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나뭇잎 수업

대빈창 2023. 4. 18. 07:00

 

책이름 : 나뭇잎 수업

지은이 : 고규홍

펴낸곳 : 마음산책

 

『나뭇잎 수업』은 나에게 나무 칼럼니스트 고규홍의 일곱 번째 책이었다. 25년간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나무를 기록한 저자가 이번에는 흥미를 끄는 나무들에 대한 지식과 나뭇잎들의 생태에 현미경을 들이댔다. 나뭇잎에 담긴 생명의 비밀․원리․이야기를 풀어냈다. 책은 3부로 구성되었고, 각 부에 보너스로 ‘이야기 속 나뭇잎’ 4편이 덧붙었다.

1부 ‘나뭇잎의 사계절 변화’ 11편의 이야기는, 한 그루의 옥수수는 일생동안 자기 몸무게의 100배가 넘는 약 200리터의 물을 증산. 양배추 잎 한 장의 기공 수는 1천만 개. 밤에 수분증발을 막기 위해 잎을 오므리는 자귀나무. 잎이 나면서 빨간→노란→초록으로 색깔이 변하는 삼색참죽나무. 연잎에 물방울이 맺히지 못하는 현상은 잎자루의 끊임없는 파동. 경남 함안 성산산성에서 발굴된 700년 전 고려시대 연꽃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 아라연꽃. 겨울의 기운을 감각한 나무가 잎사귀와 나뭇가지를 잇는 잎자루 안쪽에 만든 새로운 조직 ‘떨켜층’. 겨울잠에 든 나무의, 해충들의 침입을 막아주는 강력한 항산화 효과의 붉은 낙엽 안토시아닌. 미국 시에라네바다산맥의 브리스콜 소나무의 잎사귀 하나를 떨어뜨리는 시간은 45년. 주목朱木 잎과 줄기의 디페르펜과 택솔 성분은 항암치료제.

2부 ‘나뭇잎 자세히 보기’ 10편의 이야기는, 300살 느티나무 나뭇잎은 500만장. 아프리카 사막의 50㎝ 밖에 자라지 못하는 웰위치아는 평생 동안 벨트 모양 2장의 잎으로 2천년 넘게 생존. 여러 장이 달린 겹잎을 한 장의 잎으로 보는 식물학적으로 세상에서 가장 잎이 큰 식물은 인도양 마스카렌 제도의 라피아야자, 남아메리카․아프리카의 아마존대추야자의 잎 길이는 20m. 빅토리아수련의 원형 잎은 지름이 3m, 꽃송이 지름 40㎝. 잎처럼 보이는 가지로 인해, 잎 가운데 또 한 장의 잎을 거꾸로 돋워내워 그 안에 꽃을 감추는 것처럼 보이는 유럽 원산의 루스쿠스. 삼백초三白草는 뿌리와 꽃과 이파리의 세 부분이 흰색. 초록빛을 숨긴 붉은 잎의 홍단풍․노란 잎의 황금소나무. 가을 단풍이 들고, 잎을 떨어뜨리는 낙엽성 침엽수는 메타세쿼이아, 낙우송, 잎갈나무.

3부 ‘나뭇잎의 생존 비결’ 9편의 이야기는, 수국꽃은 안갖춘꽃으로 꽃차례가 꽃잎처럼 발달한 ‘위화爲花’. 잎이 변화한 포를 꽃잎처럼 화려하게 발달시킨 산딸나무. 낙타의 키 높이만큼 줄기와 가지에 가시를 촘촘히 돋아내는 카스피해 인근 사막의 이란주엽나무.(심은 지 40년 만에 가시를 돋던 자리에 초록잎을 돋아낸 천리포수목원의 이란주엽나무) 박각시나방 애벌레를 쫓으려 천적을 부르는 화학물질을 뿜어내는 담배풀. 정묘호란 때 성벽 울타리로 심은 나무 중에 지금까지 생존한 강화도의 두 그루 천연기념물 탱자나무. 10억 년 전 박테리아였던 엽록소는 숙주 세포에게 잡아먹힌 후 죽지 않고 살아남아 공생. 겉씨식물 은행나무․소철의 수꽃 꽃가루는 꼬리가 달린 ‘정충’으로 바닷속 생물들의 흔적. 곁에 다른 식물들이 자라지 못하도록 타감물질他感物質을 분비하는 소나무. 광합성을 못하는 안쪽 잎들을 떨어뜨리는 측백나무. 나무의 상태로 농사의 풍흉을 점친 경북 울진 신흥리 느티나무, 남도 시골마을의 이팝나무, 전남 장흥 어산리 푸조나무, 인천 신현동 회화나무, 경북 청송 신기리 느티나무, 경남 청도 석촌리 왕버들나무.

‘이야기 속 나뭇잎’ 4편은, 비자나무는 잎사귀가 아닐 비非를 닮은 데서, 팔손이나무는 커다란 잎이 여덟 갈래로 나뉘기 때문에 붙인 이름. 일제 침략의 상징으로 여겨져, 이 땅의 모든 가이즈카향나무를 뽑아내는 행태가 애국으로 치부. 조선 중종 사림파의 개혁정치가 조광조(趙光祖, 1482-1519)를 없애기 위해 훈구파가 잎이 넓은 나뭇잎(오동나무)에 ‘주초위왕 走肖爲王’ 꿀을 바른 글씨를 써 벌레가 파먹게 해 70여 명을 숙청하고 피바람을 일으킨 기묘사화. 남녁 바닷가에 잘 자라지만 중부지방에서 자라지 못하는 상록성활엽수 토종 후박나무, 일본식 한자표기 후박厚朴이 그대로 쓰여져 잘못 알려진 법정스님 수목장나무는 일본 목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