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은 우주를 가꾼다

 

책이름 : 나는 작은 우주를 꿈꾼다

지은이 : 다이앤 애커먼

옮긴이 : 손희승

펴낸곳 : 황금가지

 

칼럼리스트 故 최성일의 유고집 『한 권의 책』에서 미국의 자연주의자 시인・에세이스트 다이앤 애커먼(Diane Ackerman, 1948 - )을 만났다. 군립도서관에서 대여한 『나는 작은 우주를 꿈꾼다』는 책 판형이 우선 눈에 띄었다. 188*209mm로 거의 정사각형에 가까웠다. 표지그림은 윌리엄 모리스의 1909년作 〈나무〉였다.

부제가 ‘어느 자연주의자의 정원 이야기’로 애커먼이 뉴욕 이타카의 자신의 정원 사계를 기록한 생태수필이었다. 수목의 학명과 어원, 민담 및 설화, 역사적 사건, 유명 문인의 글, 생태와 약효, 조경까지 식물에 관한 원예학적・인문학적 보고서였다. 과학 교양지 『디스 커버』가 뽑은 ‘2002년 최고의 서적’ 20권에서 3위를 차지한 책이었다.

책의 구성은 사무엘 베케트의 시 「와트」가 헌사獻詞로 쓰였고, 서문 「경이로운 작은 우주」, 본문은 봄・여름・가을・겨울로 나뉘었다. 각 부의 제사題詞는 봄- 탈무드, 여름 - 조지아 오키트, 가을 - 오스카 와일드, 겨울 - 로버트 서비스의 글이었다. 부록은 저자가 정원에 식재한 식물들의 목록이었다. ‘자연의 언어를 문학의 언어로 번역하는 작가’라는 닉네임답게 꽃과 나무와 곤충, 동물 그리고 다양한 인물에 관한 읽을거리가 풍부했다. 책을 읽어나가다 밑줄을 그은 구절들이다.

〈봄〉 튤립은 페르시아의 ‘둘반드dullbang' 즉 ’터번‘에서 유래했다. 꽃의 모양이 터번이 아니라 터키 남성들이 튤립을 터번에 꽂고 다녔기 때문이었다. 15초 동안 귀뚜라미의 울음 횟수에 37을 더하면 화씨 기온이 된다. 수컷 귀뚜라미는 세 시간동안 계속 노래 부를 수 있는데 기온이 올라가면 더 빨리 부른다. 13세기 페르시아의 수피 시인 루미는 말했다. “외면으로 보이는 봄과 정원은 우리 내면의 정원을 반영한 것이다.”

〈여름〉 미국 오하이오 주의 콜럼버스에 있는 올드 데프 스쿨 파크 정원은 제임스 메이슨과 일레인 메이슨이 인상주의 화가 쇠라의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를 실물보다 더 큰 정원수로 만들었다. 반딧불이 암컷은 짝짓기 수컷을 먹어치워 그 화학물질을 자신과 새끼들이 천적 새나 거미에게 대항하는 무기로 사용했다. 암컷은 알을 낳고 나서 죽는다. 에밀 졸라는 말했다. “여름의 열기 아래 거대한 정원은 행복한 맹수처럼 살아간다. 세계와 동떨어져서, 그 어떤 것과도 거리를 두고, 모든 것에서 자유롭게.”

〈가을〉 다람쥐 배의 하얀 털은 ‘카운터섀이딩Countershading'으로 일종의 위장술이다. 햇빛에 노출된 부분은 어두운 색, 그늘진 부분은 밝은 색으로 밑에서 올려다보면 하얀 색이 구름으로, 위에서 내려다보면 회갈색은 숲 바닥으로 보인다. 장미 품종의 하나로, 거투르트 지킬(Gertrude Jekyll, 1843-1932)은 원예가・작가였다. 그녀는 정원이란 원예 예술가가 창조해내는 ’그림‘을 간직해야 하고, 정원을 살아있는 그림이라고 말했다.

〈겨울〉 유타 주의 솔트레이트 시티 남쪽의 42헥타르에 달하는 사시나무는 지구에서 가장 큰 생명체였다. 사시나무 숲은 하나의 뿌리조직에서 유전학적으로 같은 4만7,000개의 줄기가 번진 한 그루의 나무였다. 스컹크 배추skunk cabbage는 눈 위로 푸른 싹을 내면서 열기를 지폈다. 뿌리 속 전분을 당분으로 바꿀 때 빠르고 뜨겁게 타는 것을 이용해 주위 온도를 20℃까지 올렸다.

지은이에게 정원은 원예가들의 각각 다른 에덴이었다. 한 가지 모습이 아닌 스스로를 창조해가면서 새 것을 만들어내는 천국의 동산이었다. 다르게 ‘지구는 우주의 정원이며, 인간은 그 속에서 피어나는 생명 중 일부’(299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