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집의 탄생

대빈창 2023. 3. 7. 07:00

 

책이름 : 집의 탄생

지은이 : 김민식

펴낸곳 : b.read

 

《내촌목공소》 대표의 첫 번째 책 『나무의 시간』을 잡고, 그의 박학다식 인문학적 지식에 빨려 들어갔다. 목재 딜러, 목재 컨설턴트로 40여 년 간을 활동했던 저자의 인문학적 우리들의 집 이야기였다. 역사와 예술, 문학과 철학, 동양과 서양의 모든 집 이야기와 48점의 삽화가 곁들여져 흥미진진했다. 책의 구성은 프롤로그 「우리들의 집 이야기」, 3부에 나뉘어 25편의 이야기, 에필로그 「집의 미래」로 구성되었다.

1부 ‘집에 살다’는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이 OST로 쓰인 두 편의 영화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의 토네이도에 날아가는 집은 미국 대평원의 전형적인 경량 목구조집・1988년 일본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반전反戰 애니메이션 《반딧불이의 묘》의 방공호는 어린 남매의 기억의 집.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러시아 귀족의 대저택과 장원・에드바르트 뭉크의 〈아픈 소녀〉가 누워있는 작고 초라한 집의 두어 평 방. 일본 남단 가고시마 기리시마霧島市의 우에노하라 움집터는 1만년전 조몬 문화의 유적지・베트남의 국부 호찌민의 작은 오두막・마리 앙투아네트의 작은 시골마을을 흉내 낸 트리아농 가든.

체코 보헤미아 평원의 18세기에 지은 농가, 스페인 안달루시아 산악집, 강원 화전민 마을, 제주도 현무암 돌담은 건축가 없이 지어진 집들. 건축가의 이름이 등장한 지는 겨우 100년. 프랑스 남부 지중해변 카프마르탱의 르코르뷔지에의 카바농, 월든 호숫가의 소로의 오두막, 목재 구조의 집 ‘내촌 CELL'. 정신분석학자 카를 융의 볼링겐 수도원 땅 호숫가 집과 르코르뷔지에의 레만호가 보이는 한적한 주택가의 작은 집은 어머니를 위한 집. 르코르뷔지에의 건축철학이 구현된 프랑스 마르세유 유니테 다비타시옹. 1930년은 건축가 르코르뷔지에가 고층 아파트와 빌딩으로 구성된 ’빛나는 도시‘를 제안한 해.

2부 ‘집을 보다’는 강원 삼척 뒷골목 주택가 붉은 벽돌집・슬래브 이층집, 일본 홋가이도 함석집, 중국 구이저우貴州 소수민족 마을 고상형高床形 나무집. 반 고흐의 〈농부의 집〉, 〈뗏집〉, 〈감자 먹는 사람들〉의 오두막. 용슬재容膝齋는 무릎 맞닿은 『귀거래사』의 도연명 작은 집, 추사 김정희 〈세한도〉의 초가지붕 모옥茅屋, 일본 와비사비 다옥茶屋. 토속건축이 사라진 한옥. 16세기 일본 다도의 선승禪僧 센리큐가 디자인한 교토 묘키안의 다이안 건축. 독일 프라이부르크 흑림의 철학자 하이데거의 고독한 오두막. 중국 핑야오 고성 장비구바오張壁古堡 벼랑의 켜켜이 파 들어간 토굴집. 이름 없은 건축가와 석공이 남긴 시골 장터 같은 광장을 낀 시칠리아의 몬레알레 성당・체팔루 성당은 지상 최고의 교회 건축.

3부 ‘집에 머물다’는 작은 집을 지키는 선비 정신은 한국 반가의 전통. 작은 집은 사舍를 쓰므로 운이 따르는 집, 사람人이 길吉 위에 있는 형상. 소로의 월든 호숫가 오두막은 4.2평 나무 판잣집, 법정스님의 오대산 산중 외딴집 수류산방水流山房. 이름 남기지 않은 선승이 애지중지하던 다기가 조선 도공의 막사발로 명물이었듯이 명품 주택도 다르지않다. 로마의 판테온・파리의 팡테옹・런던의 민스트웨스터 사원은 명예의 공간으로 신을 경배하는 지성소至聖所에 민족 최고의 사표師表들을 모셨다. 불량건축은 자연을 훼손하고 5000년의 경관을 유린, 한국의 아름다운 산, 강, 바닷가를 콘테이너가 점거하는 중이다. 런던 남서쪽 참나무 거리Oakfield street의 옥스퍼드・케임브리지 출신 이웃들. 붉은 벽돌의 도쿄역은 19세기 영국 빅토리안 양식이고, 대리석의 서울역은 신고전주의 르네상스 스타일. 우리의 전통 가옥, 목재 구조집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나무집으로 미래주택. 영시 중에서 가장 짧은 두 단어, 두 행이 전부인 19세기 조지 맥도널드의 「Come Home」의 전문은,

Come,

Home

“우리 사회 집 짓기의 양태를 바라보는 내 슬픔은 크고 탄식이 깊다.”(10쪽) 저자는 안타까워했다. 아파트가 주거의 기본이 되면서 단독주택 문화가 사라졌어요. 그래서 한국의 건축가들은 집 건축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건축가들은 학문적인 지식은 많지만, 실무 경험은 부족한 겁니다. 2020년 통계를 보면 한국의 전체 세대 중 51.1%가 아파트, 단독주택 21%, 빌라・연립주택・복합상가・오피스텔을 포함한 70%이상의 한국인이 콘크리트 박스에 거주하고 있다. 마지막은 19세기 프랑스의 문필가 조르주 상드가 한 말이다. “당신이 원하는 집이 초가집인지 궁전인지 내게 얘기해주오. 그럼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분별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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