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2

대빈창 2023. 1. 17. 07:30

 

책이름 :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2

지은이 : 박경철

펴낸곳 : 리더스북

 

시체가 바뀐 것을 알게 된 교통사고 현장의 진혼굿 / 외딴산골 오두막에서 맹인아들을 기다리는 뇌사상태 할머니의 슬픈 인생사 / 결혼을 앞둔 사랑과 가난의 고통 사이에서 방황하는 동기 / 가난 때문에 결혼하고 진실한 사랑을 못 잊어 자살 / 가슴에 넣을 삽관을 실수로 배에 꽂았는데 전화위복으로 환자 소생 / 수술 시간을 놓쳐 선천성 심장병으로 죽은 불쌍한 아이 / 온갖 고난 속에 피어난 천사의 환생 / 등산 조난사고로 뇌의 일부 제거수술을 받고 정상적으로 의사가 된 후배 / 미친 세상의 단면을 보여주는 병원 실태 / 무의탁 노인과 장애어린이를 돌보던 천사 간호사의 뺑소니 차량사고로 인한 죽음 / 화이트데이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마음을 보여주려고 10층에서 뛰어내린 고교1년생의 패기 / 2년전 심장판박수술을 받은 환자의 가벼운 수술이 빚은 피치 못할 죽음 / 잔인하게 살해된 시체 검시가 보여 준 막가는 세상 / 겨울 둠벙을 퍼내고 고기를 잡다 가물치에 물려 병원에 실려 온 환자 / 다운증후군 환자의 뒤늦게 발견된 신장 부신 종양으로 인한 죽음 / 망자에 대한 의사의 최소한의 배려심 / 레지던트 1년차의 배꼽쥐는 에피소드 / 할아버지 무덤을 돌보느라 산속 집에서 혼자 사시는 예안 할머니의 죽음 / 낙제 점수를 줘 1년을 꿇게 만든 교수 부인의 수술의 맡게 된 친구 / 치질 수술 후 11일 만에 퇴원하는 경추마비 환자 / 동남아 다문화가정 베트남 아내의 아이에 대한 집착 / 하루도 빠지지 않고 50년 동안 할머니의 뺨을 때린 지역유지 할아버지의 이중성 / 사체실의 여자 곡소리와 귀신소동 / 워크홀릭 과장을 모시는 인턴 친구의 고달픔 / 과거 한센병을 앓았던 사람들의 진료 과정에서 빚어지는 갈등 / 가난하지만 항상 웃는 모습의 세 살 시안이네 가족

 

35편의 이야기가 실린 1권에 이어 2권은 27편의 이야기를 담았다. 2권의 부제는 ‘죽도록 사람답게 사는 법을 알아가며’  였다. 시골의사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이 빚은 인연의 흔적들이었다. 표지그림은 청진기를 목에 두른 흰 가운의 의사가 왼손으로 환자로 보이는 이의 오른손을 굳게 잡았다. 시골의사는 처음 목표대로 40세 되던 해 고향에 내려와 지인들과 경북 안동의 신세계연합병원을 차렸고 외과의사로 일하고 있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나의 감동은 어느 독자보다 컸을 것이다. 젊은 시절 몸을 막 굴려 두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병원신세를 졌다. 동병상련으로 인해 어느 누구보다 공감대가 컸다. 1권 리뷰에서 인상적인 글 3편을 소개했다. 2권에서는 시골의사의 인턴시절 단짝, 레지던트 시절의 고달픈 애환을 담은 「혹독한 가르침」을 소개한다.

레지던트 1년차는 윗선이 누구냐에 따라 운명이 갈렸다. 친구가 지원한 신경외과는 싸이코 집단으로 악명 높아 생지옥을 이겨내야만 했다. 주임교수・과장은 병원 역사에 길이 남을 전무후무한 냉혈한(?)이었다. 차트정리를 제대로 못한 레지던트 1년차가 수술실에서 준비하는 모습이 유리창 너머로 보였다. 과장은 손소독을 하다말고 닦던 플라스틱 솔을 들고 수술실로 뛰어 들어가 1년차의 뒤통수에 던졌다. 빡!소리가 나며 친구는 피를 흘리며 주저앉았다. 10바늘을 꿰매면서도 친구는 희희낙락이었다. 저승사자 밑에서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는 행복감 때문이었다. 몇날 며칠 밤을 센 친구는 수술실에서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메이요스텐드(길이 2미터, 폭 70센티미터의 수술실 기구들을 올려놓는 기구)를 안고 수술실 바닥에 고꾸라졌다. 엄청난 파열음에 놀란 병원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과장은 어리벙벙한 그에게 피묻은 거즈를 물고 수술실 한구석에서 손을 들고 벌을 서라는 명령을 내렸다. 어느날 토요일 늦게 퇴원하던 과장은 응급실에 실려 온 작은 여자아이의 가망없는 CT사진을 보았다. 모두 수술을 포기할 수준인데 과장은 직접 수술실로 향했다. 아이는 수술 받는 중에 저 세상으로 떠났지만, 지옥군단의 우두머리 과장의 진면목은 생명을 존중하는 의사였다.

시골의사는 말했다. “어떤 지위에 있는 사람이든, 억만금이 있는 사람이든 간에 수술대에 올라가면, 죽음과 맞닥뜨리는 순간 보여주는 모습은 별반 다르지 않더라. 그러니 지나치게 탐욕적일 필요가 있겠느냐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 오히려 거칠게 살아왔지만 가족 간에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지막이 더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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