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대빈창 2023. 2. 27. 07:30

 

책이름 :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지은이 : 심채경

펴낸곳 : 문학동네

 

온라인서적을 자주 들락거리는 나에게 표제가 눈에 익은 책이었다. 초판이 21년 2월에 나왔다. 이것도 인연일까. 1년6개월이 흘렀고, 책은 우연히 나의 수중에 들어왔다. 겉표지는 검정색 표지에 은빛별이 가득했다. 뒷장의 추천사는 반갑게 김상욱(이론물리학자), 김혜리(영화칼럼니스트)였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는 천문학자 심채경의 첫 산문집이었다.

달 탐사 50주년이었던 2019년, 과학 학술지 『네이처』는 미래의 달 과학을 이끌 세계의 젊은 천문학자 5인을 선정해 인터뷰했다. 그중 한 명이었던 저자는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달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을 동경하던 그는 연주시차를 흥미진진하게 가르치던 고교 지구과학 선생과 학부와 대학원 시절 기다려지던 ‘랩 미팅’이 그를 천문학자의 길로 이끌었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비정규직 여성 과학자로 치열한 삶 속에서 길어 올린 성찰과 남녀차별이 유다른 이 땅의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한 글들이 눈길을 끌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본문은 4부에 나누어 29꼭지의 글이 실렸다. 1부 ‘대학의 비정규직 행성과학자’는 1997년 지구를 떠나 7년간의 항해 끝에 토성궤도에 도착한 카시니가 보내 온 자료를 분석하는 토성 위성 타이탄 전공자. 교양 강의 〈우주의 이해〉 첫 강의 유니버스univers, 코스모스cosmos, 스페이스space 차이 설명. 『조선왕조실록』의 기상관측 자료 등.

2부 ‘이과형 인간입니다’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는 저자만의 방식. 택시 블랙박스에 잡힌 UFO는 별똥별(유성). 이 땅은 아이 하나 키워내기가 아주 어려운 사회. 달은 지구를 한 달에 한 번 도는데 그중 5일 정도는 지구 자기장 영역을 통과, 이때 태양에서 달을 향해 날아가는 입자가 지구 자기장에 가로막혀 달의 특정 경도 지역에 도달하지 못하는 일이 수억 년 반복되면서 달의 표면에 남긴 흔적. 보이저1호가 태양계를 벗어나면서 잡은 지구의 모습 ‘창백한 푸른 점’, 수성의 일몰은 지구보다 두세배 크게 보이는 태양이 지평선에 닿을 때부터 지평선 아래로 사라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열여섯 시간 등.

3부 ‘아주 짧은 천문학 수업’은 우리는 별에서 태어나 우주먼지로 떠돌다 지구에서 만난 사이. 그믐달은 밤을 샌 사람들, 한밤중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소수의 사람들만 볼 수 있는 달. 지구의 생명은 혜성・소행성・작은 먼지 입자들이 가져왔다. 고대 그리스의 지동설 천문학자 아리스타르코스. 만원권 뒷면의 수많은 동그라미는 한반도의 옛 밤하늘을 담은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 창경원 시절에 한국에 와 43년을 산 서울대공원 유인원사 로랜드고릴라 고리롱의 죽음.

4부 ‘우리는 모두 태양계 사람들’은 달의 앞면에서 보는 파란 보석 같은 지구는 낮밤・사계절에도 위치가 거의 변하지 않는다. 화성 남극 얼음층 1.5㎞ 아래에서 거대 호수 발견. BTS의 〈134340〉은 태양계의 마지막 행성이었다가 2006년 8월 국제천문연맹IAU의 투표결과에 의해 왜소행성이 된 명왕성의 또다른 이름. 메이비의 노래 〈어 레터 프롬 에이벨 1689〉에서 에이벨은 은하단을 조사하고 목록을 만들었던 천문학자의 이름, 1689번째 은하단은 처녀자리 부근으로 지구에서 22억 광년 떨어져있다. 과학 논문의 저자는 항상 ‘우리we'인데 이것은 논문의 공저자가 아닌 인류라는 의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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