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내 서재 속 고전
지은이 : 서경식
옮긴이 : 한승동
펴낸곳 : 나무연필
“이 책이 거친 파도가 이는 대해에서 배를 저어 가려는 젊은 출판인에게 작은 격려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머리말 「인간의 단편화에 저항한다」의 마지막 문장이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재일조선인2세 에세이스트 서경식은 10여 년 전 신생출판사 대표를 『디아스포라의 눈』 편집자로 만났다. 책의 초판은 2015. 8.이었다.
군립도서관 소장 저자의 책을 전부 섭렵한 나는 읽을거리가 아쉬웠다. 마침 책이 ‘큰글자도서’로, 일본미술 관련서 두 권이 새로 나왔다. 희망도서로 신청하고 두 권의 신간을 손에 들었다. ‘나를 견디게 해준 책들’이라는 부제가 붙은 『내 서재 속 고전』은 18편의 글에 19권의 책을 소개했다. 저자는 교양서 목록이 아닌, 고전과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 그 단면을 보여주려고 했다. 저자는 디아스포라로서 고전을 읽고 경험한 자신의 정체성과 사유를 그대로 드러냈다.
에드워드 사이드(1935-2003)가 1982년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의 죽음을 계기로 시작해, 자신이 죽기 직전까지 써내려 간 20년에 걸친 음악평론 『경계의 음악』. 프리모 레비(1919-1987)의 아우슈비츠 경험의 철저한 고찰・인간 존재에 대한 타협 없는 인식에 따른 절망감으로 마지막 저서가 된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조지 오웰(1903-1950)의 1929년 대공황 시절을 전후한 시기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에서 꿈틀대는 사람들의 생태를 그린 르포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루쉰(1881-1936)의 장개석의 국민당 백색테러로 희생당한 좌익작가연맹의 러우스柔石 등 청년작가 다섯 명을 애도하며 쓴 글 「망각을 위한 기념」.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늘날 지식인 본연의 자세를 위협하는, 좁은 영역에 갇힌 전문주의(프로페셔널리즘)를 비판한 『지식인의 표상』. 1987. 12. 팔레스타인 인티타파intifada를 계기로 쓰기 시작한 이브라힘 수스(1945- )의 『유대인 벗에게 보내는 편지』.
요하 하위징하(1872-1945)의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14, 15세기 생활과 사고의 여러 형태에 대한 연구서 『중세의 가을』. 미셸 드 몽테뉴의 1580-1581에 걸쳐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를 거쳐 이탈리아를 여행한 기록 『몽테뉴 여행 일기』. 케네스 클라크(1903-1983)의 티치아노의 〈그리스도의 매장〉에서 보티첼리의 〈신비한 감탄〉까지 열여섯 점의 그림을 다룬 『그림을 본다는 것』. 필리프 아리에스(1914-1984)의 서구 기독교 문화 속의 죽음을 앞둔 태도에 대한 연구와 고찰 『죽음의 역사』. 잉게 숄(1917-1998)의 나치정권 시절 백장미 저항운동의 중심멤버 한스와 조피 남매의 누나・언니가 쓴 회상기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제2차 세계대전 말, 반파시즘 투쟁에서 목숨을 잃은 이탈리아 파르티잔들의 유서를 모은 『사랑과 저항의 유서』. 저자의 이탈리아 여행 길잡이 책 두 권 나탈리아 긴츠부르크(Natalia Ginzburg) - 남편 레오네 긴츠부르크 유서는 『사랑과 저항의 유서』에 실려 있다 - 『가족어 사전』. 가와시아 히데하키(河島英昭) - 『사랑과 저항의 유서』의 일본어판 옮긴이 - 의 『이탈리아 유대인 풍경』. 바르톨로메 데 라스카사스(1474-1566)의 아메리카 원주민을 잔악하게 학살한 스페인 침략자에 대한 상세한 증언 『인디아 파괴에 관한 간략한 보고서』. 게슈타포에 검거되어 처형된 마르크 블로흐(1886-1944)가 프랑스 패배에 관한 가장 명료한 분석 『이상한 패배』.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반 고흐 서간 전집』.
재일조선인 디아스포라는 인권, 민주주의, 일본의 우경화, 나치의 홀로코스트,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무단침공 등 인간의 존엄과 말살에 대한 다양한 문제들을 충실하게 기록했다. 책 말미에 수록된 대담 「우리 시대의 고전과 교양을 찾아서」는 세 명의 젊은 연구자들과 나눈 대화로 재일조선인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고전을 읽는 것의 의미, 교양의 토대가 무너져 내리는 시대에 고전을 되짚어야하는 이유 등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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