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잡채

대빈창 2023. 6. 13. 07:00

 

책이름 : 잡채

지은이 : 김옥종

펴낸곳 : Human&Books

 

‘요리사 시인’의 맛깔스런 詩를 기다렸다. 시인은 광주 북구 신안동의 〈지도로〉 식당의 주인장․요리사다. 식당 상호는 시인의 고향 신안 지도에서 가져왔다. 예상외로 시집을 빨리 만났다. 〈휴먼시선〉 3권으로 『잡채』가 출간되었다. 시인은 2015년 계간지 『시와 경계』의 제14회 신인 우수작 공모로 등단했다. 등단 5년 만에 첫 시집 〈휴먼시선〉 1권 『민어의 노래』를 펴냈다. 데뷔시집은 출판문화 진흥을 위한 세종도서에 선정되었고 2년 만에 4쇄를 찍었다.

2년 만에 두 번째 시집이 나왔다. 첫 시집과 마찬가지로 이번 시집도 대부분의 시편이 음식을 소재로 했다. 3부에 나누어 60시편이 실렸다. 아래는 1부의 음식 재료 어류魚類와 2부의 시편에 등장하는 음식이다.

 

풀치 / 연어 / 왕새우 / 대구 / 황석어 / 칠게 / 오징어 / 참치 / 갯장어 / 농어 / 숭어 / 준치 / 멍게 / 홍어 / 광어 / 어란

싱건지 / 잡채 / 서리태 / 냉국 / 김장 / 개장국 / 호박지짐 / 오삼불고기 / 라면 / 닭복음탕 / 민농어 건정 / 콩나물 국밥 / 돼지고기 주물럭 / 국수 / 소금 / 봄동․섬초 / 무국․물고구마․묵은지 / 솔부침개 / 총각김치

 

문학평론가 오민석은 해설 「저 살아있는 감각의 축제 ―김옥종 시집 『잡채』 읽기」에서 “그는 세계를 염장하고, 덖고, 삶고, 튀기고, 끓이고, 말린다. 식자재에 깊은 칼집을 넣듯, 그는 세계 안에 감각의 칼날을 깊숙이 꽂는다. 그때 이쪽의 살과 저쪽의 살이 만나 섬광처럼 흘러내리는 것이 그의 시다.”라고 평했다.

요리사 시인은 말했다. “시와 음식의 공통점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위안을 준다는 것입니다. 시와 음식 모두 따뜻한 손길의 출발선상입니다. 음식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시도 함께 깊어지는 것이죠.” 마지막은 「숭어」(29쪽)의 전문이다.

 

두꺼운 안대 목도리 / 맹목을 / 입고 왔지만 / 기실은 봄 / 속살이 애릴 때 뜨거움으로 / 인나고 / 드러누울 시절에 / 갈비뼈 으스러지도록 안고 싶은 / 날 / 묵은지에 / 네 엉덩이를 보듬던 쌈은 / 생채기의 향도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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