녕성박물관의 〈하경산구대도도夏景山口待渡圖〉와 연결되는 하나의 긴 권卷을 이룬다. 일본 교토 오가와의 〈계산행려도溪山行旅圖〉는 명대에 그려진 모작으로 화제는 왕시민의 글로 추정된다.
「동기창론」은 명 말의 동기창은 문학・서예・회화・이론・수장 등 모든 분야에서 정상에 있었던 종합적 문인예술가의 전형이다. 「동기창에 있어 동원의 개념」은 대부분의 후대 문인화가들을 연결시켜 동원의 지위를 문인화의 시조로 자리매김했다. 「중국의 말 그림」에서 원대 1296년 작 조맹부의 〈인기도〉 도판이 어딘가 낯이 익었다. 《학고재》에서 출가된 『중국 회화사 삼천년』 팸플릿의 표지그림이었다. 「중국 근대회화의 성격」에서 근대성(modernity)을 보기는 어렵다. 서구적인 표현은 서구 모더니즘의 폭넓은 수용이 아닌 사실주의에 머물렀을 뿐이다. 「중국의 회화비평」은 육조시대 사혁(謝赫, 490-530?)의 6품등법六品等法이 시작이었다.
2부의 「조선 후기 회화에 미친 중국의 영향」은 기존 학계는 조선후기 미술에서 겸재의 진경산수화, 단원의 실경산수화를 조선성리학의 소중화 사상에 따른 자주의식의 발로로 보았다. 저자는 전통보다 실체를 중시하는 중국의 새로운 사조 즉 실학사상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았다. 「문인화의 개념과 한국의 문인화」는 하나의 양식으로서 북송대, 즉 11세기를 기점으로 문동・소식・미불・이공린・왕선 등을 시작으로 보았다. 원사대가 오진・황공망・예찬・왕몽은 이후 문인산수화의 네 가지 전형이 되었으며 중국 회화의 가장 큰 흐름을 형성했다.
「영・정조대 회화의 대중교섭」은 영조(재위 1725-1997)와 정조(재위 1777-1800)대 18세기 중엽 북학파의 출현은 양국의 활발한 교류를 상징했다. 「동기창과 조선 후기 화단」에서 동기창은 남북종설의 창시자로 문인화풍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중국회화사의 체계를 정립했다. 많은 방작倣作을 그림으로써 문인화가 지향해야 활 바를 제시한 화가・서예가였다. 「한・중 근대회화의 일본화풍 수용 비교론」은 일본 화풍 수용에서 중국이 유학생을 중심으로 화단의 일부에서 수용한 반면 한국은 선전이라는 전시회를 통해 일본 화풍을 받아들여 그 영향이 근원적이고 광범위하였다.
「풍신뇌신도상의 기원과 한국의 풍신뇌신도」에서 풍신뇌신도風神雷神圖는 바람의 신 풍신과 천둥의 신 뇌신이 한 짝으로 표현되는 불화의 한 부분이다. 서양에서 형성된 풍신도상과 동양에서 자라난 뇌신도상의 결합은 매우 특이한 현상으로 동서 미술교류 연구의 중요한 자료이다. 연고連鼓를 치는 역사형力士形의 뇌신은 2세기경 중국 한대에서 처음 나타났다. 바람주머니를 들고 있는 전형적인 풍신은 기원전 2-3세기경 그리스 아테네에서 처음 보였다. 그리스와 중국에서 각자 발전한 도상은 점차 주변 지역으로 퍼져나가 동서 교통의 중심지였던 돈황敦煌에 이르러 한 짝이 되었다.
표지그림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강세황(姜世晃, 1713-1791)의 〈방동현재산수도〉다. 동기창이 동원의 그림을 보고 倣한 것을 보고, 다시 倣한 특이한 작품이다. 그림의 화제는 강세황 자신이 직접 제작 경위를 써 놓았다. 책에 실린 도판은 모두 218점으로 독자들의 눈을 맑게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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