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미래를 위한 새로운 생각
지은이 : 마야 괴펠
옮긴이 : 김희상
펴낸곳 : 나무생각
24시간을 온전히 나만의 시간으로 쓸 수 있는 백수로 접어들면서 원 없이 책을 읽겠다는 작은 소망을 가졌다. 따르던 후배가 섬을 떠나면서 전화를 했다. 짐만 되는 책을 처리하는데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라고. 얼씨구나! 나는 열권의 책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천문학자 심채경의 첫 산문집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에 이어 두 번째 잡는 공짜로 얻은 책이었다. 녹색평론 정기구독자로 기후변화로 인한 암울한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며 그런대로 책을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저자가 생소했다.
마야 괴펠(Maja Göpel)은 지속가능성을 연구하며 ‘미래를 위한 과학자 모임’을 주도하는 독일의 정치경제학자였다. 『미래를 위한 새로운 생각』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은 생태적․사회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250년 전 산업혁명 이후 호모 사피엔스는 영원한 경제성장 시스템을 구축한 것처럼 설쳐왔다. 21C가 20여 년이 흐른 지금, 기후변화로 인한 상시적인 재난상황에 빠진 인류는 다가오는 디스토피아 환시를 보며 비명을 내질렀다.
유일한 삶의 터전 지구가 위기에 빠지면서 인류는 어떤 삶의 방식을 선택해야 하는가. 부와 자원의 공정한 분배, 사회공동체 가치의 회복, 생태적인 균형과 안정이 절체절명으로 우리에게 닥쳤다. 현재 우리가 누리는 물질적 풍요가 지구 파괴행위였다. 경제가 아니라 환경이 인간 사회를 유지하는 핵심요소였다. 책은 경제, 환경, 생태, 과학, 가치와 윤리 등 10개의 장에 나누어 새로운 목표와 원칙, 삶의 방식을 역설했다.
50년 전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인류의 미래를 그렸다. 입력된 다섯 가지 데이터는 인구증가․식량생산․산업생산․화석연료 소비․환경오염 진행의 속도였다. 결과는 인류문명은 100년 뒤 필연적으로 붕괴되었다. 50년 동안 인류는 시나리오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경제활동을 펼쳐왔다. 2007년까지 자연은 인류에게 매년 125조에서 145조 달러에 달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2018년 전 세계의 GDP는 84조 달러였고, 2007년은 55조 달러였다.
하와이의 ‘마우아로아 관측소’가 1958년부터 대기권의 이산화탄소 비율을 측정한 그래프는 지난 60년 동안 전 세계의 경제성장 그래프와 정확히 일치했다. 1981년에서 2019년 사이에 전 세계 GDP는 28.4조 달어에서 82.6조 달러로 늘어났다. 이 가운데 5%만이 세계인구 60%에 해당하는 하층민의 몫이었다. 그것도 1981년부터 빈곤층을 넘어선 생활수준의 대다수 국민은 중국이었다.
커다란 SUV에 장착되는 100kWh 배터리를 제작하는데 15-20톤의 이상화탄소가 발생한다. 이는 연비가 좋은 휘발유와 경유 차량이 20만㎞를 운행하면서 발생시키는 양이다. 스마트폰의 연산 처리속도는 50년 전 달에 착륙했던 아폴로11호의 보드 컴퓨터보다 1억2천배 빠르다. 빌 게이츠는 2017년 최소한 공중에서 350시간을 보내면서 1,600톤의 이산화탄소를 방출했다. 2․3위의 패리스 힐튼과 제니퍼 로페스는 역시 자가용비행기로 1,200톤과 1,000톤의 이산화탄소를 각각 방출했다.
다섯 개 등급으로 분류한 계층에서 최상위층은 전체부의 85%를, 빈곤층과 극빈층 두 부류가 가진 부는 전체 1%도 채 미치지 못했다. 전 세계 GDP의 10%인 8조2천억 달러는 부자들이 이른바 ‘조세 피난처’에 숨겨놓은 돈이다. 조세 피난처에 숨겨놓은 돈을 세계인구 가운데 극빈층 20%를 위해 쓰면 1년에 1인당 1만 달러가 차례가 가는, 하루에 27달러가 된다. 늘어나는 인구와 줄어드는 지구. 자연생태계는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능력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이미 지나쳤다.
모두를 위한 경제성장이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말은 허튼소리였다. ‘밀물이 모든 배를 띄운다(A rising tide lifts all boats)'는 MB가 떠들어댔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웠던 '낙수효과'는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재벌들은 물이 흘러넘치기 전에 큰 항아리로 잽싸게 바꾸었다. 우리는 계속 이대로 살 것인가. 그렇다. 책의 부제처럼 ‘우리는 더 이상 성장해서는 안 된다’ 이대로 가다가는 인류는 아마겟돈의 거대한 아가리로 휩쓸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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