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팜므 파탈
지은이 : 이명옥
펴낸곳 : 다빈치
2003. 3. 1판1쇄 펴냄. 내가 20년 만에 다시 잡은 『팜므 파탈』은 초판본이었다. 책은 《시공사》에서 2008.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저자 이명옥은 서울 종로 안국동의 〔사비나미술관〕 관장이었다. 팜므 파탈(femme fatale)은 '숙명의 여인‘을 뜻하지만 치명적인 매력으로 남성을 유혹해 파멸시키는 요부를 가리켰다. 책은 팜므 파탈의 이미지를 잔혹・신비・섹시・탐미 네 가지 주제로 분류하여 구성했다. 여기서는 29명의 팜므 파탈을 순서대로 짧게, 대표적 그림 한 점을 소개한다.
1부 ‘잔혹’은 악명 높은 요부 5명이 등장했다. 성서의 치명적인 성적 매력으로 의붓아버지 헤로데 왕을 유혹하여 세례 요한의 목을 자른 살로메. 귀스타브 모로의 〈현현〉. 그리스 신화의 변심한 남편 이아손에게 복수하기 위해 사랑하는 자식 둘을 살해한 마법사 메데이아. 들라클루아의 〈격노한 메데이아〉. 그리스 신화의 얼굴은 여자, 몸은 사자의 반인반수로 테바이 성벽위에서 행인에게 수수께끼를 내어 맞추지 못하면 잡아먹은 스핑크스. 에드바르트 뭉크의 〈여자의 세 시기(스핑크스)〉. 그리스 신화의 머리카락이 뱀인 끔찍한 괴물로, 소름끼치는 얼굴을 본 사람은 그 자리에서 돌로 굳었다는 메두사. 루벤스의 〈메두사의 머리〉. 구약성서 외경의 나라를 정복한 적장을 유혹해 몸을 섞고 골아 떨어진 홀로페네스의 목을 벤 아름다운 과부 유디트.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홀로페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
2부 ‘신비’는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여인 9명을 담았다. 기독교 원죄설로 아담을 유혹해 죄악의 구덩이 빠뜨린 사악한 요부 이브. 반 레르 후스의 〈인간의 타락〉. 19세기의 유명한 예술가들이 전파시킨 세기말 팜므 파탈의 아이콘 모나리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그리스 신화의 신비한 매력으로 남성의 몸과 마음을 뺏아 파멸시킨 요정 키르케. 워터하우스의 〈오디세우스에게 술잔을 권하는 키르케〉. 호기심을 못 이겨 인간에게 온갖 해로움이 가득 찬 상자를 연 판도라.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의 〈판도라〉. 사랑스럽고 달콤한 목소리로 뱃사공들의 넋을 사로잡아 영혼을 빼앗고 죽음에 이르게 한 세이렌. 워터하우스의 〈인어〉. 오스만 제국의 가장 위대한 술탄 쉴레이만 1세를 사로잡은 하렘의 노예 출신 황후 록셀란. 티치아노로 추정되는 〈쉴레이만의 아내 록셀란〉. 당대 최고의 지배자 로마제국의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를 유혹한 이집트 마지막 여왕 클레오파트라. 귀도 레니의 〈클레오파트라〉. 생애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나폴레옹을 손아귀에 쥔 두 아이가 딸린 과부 조세핀. 자크 루이 다비드의 〈나폴레옹 대관식〉. 러시아 출신 작가 나보코브의 사회적 금기 아동애를 가장 파격적으로 묘사한 소설 『롤리타』. 에곤 실레의 〈서있는 벌거벗은 소녀〉.
3부 ‘음탕’은 탕녀로 낙인찍힌 음란한 요부 8명을 실었다. 금발머리・글래머・백치미의 20세기 최고의 섹스 심벌 마릴린 먼로. 앤디 워홀의 〈붉은 마릴린〉. 그리스 신화의 헤라클레스를 3년 동안 성의 노예로 삼은 리디아의 여왕 옴팔레. 프랑수아 부셰의 〈헤라클레스와 옴팔레〉. 성서에 나오는 돈을 받고 삼손을 유혹해서 파별시킨 죄악의 상징 들릴라. 루벤스의 〈삼손과 들릴라〉. 사랑의 노예가 된 순진한 청년 돈 호세와 아름답고 정열적인 여인 카르멘의 금세기 최고의 오페라 〈카르멘〉. 에두아르 마네의 〈카르멘으로 분장한 에밀 앙베르의 초상〉. 19세기 프랑스 작가 에밀 졸라의 소설 『나나』의 여주인공, 파리 남성들을 애욕의 늪에 빠뜨린 창녀. 에두아르 마네의 〈나나〉. 로마 황제 클라우디아의 세 번째 아내로 매음굴에서 몸을 판 로마 역사상 가장 사악한 여자 메살리나 발레리아. 오브리 비어즐리의 〈메살리나〉. 유대신화의 음탕하고 사악한 인류의 첫 번째 여자 릴리트.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의 〈레이디 릴리트〉. 구약성서의 용맹한 군인 우리야의 아내로 다윗을 유혹하여 남편을 전쟁터에서 죽게 만든 밧세바. 렘브란트의 〈밧세바〉.
4부 ‘매혹’은 눈부신 미모의 팜므 파탈 7명을 그렸다. 그리스와 트로이의 10년 전쟁 빌미가 된 그리스 신화의 최고 미녀 헬레네. 안젤리카 카우프만의 〈트로이의 헬레네 모델을 고르는 제욱시스〉. 중세 우화의 위대한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를 망신시킨 그리스 시대 일류 매춘부 헤타이라 필리스. 한스 반둥 그린의 〈아리스토텔레스와 필리스〉. 신성모독죄로 재판정에 섰으나 눈부신 누드로 무죄석방된 기원전 4세기 아테네의 고급 창부 프리네. 장 레옹 제롬의 〈판사들 앞의 프리네〉. 나폴레옹 시대 프랑스 최고의 미인으로 사교계를 지배한 전설적인 여인 레카미에. 프랑수아 제라드의 〈레카미에 부인의 초상〉. 19세기 중반 뛰어난 미모에 교양까지 갖춘 ‘위대한 여인’ 아폴로니 사바티에. 귀스타브 쿠르베의 〈화가의 아틀리에〉. 나폴리 주재 영국공사 해밀턴 경의 아내로 지중해함대 사령관 넬슨 제독과 이중생활을 즐긴 불륜녀 해밀턴 부인. 조지 롬니의 〈자연 그대로의 해밀턴 부인〉.
팜므 파탈(femme fatale)은 극작가 버나드 쇼(G, B, Show, 1856-1950)가 1912년에 처음 사용한 이래 하나의 문화적 현상이나 예술적 경향・대상이 되는 이미지로 굳혀졌다. 『에로티즘』의 저자 철학자 바타유(George Bataille, 1897-1962)는 말했다. “인간은 금지된 성에 탐닉할 때 죽음보다 강렬한 쾌감을 느낀다.” 책에 실린 130여 점의 화려한 도판은 독자가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표지그림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유디트와 홀로페네스 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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