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

대빈창 2011. 1. 10. 01:13

 

 

책이름 :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

지은이 : 함민복

펴낸곳 : 현대문학

 

이 책은 시인의 세번째 산문집으로 여기에 실린 글들 중 강화도에서 두번째로 이사한 방 얘기가 자주 나온다. 집이 아닌 분명히 방이다. 함민복이라는 이름을 인터넷 검색창에 두드리면 아직도 월세 10만원의 동막교회옆 '청와대,자금성,백악관(?)'으로 통하는 낡은 시골집이 등장한다. 그렇다. 시인은 동막리에서 12년을  살았다. 고욤나무와 호박과 낡은 보일러와 주저앉은 사랑채와 허름한 뒷간과 함께. 그 12년동안 시집 '말랑말랑한 힘'과 산문집 '눈물은 왜 짠가'와 '미안한 마음'을 펴냈다. 언제부터인가 한적한 어촌마을에 펜션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연말연시에 강화도의 일출·일몰을 보기위한 떼거지 관광객과, 더위를 피해 가까운 바다를 찾는 도시 피서객들로 북적거리면서. 바랜 감수성을 회복(?)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자연을 찾는 그들을 위해 펜션이 들어섰다. 반면 '선천성 서정적 시인'은 돈이 없어 허름한 월세방으로 이사를 했다. 이 산문집에 나오듯이 방 한칸 밖에 없는 시인은 눈 칠 몽당 싸리 빗자루 하나 없고, 미닫이에 매달린 자물쇠에 호기심을 느낀 꼬마를 문틈새로 바라본다. 또한 전에 살던 동네로 두릅을 따러 마실을 나가기도 한다. 강화도에서 시인이 가장 오래 살았던 동막은 화도면이고, 방 한칸은 바로 옆 면인 길상면의 면소재지 온수리에 있었다. 그 방은 살림살이라고는 누구 못지않게 보잘 것 없었지만 시인의 일상은 물샐 틈없이 철저하게 지켜졌다. 바로 방문 앞에 파출소가 있었다. 옆방의 사소한 말다툼까지도 그대로 전달되는 방음과는 거리가 먼 열악한 환경에서 시인은 동시집 '바닷물 에고, 짜다'와 산문집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를 펴냈다. 시인은 어머니와 떨어져 사는 것을 항상 마음 아파했다. '산소 코뚜레'와 '나는 내 맘만 믿고'에 시인의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 잘 나타나 있다. 2009년 1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장례식장은 청주시립의료원이었다. 다행히 강화에서 청주행 직행버스가 있었다. 한겨울인데도 겨울 햇살은 따듯했었다. 시인은 현재 길상면 장흥리의 들녘이 내려다 보이는 낮은 언덕위의 집을 전세로 얻어 살고 있다. 마당의 잔디는 푸르렀고, 황토칠을 한 벽은 눈에 거슬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내가 마음에 들어 한 것은 시인의 책장이다. 월세방 시절 비좁은 단칸 방에 쌓인 책들로 시인이 제대로 발 뻗고 잠을 잘수 있었는 지 모르겠다. 나무를 켠 널판지와 벽돌을 바람벽에 기대인 책장에는 보기좋게 책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무엇보다 시인의 가장 큰 변화는 드디어 품절남이 된 것이다. 작년 6월 동갑내기 신부와 한 살림을 차렸다. 세번째 이사집이 신혼집인 것이다. '바닷물 에고, 짜다'의 시인과의 술대작과 뱃살에 대한 얘기는 옛말이 되고 말았다. '저수지 가는 길'에서 시인은 운동하여 뱃살도 빼고 글도 열심히 쓰자고 다짐한다. 시인은 단호하게 술을 끊었다. 아! 시인을 만나 술잔을 부딪히던 그리운 옛 시절이여. 또 한가지 시인이 아주 날씬해졌다. 이 모든 것이 결혼이 안겨 준 축복이다. 강화도에 들어올려면 필히 두개의 다리 중 하나를 건너야만 한다. 남쪽 다리인 초지대교 입구의 인삼센터에 시인네 가게가 있다. 상호는 바로 이 책에 등장하는 개에서 이름을 딴 '길상이네'다. 장흥리 신혼집에서 가게까지 도보로 한시간 거리다. 시인의 교통 수단은 두 다리다. 이러니 건강이 좋아질 수밖에. 시인의 요즘  글맛을 볼려면 한국일보를 뒤적이면 된다. '시로 여는 아침'의 필자로 월 ~수에 독자를 찾아간다. 참 반가운 소식 한가지. 올해 새 시집을 내겠다고 시인은 의욕을 다졌다. 하긴 너무 오래됐다. '말랑말랑한 힘'이 나온지가 벌써 5년이 넘었으니. 자연산 굴이나 한통 들고 시인네 집에 오랜만에 발걸음을 할 생각이다. 오래전 시인은 낙지 한코를  꽝꽝 얼려 내 손에 쥐어 주었다. 이제야 알겠다. 그 낙지는 서 있기만 해도 힘들다는 갯벌에서 온종일 헤맨 시인의 노동의 댓가라는 것을.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여기 주문도 갯벌에는 낙지는 없고 백합이 지천인데. 시인이 살던 동막 갯벌에는 백합은 없고 오히려 낙지가 눈에 띤다. 자연의 오묘한 생태를 어찌 알랴. 그나저나 길상이는 잘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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