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울음소리만 놔두고 개는 어디로 갔나
지은이 : 김기택
펴낸곳 : 현대문학
책판형은 104*182mm, 77쪽의 얇은 시집은 양장본이다. 김. 기. 택. 이름 석자가 시집을 대여하게 만든 힘이었다. 시인은 198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나에게 『사무원』과 『소』에 이어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었다. 반갑게 신간시집 『낫이라는 칼』이 군립도서관에 입고되었다.
표지그림이 눈길을 끌었다. Jinnie Seo의 2017년作 〈Drawing Journal Series〉이다. 드로잉, 페인팅, 건축, 설치미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전 세계를 무대로 작품 활동을 펼치는 국제적인 아티스트라고 한다. 시집은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12번째 시집이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문학잡지 『현대문학』이 내세운 동시대 한국문학의 흐름을 일별할 수 있는 기획 시리즈였다. 월간 문예지는 매월 시와 소설에서 작가 한 명씩을 선정해, 시인은 신작 시와 40매 내외의 에세이를, 소설가는 300매 분량의 중편이나 500매 분량의 경장편를 수록했다.
먼저 핀 시리즈 VOL Ⅰ으로 여섯 권의 소小시집이 묶였고, 시리즈 VOL Ⅱ의 6인의 시인들은 김행숙, 오은, 임승유, 이원, 강성은, 김기택이었다. ‘시적 탐구의 대상에 대해 꼼꼼하고 집요한 관찰자적 시점을 유지’해온 시인의 『갈라진다 갈라진다』 이후 6년 만에 나온 시집이었다. 현대문학은 기획 시리즈를 펴내면서 “순문학에 대한 믿음을 보수적으로 견지하면서도 독자 대중과 조금 더 다른 방식으로, 깊게 만날 수 있는 진보적인 길을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집은 부 구분 없이 20시편이 실렸다.
울음소리만 혼자 미쳐 날뛰게 놔두고 / 아파트 모든 벽들이 대신 울게 놔두고 / 개는 어디로 갔나
표제는 「개는 어디에 있나」(14-16쪽)의 마지막 연에서 따왔다. 시리즈 VOL Ⅱ의 여섯 명 시인들의 에세이 공통 테마는 ‘신체’였다. 시인 김기택의 에세이 「머리카락 자화상」은 나이가 들면서 찾아 온 대머리, 탈모에 관한 자신의 머리카락 변천사를 그려냈다. 마지막은 시집을 여는 첫 시 「화살」(9쪽)의 전문이다.
과녁에 박힌 화살이 꼬리를 흔들고 있다 / 찬 두부 속을 파고 들어가는 뜨거운 미꾸라지처럼 / 머리통을 과녁판에 묻고 온몸을 흔들고 있다 / 여전히 멈추지 않은 속도로 나무판 두께를 밀고 있다 / 과녁을 뚫고 날아가려고 꼬리가 몸통을 밀고 있다 / 더 나아가지 않는 속도를 나무 속에 욱여넣고 있다 / 긴 포물선의 길을 깜깜한 나무 속에 들이붓고 잇다 / 속도는 흐르고 흘러 녹이 다 슬었는데 /과녁판에는 아직도 화살이 퍼덕거려서 / 출렁이는 파문이 나이테를 밀며 퍼져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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