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26세를 위한 여섯 개의 묵시

대빈창 2023. 4. 21. 07:00

 

책이름 : 26세를 위한 여섯 개의 묵시

지은이 : 박용하

펴낸곳 : 달아실

 

강릉 시인 이홍섭의 첫 시집 『강릉, 프라하, 함흥』을 잡고, 나는 또다른 강릉출신 시인의 첫 시집을 찾았다. 그동안 시인의 첫 시집에 끌렸다. 자기만의 문학적 집을 구축한 시인의 첫 작품에서 신선함을 느꼈을 것이다. 시집은 강원 춘천에 소재한 출판사 《달아실》의 ‘달아실시선 50’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1989년 『문예중앙』으로 문단에 나왔다. 1983년 시 전문지 월간 『심상』의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시인 박용재의 동생이었다.

『26세를 위한 여섯 개의 묵시』는 시인의 첫 시집 『나무들은 폭포처럼 타오른다』(중앙일보사, 1991)의 개정․복간판으로 여섯 번 째 시집이었다. 미발표 초기시 3편, 첫 시집에 실리지 않은 3편을 추가하고, 13편을 뺐다. 1부 ‘파도를 믿는 저녁’에 19편, 2부 ‘이슬심장’에 17편, 3부 ‘피뢰침은 낙뢰와 함께 잠든다’에 7편 모두 49시편이 실렸다. 초판 해설은 문학평론가 박철화의 「죽음과의 싸움-광기의 시학」이었고, 개정판은 시인․문학평론가 김정란의 「절벽에서의 투기, 위험한 초월」이었다.

우연히 골라잡은 시인의 첫 시집은 마음에 들었다. 초판 시인의 말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세계를 전복시키고자 하는, 어떻게 보면 터무니없는 욕망, 어떻게든 그 세계를 기우뚱거려, 그래서, 그 부패한 중심을 뒤흔들어 변환시키려는, 전환시키려는 욕망, 그 욕망이 나를 시인으로 이끌었으리라.” 연작시는 「청동 구릿빛 나무들의 노래」가 3편, 「춘천 비가」가 5편이었다. 표제는 「서울의 밤과 비와 26세를 위한 여섯 개의 묵시黙視」에서 가져왔다. 마지막은 「연기」(29쪽)의 전문이다.

 

베르톨트 브레히트를 읽으며 /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낳은 사회를 읽고 /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낳은 국가를 읽는다 / 국가의 숨구멍 앞에 가로막은 / 바리케이트에 대한 항의를 읽는다 읽으며 / 이 살아 있음의 부끄러운 의미를 숙고한다 / 그가 절규한 /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속엔 / 서정시인 것 같은 시들이 / 너무 쉽게 써지는 것에 대한 통탄이 / 출혈의 고통으로 살다 간 형제들에 대한 / 사랑의 신호가 연기 속에 가려져 있다 / 베르톨트 브레히트를 읽으며 / 힘들게 쓴 서정시인 것처럼 / 연막에 가린 나의 시의 연기를 / 하나 둘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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